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간 1500건의 평가를 해야 하는 지옥의 시즌이 마침내 도래하였다.
술을 줄이고 놀 생각을 아예 버리고 평가 기계로 모드 전환을 해야 할 때이다.
연말이 되어 사업 마무리 시즌이라 그런지 외주 업무도 대폭 증가하였다.
물론 우리 회사 사업도 마무리에 몰려서 넘 바쁘다.
회사 실장은 다시 업무 과몰입에 따른 주화입마 초기 단계에 진입하였다.
3주후에 있을 대형 외부 행사만 끝나면 다시 정상인 모드로 돌아오겠지만,
이 시기에는 옆에서 내가 먼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냥 하라는대로 놔둘 뿐이다.
어쨌든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거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발 눈물바람없이 끝났으면 좋겠다.
이 친구와 함께 일한 일년반동안 우는 걸 한 예닐곱번은 본 것 같다.
첨에는 나도 웬지 찡해서 같이 울었지만, 이젠 긍가보다 한다.
이번주부터 새로 출근한 경력직 B양은 정신없는 회사 분위기에 약간 당황한 듯 한다.
환영차 점심 회식을 하면서 항상 이렇지는 않고
요즘이 좀 유독 바쁜거고 연말만 지나면 괜찮을거라고 했더니
이제 근무한지 1년정도 되는 신입직원 A양은,
이것만 지나면 괜찮을거라고 하신지도 벌써 수개월째라고 항상 바쁘다고 했다.
그래도 가급적 야근은 안 시키려고 하는데, A양도 신입인데 경력처럼 넘 바쁘게 일했지싶어 좀 미안했음.
여튼 새로 출근한 B양은 96학번의 현정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현정이보다 3.5배정도 더 예쁘고 사회성은 두 배쯤 좋은 것 같기는 한데,
뭐랄까 불필요한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제거되고 굉장히 효율적 사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멀쩡히 다니던 중견 IT 기업의 정규직 자리를 때려치고,
울 회사에 정규직 전환도 불확실한 계약직으로 굳이굳이 오겠다고 하길래,
고마우면서도 확실히 의아하긴 했는데 과연 잘 적응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회장은 우리 회사 관련하여 올해 안에 결정할 게 있다고,
자기랑 친한 사람들과 자문 그룹을 꾸리더니
뭘 결정할지도 안 알려주고 신경쓰지 말라며 회의도 오지 말라고 했다.
아니 우리 회사에 관한 걸 결정하는 건데 신경쓰지 말라는게 말이 되냐.
솔직히 노골적으로 나를 무시하는 태도는 상도를 아득히 넘었지만,
세상에는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고 화를 내봤자 해결되지도 않고 나만 손해기 떄문에,
그냥 일이 발생하면 대처를 할 요량인데,
지근거리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함을 내 인지체계가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넘 심하게 느껴서 말이야.
오늘 적어도 평가 10개는 해야지 납기일을 맞출텐데.
퇴근하면서 머리속으로 이번주부터 주말까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외주 업무 스케줄을 잔뜩 잡아놨는데,
집에 돌아와 메일을 열어보니 납기일이 다음주 월요일인 새로운 외주 업무가 떡 하니.
그럼 안한다고 하면 되잖아.
그럴수는 엄서. 왜냐하면 우리 회사와도 직접적 관련이 있는 외주 건인데
이번에 안한다고 하면 앞으로도 계속 빠질 수 있다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