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카테고리 없음 2024. 6. 27. 12:39

1. Manato

Manato는 그동안 나의 애기를 잘 들어주고 힘이 되어준 고마운 팀 동료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르니 조심하라고 했지만, 

내가 만나본 Manato는 항상 진정성 어리게 위로를 해주었고, 

사람의 본성 자체가 대단히 선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따. 

그동안 Manato가 2주 가까이 휴가를 갔고 나도 경황이 없고 해서 한동안 애기를 못하다가, 

어제 아주 오랜만에 애기를 했는데

내가 이런저런 상황이야, 조만간 회사 떠날 것 같아라고 했더니, 

안됐다면서 나에게 "Are you happy or sad?"라고 물었다. 

이 상황을 겪으며 들은 다양한 Comment 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신선한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상황이 행복할 수 있다고 한번도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한가? 슬픈가?

그런데 언뜻 드는 생각은 굳이 꼽자면 행복쪽이 51%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 회사 진짜 나랑 넘 안 맞아. 진작 때려쳤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기회가 오는 건 좋은 같다. 

그렇다고 이 회사에 이직한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지.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짐. 

그 책임의 결과로써 백수생활을 받아들이는 것에 원한은 없음. 

다만, 안 가본 길이 그냥 겁나고 무섭고 뭐 그럴 수는 있는 거잖아. 

내 성향상 더욱 그럴 수 있는 거잖아. 흠흠. 

하지만 패키지 3개월은 곤난, 매우 곤난. 3개월 받을 바에야 그냥 있어야지. 

아쉬운 건 어차피 회사인데. ㅎㅎ

여튼 마나토는 무시무시하다는 일본 부동산 가격을 뚫고 최근 도쿄에 집장만을 했다. 

우리 조직은 각 나라마다 팀원들이 흩어져 있다보니, 

경조사가 생기면 온라인 카드를 써주는 것이 관행이다.

그런데 팀장이 마나토 집샀다고 축하카드를 써달라고 공지를 했더라. 

사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결혼같은 큰 경조사에만 카드 쓰지, 

집 샀다고 카드 쓴 거는 한 번도 못봤거덩. 

아무래도 내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팀장을 리포팅 해서, 

자신의 평판을 생각한 팀장이  하나 남은 팀원 Manato에게라도 잘해줄려고, 

무리하게 추진한게 아닌가 싶은데, 

사실 이런 맥락을 아는 건 나밖에 없다 말이지.

팀장이 카드 써달라고 공지한 건 한달쯤 전이라, 

이미 카드 받은 줄 알고 Manato에게 집 산 거 들었다규, 

카드 받았냐고 그랬더니 그런게 있냐고 하더라. 

팀장이 아직 안 줬나바. 

그래서 어머...써프라이즈였구나...나는 이미 준 줄 알았지 하고

팀장이 이러저래 준비했다고 하더니 이 포인트, 

아니 집사는 거 가지고 뭔 카드를 돌려,

난 집산거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은뎅, 

팀장이 급하긴 했나 보네, ㅋㅋㅋㅋㅋ 

나는 그거 받기도 싫은데,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둘이 한참 키득키득 거림. 

역시 동료란 소중한 것이다. 

동료없이 사는 후리랜서의 삶.......

무섭고 두렵긴 한데,

이 회사 재직하는 동안 1인 function으로 단련되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2. 투안경 시스템

노안 대비 도입한 투안경 시스템은 생각보다 아주 유용하다. 

그동안은 가까운 게 안보이는 건 물론이고 모니터 글자가 보이기는 하는데 눈이 시려울 떄가 많았는데, 

새로 장만한 데스크용 안경은 모니터도 안정적으로 잘 보인다. 

새 안경 맞출 때 가까운 게 더 잘 보이지만 모니터는 흐릿하게 보이는 걸루 할지

도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안경사 조언에 따라 약간 애매한 도수를 선택해서

스마트폰이 엄청 잘 보이는 건 아니지만 모니터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다만 워낙 물건을 잘 흘리고 다니기 때문에, 

데스크용 안경도 안가지고 다니거나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은데

89만원짜리 린드버그를 하는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긴 하다.  

근데 린드버그 안경은 가볍고 튼튼하고 진짜 좋드라. 이래서 린드버그린드버그 하는구나 싶었음. 

 

3. 개백수 라이프 체험

오늘은 연차를 내고 쉬는 날.

