물미역 2020. 9. 15. 09:34

회사란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지. 

멀쩡히 출근해서 고작 메일 몇 통 읽었을 뿐인데, 

이렇게 기분이 급 다운 되면서 삶의 의욕을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가.

난 정말 조직 생활하기에는 너무 여린 것 같음.

오늘은 스위스 아자씨에게 수습 기간에 대한 평가표를 받았는데

뭐 많이 나아졌네 어쩌네 하는 애기들도 그닥 유쾌하지 않았고, 

개선점으로 써 있는 (1) 커뮤니케이션과 (2) 다국적 기업에서의 역할 이해라고 써 있는 것이 심하게 기분이 나빴는데

커뮤니케이션이야 내가 영어가 개떡같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2번은 정말 내키지가 않아서....

아니 이 유러피언들이 뭘 잘 모르나 본데 

이 분야에서는 내가 하는게 베스트 프랙티스란 말이야.!!!..라는 입장이라

도통 다국적 기업에서의 역할 이해를 할 생각이 없거덩.

말해 뭐해. 영어도 더 열심히 노력을 들여 공부할 생각이 없거덩.

이쯤 되면 그냥 나란 사람은 다국적 기업이랑은 잘 안맞는 게 확실하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아니 뭐 그렇다고 대기업이랑은 퍽이나 잘 맞겠어..

그냥 회사랑 안 맞는 거지....

이직 준비 중인 내 칭구는 최근에 합격한 회사에 현재 회사 대비 연봉 40% 인상 요구했는데

이직할 회사에서 30%만 올려주겠다고 하니까 

나야 아쉬울 것 없지 안가고 만다라고 과감하게 오퍼를 쳐내는  걸 보니

C사와 지금 회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 양쪽에서 못볼 꼴을 당하고 말았던 나의 최근 행동이 더욱 찐따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삶의 의욕이 순식간에 없어지더라구요.

하지만 지도 교수님 면이 있어서 죽을 땐 죽더라도 논문 2차 지도위는 하고 죽어야 하기에. 

실낱같은 삶의 의지를 다시 한번 잡아보는 바임.

이런 사소한 것에 급격히 다운되다니 역시 나는 우울증이 디폴트 세팅값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