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
주말에 할 일이 한 가득인데도,
눈뜨자마자 쇼파에 누워 쇼츠보다,
결국 하루 종일 소파 밖을 벗어나질 못했다.
아무래도 이번 주 넘 피곤해떠.
담주는 더 피곤하겠지.
그래도 담주만 지나면 좀 괜춘해지려나.
2. 꽃게
꽃게가 제철이라 마트에서 싱싱한 활꽃게를 엄청 싸게 팔고 있었다.
꽃게는 먹기 번거러워서 평소에 잘 먹지도 않으면서
'싸게'파는 '제철'음식이라하니 눈이 돌아서
어떻게든 사오려고 심사숙고를 하지만,
도저히 생물 꽃게와 사투를 벌일 자신이 엄서서,
매번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이다.
담주에는 꼭! 꼭! 꽃게사서 손질해서 쪄먹어봐야지.
꽃게다리는 꼭 잘라서 냉동해뒀다가 라면에 넣고 끓여먹어야지.
3. 일요일 아침

토요일에 넘 폐인같이 산 것 같아서,
대오각성하고 간만에 조깅을 했다.
일요일이라 여유가 있어서 한강으로 나갔다.
한강 조깅 넘 조음.
조깅다녀와서 씻고 간단히 그릭요거트랑 무화과 먹음.
4.
예전 회사 팀원들과 간만에 브런치 모임이 있어서,
준비하고 나가기 전에 유튜브하면서 잠깐 업무를 보아따.
요즘 유튜브 교양 영역은 바야흐로 민음사 편집자 김민경의 시대더라.
내 알고리즘은 주구장창 리센느 내지는 혐오물만 띄우느라서
그녀가 알고리즘에 하나도 안떴는데,
나 빼고 이시대 교양있는 지식인들은 다 보고 있는 모냥이라 ,
나도 검색해서 함 봤더니 유튜브 알고리즘도 10%의 비율로,
김민경 컨텐츠를 띄워줘서 간혹 보고 있음.
오늘 본 김민경의 컨텐츠 과로특집이었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RVdo9DC7wKc&t=205s
역시 인생은 과로하는게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그간 일많다고 징징댄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워라밸은 뭔 얼어죽을 워라밸.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
5.
거의 일여년만에 예전 팀원들 만났는데,
애들이 글쎄 서프라이즈로다가 뷰티 디바이스를 생선으로 주었다.
나는 뷰티 분야는 완전 문외한이라 뭔지 잘 몰라는데,
알고보니 무려 20만원이 넘는 엄청 비싼거여서 깜놀했음.
나는 비싸봤자 몇만원하겄지 싶었는데.
밥이라도 내가 우겨서 사서 다행인긴 한데,
나중에 더 비싼 밥 사줘야히 했다.
6.
간만에 만난 팀원들은 직장에서 나름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일하고 있었는데,
가장 일을 잘했던 팀원은,
지금 회사 팀장의 성희롱성 행동에 내내 스트레스를 받다가
단호하게 한번만 더 이러면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그 뒤로는 팀장이 사소한 걸로 트집을 잡는
직장내 괴롭힘이 엄청 심해셔서 아주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멀쩡한 회사에서도 아직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사회 생활이란 것이 녹록치가 않다.
7.
팀원들과 2차로 차를 마시고 나니
웬지 또 기가 빨려서
집에 돌아와서 또 술을 마시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첫직장 친구 한명이 전화로 자기 자랑과 함께 일못하고 나타한 나에 대한 꾸짖음을 일장 늘어놓았다.
그래서 꾸역꾸역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빨래를 돌리고 책상에 앉으니
어느덧 저녁 6시가 훌쩍 넘어 있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
주말 이틀을 이렇게 맥없이 날리다니.
장난하냐. 진짜.
8.
알고지낸지 10년쯤 된 변호사 A씨가 추석 선물을 보냈더라.
정확히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도 추석 선물을 두 군데서 더 보냈따.
꽁짜는 양잿물도 좋아라하는 나지만,
이 선물의 사회적 의미와 이에 대한 나의 처세에 대해
토큰을 쓰자니 넘 피곤해서 그냥 안받고 말고 싶다.
하지만 꽁짜는 일단 받고 보자는 알고리즘이 이미 넘 강력해서,
쿨하게 거절을 못하는 나란 사람.
마치 길에서 나눠주는 싸구려 행주하나 물티슈 소포장 하나,
심지아 사탕하나까지 버리지를 못하고
먹지도 쓰지도 않을 것을 집으로 기어이 가져오고야 마는 나...를 한타할 시간에 일해야지.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