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술은 사무실에서 마시는 술이 짱이구나.

광화문 사무실에서

야근을 앞두고 저녁 겸 해서 책상에 앉아 파파이스에 맥주 두 캔 마셨더니

집에서 혼술 할 때처럼

마냥 퍼져서 바로 눕지도 않고,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약간 알딸딸해진 상태로 

바로 업무에 착수할 수 있고

완전 좋은 거였어.

물론 생산성은 담보 못 하지만서도, 

설사 아무런 일을 안하고 가더라도

일단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느라 움직일테니

술먹고 바로 눕는 집 혼술보다는 여러모로 낫지 모야. 

이제 평일 혼술은 사무실에서 해야지. 데헷.

2.

오늘은 우리 회원님 중 한분이 같이 점심 사준다고 해서

직원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일대일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과의 식사는 언제나 넘 힘들다.

호의적인 상대라면

그 호의가 사라지지 않도록 잘보이고 싶어 애를 쓰게 되고

적대적인 상대라면 말해 모해.

게다가 호의적이든 적대적이든

일단 잘 모르는 사람과 식사라는 지극히 개인적/사회적 행위가 결합된, 

최소 한시간 이상의 동석이 필요한 자리 자체가 

나같은 내향인에게 넘 스트레스.

근데 그게 업무라니.

업무라니.ㅜ.ㅜ

하지만 물론 대부분의 상대방은

자신의 상황도 가열차서

호의든 적대든 나에게 쓸 관심 자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 순간이 되면 넘 힘들.

게다가 그게 일이라니. ㅜ.ㅜ

3.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럴거면 차라리 칼퇴해서 집에 가서 조깅하고

씻고 산뜻하게 퇴근 후 업무 루틴으로 시작....할 리가 없잖아. 

매번 안하면서 왜 매번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는 나라는 존재라니.

4. 

광화문은 좋은 곳이다. 

송파-강남-여의도 등등 서울시내 핵심 오피스 지역에서 모두 근무해봤지만

그 중 으뜸은 광화문이야.

근데 2000년대 광화문과 2020년대 광화문은 또 달라서.

사실 천지 개벽 수준이지......

....아...역시..일을 글렀구나.

어차피 혼술하고 일 안할꺼면 그래도 사무실 혼술이 낫지.

5.

생각하노라면 30년이 가까워지는 직장생활동안, 

다양한 관계에서 다양한 연령과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왔고

적의와 호의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었지만

적이든 친구든 혹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한결같이 입을 모아 애기하거나

최소한 부인할 수 없는 평가는

뛰어난 전문성/성실함/책임감이었다는 것.

아니 그러면 그게 나라는 사람 아님.?

그런데도 나는 이토론 나에게 근본적인 의구심이 매우 강하게 드는걸까.

아. 졸려. 역시 맥주는 한캔만 마셨어야 되는데.

야근을 앞두고 술없이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사무실 루틴을 찾아야겠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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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카테고리 없음 2026. 9. 27. 11:47

1.

연휴 전날 직원들은 오전 근무만 시키고 퇴근시켰다. 

공공기관에 다닐때도, 외국계 기업에 다닐 때도, 

연휴 전날에 조기 퇴근을 기대했었는데

꼭 당일 오후가 되어서야 부서장 재량으로 비공식적으로 알음알음 일찍 가던 기억에, 

이번에는 그 전날 오전 근무 정책을 발표하였다. 

아직도 나는 중간 관리자와 대표자의 그 어딘가를 맴돌고 있는 듯.

여튼 세상에서 가장 맘이 편한 날은 연휴 시작 전날 오후 퇴근길 인 듯. 

2.

업무를 하다보면

얼굴과 이름이 아예 가물가물해서,

평소라면 평소 아예 연락도 하지 않았을

애매하게 알고 있던 사람과도 직접 연락을 할 떄가 종종 있다. 

나는 그들을 잘 모르는데

그들은 이래저래 나의 행보를 알고 있더라. 

그러면서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근황을 물을떄마다, 

아, 진짜, 넘 바쁘고 힘들어요..라고 징징대는데,

한결같이 아니 왜요...거기 좋지 않아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아, 

위화감이 느껴진다. 

위화감은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신호라서, 

나는 이렇게 엄청 힘들고 바쁜데 그들은 이 포지션을 개꿀이라고 보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나도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는 완전 개꿀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 

사실 맘먹고 여유를 가지자면 끝없이 여유를 가질 수도 있기는 해. 

개꿀일 수 있는 포지션을 지옥의 고난길로 기어이 만들고야 마는

내가 여러모로 문제다. 매사 그렇듯이 말이다. 

3. 

명절 연휴에 서울에 있을 때는 보통 언니네 집에 가서 밥을 먹는데, 

이번 설날에는 우리 집으로 언니네 가족이 왔더랬다.

