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갈등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진다.
확실히 나는 폭력적 기질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윤씨 집안의 면면에 폭력 DNA가 내재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반면 우리 직원은 똑같은 상황에서 울더라. 아무래도 선비 집안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여튼 기질이 다른 두 사람에게 정상적 사회적 매너를 벗어난 극단적인 감정적 반응을 유발해내고야마는,
이 극심한 스트레서의 상황이 안전한 근로 환경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명확하다.
이 같은 나쁜 근로 환경이 만들어진 주적은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나다.
경영진이 나와 직원들의 수고로움을 알아주기는 커녕,
예기치 못한 사고를 나와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그 와중이 인력 이탈마저 발생하는 이런 상황은,
결국 내가 조직 관리를 잘 못한 탓인것이다.
조직 관리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내 개인의 전문성이나 성실함, 책임감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 듯 하다.
생각해보면 지난 번 회사에서도 결국 경영진과의 정치적 영역을 잘 해소하지 못해서 힘들었던 건데,
지금은 파급효과가 직원들에게까지 영향이 가니까
아무래도 모두를 위해 회사를 관둬야겠다고 심각히 고민 중이다.
나름 이 업계에 오래 몸담은 사람으로써 사명감을 가지고 인생을 갈아넣었지만,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일할 수 없다.
그래서 임전무퇴 패치를 깔아두었다.
당장 떄려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고 정신 건강을 위해 당장 관두어야하지만
최소한 연말까지는 버티고 절대로 먼저 관두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인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좆소든 어떻든 나는 어떤 집단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순전히 내 개인의 안녕을 위해서 지금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바지사장이 내가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려고
차곡차곡 증거를 모으고 있는 것 같아서 조만간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연말까지다. 연말까지만 버티자.
2.
그런고로 한동안 꾸준히 했던 조깅도 요즘은 통 못하고 있다.
조직에 정이 떨어져서 가벼운 우울증이 온 것도 같다.
그래서 다시 혼술에도 손을 대고 있다.
당근 영어 모임 회원님들과 한 홈파티에서 남은 막걸리나 맥주라던지,
아빠가 마시다가 놓고간 소주 등등을 죄다 다 마셔버리고 있다.
그래도 웬만하면 새로운 술을 사지 않으려 하고 있음.
그래도 주말에는 와인정도는 마시기는 할 것임.
회사일로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건강마저 잃으면 진짜 너무 큰 손해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깅은 꾸준히 해야되는데
도저히 그럴 의욕이 생기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우울증이 맞기는 해.
정신이 건강하면 이런 일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을텐데.
역시 멘헤라의 기질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멘헤라보다는 갸류 스피릿이 필요한 떄인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