느지막히 일어나 딩굴딩굴 대다 

속절없이 시간 흘려보낼까봐 짐짜서 동네 도서관에 왔다. 

생각해보면 이 회사에서는 연차를 내도 항상 불안했고

한번도 맘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 

일은 언제나 산더미같이 끝도 없이 쌓여있고 

백업이 없으니 뭔가 급한 요청이 들어올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급여 수준을 생각하면 이런 정도의 스트레스는 감수하는 것이 당연한 건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정상이 아니었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진작에 때려쳤어야 했는데.....

오늘은 상황도 상황이고

진짜 신경쇠약에 노이로제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

회사 메일을 쳐다도 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이 좀 덜한 편이다. 

나는 이지경이 될때까지 항상 일을 해야 된다는 압박에 시달렸는데, 

이 사안을 아는 모든 사람들, 

지금 회사 사람, 예전 회사 사람, 그림터 사람들, 가족, 상담썜 등등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네가 여기서 더 잃을게 뭐냐고

일따위 신경쓰지 말라구 했다.

그래서 아 그렇구나 이제 일은 될때로 되라지 해야하는 거구나 했다. 

역시 내가 그건 정상이 아니었음. 

언능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4. 

개백수의 미래를 예감하고

올해초에 무슨무슨 평가위원 포지션 두 개에 지원 했는데, 

두 군데 모두 선정됐다. 구래. 역시 나의 경력과 평판. 쿠훗훗. 

전문위원 위촉식을 하는데 대표로 위촉장 받아달라구도 했다. 

그래 내가 뭐 진짜 할일 암 것도 엄는 건 아니지. 

이제 적게 먹고 적게 살아야지. 

 

5. 

다음주 월요일에는 인사팀 헤드랑 약속을 잡았다. 

- 3개월 말도 안됨

- 노무사 만났는데 당신네 절차에 근로기준법상 다퉈볼만한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

- 바쁘신데 일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3개월 더 주고 쇼부 봅시다. 

- 아니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꺼고 회사도 계속 다닐꺼임. 

- 난 아쉬운 거 없수다. 우훗훗....

....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4천만원짜리니까 한번 가져야할 대화인 건 알겠는데

확률이 사실 20%정도니까 실제 기대값은 천만원인데..

천만원 정도면 그냥 포기할만하지 않나. 

이번주에 상담 선생님과는 이 대화가 왜 이렇게 두렵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해봐야겠다.

대화를 생각만 해도 넘 스트레스 받는다.  

근데 Manato도 3개월은 말도 안된다고, 당연히 거절하고 당국에 신고하라구, 

네가 직접하면 스트레스 받을 거니까 변호사 고용해서 하라구 했음. 

Manato는 항상 변호사 고용하라고 하더라.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내 멘탈임. 

 

6. 

여러분 좀 지겨우시죠. 

이제 거의 다 왔습니데이. 

월요일 인사팀 헤드와 면단 잘 끝나면 7월말일까지 다니고 서로 갈길 갈 예정입니다. 

잘 안되면 이제 진흙탕 싸움 시작하는 거임. 

고용노동부 신고 가즈아~~~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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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카테고리 없음 2024. 6. 26. 21:53

야심차게 추진한 병가 카드가 안 먹혔다.

화요일에는 회사에 갔더니 사람들이 3일은 잠을 못 잔 사람 같고 넋이 나간 것 같다고 일이고 머고 다 때려치고 휴가내라고 해라 반차 내고 집에 갔다.

수요일에는 출근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오후에는 재택을 했다.

내일도 연차 내고 쉴려고 하고 모레도 쉴 것 같다.

당근 영어 모임에 갔는데 사람들이 나보고 좀 멘탈이 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별로 안 친한 사람들까지 그래서 깜놀함.

난 내가 멀쩡한 줄 알았는데

뭔가 제 정신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이런 때는 어디 나가거나 누구 만나지 말고 집에 있어야더ㅣ는데 괜히 당근 모임 가쏘.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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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카테고리 없음 2024. 6. 23. 09:38

1.
독서클럽에 갔다. 재미는 있는데 웬일인지 예전만큼 재미가 없어졌다.
실직이라는 인생의 큰 위기에서 모르는 사람만나 책 애기하는 것 만큼 쓸데없는 게 있을까 싶을 정 도로다가
이번 일 이후로는 웬일인지 모든 것이 좀 시들해졌다. 
이렇게 큰 일이 생겼는데 독서클럽 나부랑이가 무슨. 
게다가 독서클럽 회원들은 다들 멀쩡한 직장들 잘 다니다보니 웬일인지 주눅도 좀 듬. 
어린 애들 보고도 그들이 멀쩡한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눅드는 늙은 내가 더 싫어. 