근처 가성비 좋은 횟집에서 회를 뜨고 나의 특제 돼지갈비구이를 만들어주었는데,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형부와 조카가 맛있게 먹어서 어찌나 뿌듯하든지.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만든게 아니라, 

당근 회원님들과 홈파티 할 때 회원님 한분이 만들어준 등갈비 구이 레시피를

여러번 시행 착오를 겪으며 나 스스로 디벨롭한 것이라 뿌듯함이 배가 됨. 

돼지갈비를 한 입 크기로 썰어서,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간장, 설탕, 꿀,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전분을 넣고 조물조물한 뒤에

에어프라이어에 175도(설탕과 꿀이 들어가 180도 하면 탐)에, 

13분(15분 하면 탐)돌리다가 뒤집어서 9분(10분 돌리면 탐) 돌리면 되는 아주아주 간단한 레시피인데, 

진짜 짱 맛있. 

엄마의 닭도리탕처럼 나도 나만의 레시피가 생겨 성숙한 어른의 길에 한 계단 오른 것만 같은 느낌.

4. 

여튼 안봐도 비디오지, 

나흘간의 추석 연휴 중 사흘은 아침부터

유튜브/넷플/쿠플을 돌려보다가 술먹다가 자다가 다시 눈떠서 술먹다 자는 폐인같은 생활을 반복햇다. 

역시 나는 혼자 있으면 안되. 

백수가 되면 더더욱이 안되. 

최대한 회사 오래 다녀야지. 

5.

이틀을 이렇게 지내고나니 위기감이 들어, 

뇌를 정화하고자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을 보러 간만에 극장 나들이를 했따.

2주 후에는 넷플릭스에 풀린다지만, 

상영시간이 세시간 가까이 된다길래 집에서 보면 집중해서 보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데뷔작 <오아시스> 때부터 그랬지만 이감독의 작품은 장편소설을 읽은 기분이 들 정도로

항상 서사와 장면의 밀도가 높은 편인 것 같은데, 

이번에도 세시간 가까이 전혀지루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봤네. 

담담한 연출인데도 이렇게 흡입력이 있다니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있겠지만, 

오히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배우들의 단독씬에서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연출능력이 대단하긴 한 것 같다. 

간만에 해고 노동자들을 다른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은근 마음이 불편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때와 달리 그들을 완전히 타자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과 나는 계급이 달라, 그들의 계급에 속하고 싶지 않아 라는 우월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이 

현재의 나 자신임을 꺠닫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나름 진지하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만 같은 대학 시절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면서

언듯 정체성에 혼란도 오고,  

더욱 무서운 것은 어쩌면 대학생 떄조차 나는 지금과 같은 우월감과 불안감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 해한 거지. 

확실한 것은 대학생 떄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희미하고 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6. 

그리고 영화 예매할 떄보니

19금 영화라 신분증 확인한다고 대문짝하게 써있길래, 

초반부터 조인성과 전도연간 성적 긴장감도 느껴지고 해서 

넘 야한 장면 나올까봐 웬지 긴장하면서 봤는데

세상 담백해서 이게 당최 왜 19금이지 할 쯤에, 

전도연이 갑자기 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들길래 수긍을 했음. 

근데 전혀 예상을 못해서, 

가뜩이나 조용한 영화관에서 혼자서 "어머어머"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지 모야. 

갑자기 거침없이 옷 벗어서 깜딱 놀랐는데, 

전도연이 그 나이에도 몸매가 넘 좋아서 두 번 놀람. 

감독이 의도한 것은 전도연 몸매는 아니었겠지만 여튼 넘 부럽. 

물론 그 뒤로 조인성도 같이 바다에 들어오고나서야, 

그 장면이 이해가 됐지만 여튼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라 아니할 수 있음. 

그 밖에는 전도연이 조여정 가방의 가격을 확인하는 장면이랄지, 

고급진 옷을 지적하는 장면이랄지, 

에..또...지금 생각해보니 첫 장면에서 아들이 하늘로 띄어올린 콘칩 빈봉지가, 

맥없이 바닥에 떨어져 도로를 달리는 차들 사이에 짓밟히는 장면이라

영화가 비관적일건가 싶었는데, 

끝장면은 또 달을 비추며 끝나는 걸 보면 그래도 나름 희망적 메시지인가 싶기도 하고...

역시 좋은 영화는 반추를 하게 만든다.

근데 내 뇌는 쇼츠에 이미 넘 녹아서 반추를 할 여력이 없다는것을 여실히 꺠달음.

7. 

나흘째는 정신을 차리고 언니와 모닝 산책을 함. 

코스모스 계절이 도래하였습니다. 

가을이에요. 가을. 

 

8. 

산책을 마치고 동네 까페 와서 일하는 중. 

언제나 그렇듯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은, 

출근 전날부터 일하는 것이다. 

오늘도 할 일이 겁나 많아. 