2.
3개월 정도 한달에 두번정도 꾸준히 모인 전문가 자문반에 가서
(나름 업계 네임드만 모인 작업반임)
회사 넘 힘들어서 떄려치울거라고
7월중에 정리 예정이라고 했더니 이런 저런 많은 조언들을 해주었따. 
조언들은 크게 격려, 꿀팁, 일거리 제안으로 나누는데, 
[격려]
이를테면 물미역 이사님 정도면 절때 걱정을 말아라, 일 많이 들어올거다. 
나도 첨에 회사 관둘 때 그랬다. 1년뒤에 보자. 일 엄청 많아져 있을거다.  
[꿀팁]
회사 재직하고 있을때 조달청 과제평가위원으로 등록해둬라.
창업지원센터 가면 되니 괜히 공유오피스에 돈 쓰지 말아라.
실업급여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은 하면 안되고 전문가 자문비는 실업급여 수급기간 끝나고 받아라. 
[일거리]
하반기에 이런저런거 예정인데 같이 하자. (교재 개발 + 강의)
하반기에 인증심사 많을 거다 등등
 
그래도 내가 이 바닥에서 오랜 세월 다져온 좋은 평판과 네트워크가 있고, 
피플매니징과 임원 네트워킹이 주요 이력인 관리형 임원이 아니라
실무랑 알바 꾸준히 해 온 실무형 임원이라 이런저런 실무 투입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회사 다니는게 제일 좋기는 하지만....
실직 후 1년간은 생활비 번다는 개념으로 월 300만원해서 연간 최소 4천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모야..그니까 연봉이 육분의 일로 줄은 거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ㅏㅏㅏ...
그래도 연봉 4천만원이면 감지덕지지. 아무렴. 그렇고 말고. 
아파트 제외하고 퇴직금 포함 현금 자산을 최대한 축내지 않고 사는게 일단 최대 목표다. 

3. 
충격과 공포가 좀 가시니,
실직의 좋은 점들에 대한 인식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래 내가 진짜 직장생활 25년하면서
작년에 병가 딱 한달 쉰게 젤 많이 쉰건데(그것도 병가 3개월까지 되는 걸 후딱 돌아옴)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쉬겠냐. 
내가 할 일이 아예 업는 것도 아니고
맘편히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분명 설레이는 것ㄷ 있음. 우훗훗. 

4. 계획
마지막 출근일은 내맘대로 일단 다다음주 금요일로 생각하고 있다.
다다음주 금요일에는 롯데마트 반클리프앤아펠가서, 
퇴사 기념으로 알함브라 목걸이(싯가 415만원) 일단 살 예정. 
여튼 퇴사하기로 맘 먹으니 일이 너무 하기 싫어. 
이게 무슨 의미야. 

5. 에너지

일요일 아침에는 운동하러 Gym에 갈까 올팍을 갈까 30분정도 고민을 하다
전날 비가 와서 대기가 상쾌하고 날씨도 흐려서 갈만한 것 같아 간만에 올팍을 갔다. 
일요일 올팍에는 러닝 행사가 있어서 가서  식후 행사로 비와이가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비와이는 별로 안 조아하지만 행사장에서 공짜로 나눠주는게 많기 때문에
뭐 주워먹을만한 거 없나 하고 기웃대다 파워에이드 한병 득템했다.
마침 산책하느라 목이 말라서 엄청 유용하게 마셨다.



온 김에 비와이 공연도 봤는데 역시나 딕션이 참 좋아. 
한자한자 똥글똥글하게 발음하는게 분명한데도 워낙 빨리 랩을 하니까 뭔소린지는 잘 모르겠더라. 
비와이 노래는 잘 모르는데도 호응하는대로 뛰고 공연장에서 뿌려대는 물도 맞고 했더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나처럼 우울로 에너지가 바닥인 사람의 기분도 일시적이나마 끌어올리다니
대중가수들의 에너지란 대단한 거구나 싶었음.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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