일은 언제나 겁나 많아. 

다 내 탓이야.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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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카테고리 없음 2026. 9. 13. 18:42

1. 토요일

주말에 할 일이 한 가득인데도, 

눈뜨자마자 쇼파에 누워 쇼츠보다, 

결국 하루 종일 소파 밖을 벗어나질 못했다. 

아무래도 이번 주 넘 피곤해떠. 

담주는 더 피곤하겠지. 

그래도 담주만 지나면 좀 괜춘해지려나.

2. 꽃게

꽃게가 제철이라 마트에서 싱싱한 활꽃게를 엄청 싸게 팔고 있었다. 

꽃게는 먹기 번거러워서 평소에 잘 먹지도 않으면서

'싸게'파는 '제철'음식이라하니 눈이 돌아서

어떻게든 사오려고 심사숙고를 하지만, 

도저히 생물 꽃게와 사투를 벌일 자신이 엄서서, 

매번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이다. 

담주에는 꼭! 꼭! 꽃게사서 손질해서 쪄먹어봐야지.

꽃게다리는 꼭 잘라서 냉동해뒀다가 라면에 넣고 끓여먹어야지.

3. 일요일 아침

토요일에 넘 폐인같이 산 것 같아서, 

대오각성하고 간만에 조깅을 했다.

일요일이라 여유가 있어서 한강으로 나갔다. 

한강 조깅 넘 조음.

조깅다녀와서 씻고 간단히 그릭요거트랑 무화과 먹음.

4.

예전 회사 팀원들과 간만에 브런치 모임이 있어서, 

준비하고 나가기 전에 유튜브하면서 잠깐 업무를 보아따.

요즘 유튜브 교양 영역은 바야흐로 민음사 편집자 김민경의 시대더라.

내 알고리즘은 주구장창 리센느 내지는 혐오물만 띄우느라서

그녀가 알고리즘에 하나도 안떴는데, 

나 빼고 이시대 교양있는 지식인들은 다 보고 있는 모냥이라 ,

나도 검색해서 함 봤더니 유튜브 알고리즘도 10%의 비율로, 

김민경 컨텐츠를 띄워줘서 간혹 보고 있음. 

오늘 본 김민경의 컨텐츠 과로특집이었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RVdo9DC7wKc&t=205s

역시 인생은 과로하는게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그간 일많다고 징징댄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워라밸은 뭔 얼어죽을 워라밸.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 

5. 

거의 일여년만에 예전 팀원들 만났는데, 

애들이 글쎄 서프라이즈로다가 뷰티 디바이스를 생선으로 주었다. 

나는 뷰티 분야는 완전 문외한이라 뭔지 잘 몰라는데, 

알고보니 무려 20만원이 넘는 엄청 비싼거여서 깜놀했음. 

나는 비싸봤자 몇만원하겄지 싶었는데. 

밥이라도 내가 우겨서 사서 다행인긴 한데, 

나중에 더 비싼 밥 사줘야히 했다. 

6. 

간만에 만난 팀원들은 직장에서 나름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일하고 있었는데, 

가장 일을 잘했던 팀원은, 

지금 회사 팀장의 성희롱성 행동에 내내 스트레스를 받다가

단호하게 한번만 더 이러면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그 뒤로는 팀장이 사소한 걸로 트집을 잡는

직장내 괴롭힘이 엄청 심해셔서 아주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멀쩡한 회사에서도 아직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사회 생활이란 것이 녹록치가 않다. 

7. 

팀원들과 2차로 차를 마시고 나니 

웬지 또 기가 빨려서

집에 돌아와서 또 술을 마시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첫직장 친구 한명이 전화로 자기 자랑과 함께 일못하고 나타한 나에 대한 꾸짖음을 일장 늘어놓았다. 

그래서 꾸역꾸역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빨래를 돌리고 책상에 앉으니

어느덧 저녁 6시가 훌쩍 넘어 있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 

주말 이틀을 이렇게 맥없이 날리다니. 

장난하냐. 진짜. 

8. 

알고지낸지 10년쯤 된 변호사 A씨가 추석 선물을 보냈더라. 

정확히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도 추석 선물을 두 군데서 더 보냈따. 

꽁짜는 양잿물도 좋아라하는 나지만, 

이 선물의 사회적 의미와 이에 대한 나의 처세에 대해

토큰을 쓰자니 넘 피곤해서 그냥 안받고 말고 싶다. 

하지만 꽁짜는 일단 받고 보자는 알고리즘이 이미 넘 강력해서, 

쿨하게 거절을 못하는 나란 사람.

마치 길에서 나눠주는 싸구려 행주하나 물티슈 소포장 하나, 

심지아 사탕하나까지 버리지를 못하고

먹지도 쓰지도 않을 것을 집으로 기어이 가져오고야 마는 나...를 한타할 시간에 일해야지. 일.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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