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밥먹다 몇 개월 전에 치과에서 덮어 씌운게 빠져서 치과에 갔다.
치과 썜이 '이유를 막론하고' 무료로 다시 씌워준다고 했다.
스케일링도 꽁짜로 해주셨따.
응대가 다소 투박한 동네 치과지만 그래도 정착할만하다.
뭣보다 사무실이 있는 공유 오피스와 같은 건물이라 엄청 편리.
치과도 가까운 곳이 좋음.
울 아파트 상과에도 치과 있지만 넘 삐까뻔쩍하고 상담실장도 있는 뭐 그런데라,
있는 것만으로도 웬지 바가지가 절로 씌워지는 느낌이 들어.
동네 단톡방에는 친절하다는 평이지만
너무 매끈하고 빛나는 것에는 막연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나는 옛날 사람.
2.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평가 회의가 있어서 갔따.
이 대학은 처음 와보는 곳인데 학교가 이쁘고 조용하니 좋더라.
캠퍼스에는 노란 은행과 단풍도 곱게 들어 있뀨.
역시 대학 특유의 조금 나른한 바이브가 젤 맘이 편해지는 것 같다.
3.
오늘의 평가위원 중에는 딜로이트 컨설턴트가 있었는데
애가 똑똑하니 괜찮더라.
근데 외모에 뭔가 좀 이상한게 있어서 뭔가 했는데
전반적으로 퉁퉁한 인상에 속눈썹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이었음.
요즘 일땜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종종 아는 사람들이 겹칠 때가 많은 걸 보면
역시 대한민국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므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함꼐,
잘난 사람은 어딜가나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잘난 척 하는 사람은 대부분 평판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꺠달을 때가 많다.
우리 회원사 임원 중에 똑똑하고 키크고 잘생긴 사람이 있는데
허우대가 워낙 멀쩡해서 어디 세워놔도 비주얼이 각이 나오고
심지어 목소리도 좋고 발표도 잘해서 발표 맡겨고 든든한 그런 냥반이라,
이런 냥반이 소위 알파메일이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인성마저 좋아서 나같은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도 친절히 대하는 것은 물론이요,
이런저런거 부탁하면 빠릿빠릿하게 적극 협조해줌.
여튼 잘나서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사람인데, ,
아니나 달라, 어딜가나 이 사람에 대해서는 좋은 애기 밖에 없음.
낭중지추가 이런거구나 해따.
3.
나는 넘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아이구...넘 하기 싫다..하고 한숨을 푹푹 쉬며 꼭 육성으로 말해줘야 직성이 푸린다.
좁디좁은 공유 오피스 사무실에,
같이 일하는 직원이 들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관리자로써 올바른 처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의식하면서도
넘나 하기 싫은 일을 접하면 도저히 멈출수가 없다.
울 직원이 딴데 가서, 이 상사는 진짜 이상하다,
일하면서 꼭 징징댄다라고 험담을 시작하더라도
모쪼록 그 끝은, 그래도 그 냥반이 아무리 징징대도 그 일을 기어이 해내긴하더라고 마무리되길 희망해본다.
4.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들을 다양한 업무와 외주일로 접하노라면,
이 넓은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생하게 느껴져서,
그래! 이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기는 하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거,
교육이나 패널 토론, 행사 진행 등으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거는
정말이지 매번 할떄마다 빠짐없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5.
시간이 나서 멍 때리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회사에서 할 이런저런 사업들이 절로 구상 그려진다.
연구소를 만들고 교육기관을 만들고,
교수진을 어떻게 꾸리고 커리큘럼은 어떻게 할건지.
연구주제들을 뭘 수행하고 어떻게 외부로 공표할건지
이런저런 그림들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자꾸 그려진다.
하지만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을 도통 구할 수가 없어.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다른 사람을 잘 못 믿음.
6.
광화문에서 업무상 저녁 약속이 있어서,
악속시간까지 풀바셋에서 멍 때리는 중.
폭풍의 10월이 지나고,
이제 겨우 좀 한숨 둘려서 주말에 반나절 정도그는 쉴수 있을지도 모르겠따.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이번 주말에 처내야 할 일이 교재 5개 정도 수정 보완하는 거지? 맞지?
이정도야 껌인데...
왜 시간이 남지.....불안하게 시리...어디가서 일을 더 받아와야 하나....
이번주에 외부 일정이 많아서 신경 많이 못 쓴 회사일이다 더 해야겠따.
오늘은 기업/정부부처/정부기관에서 엄선한 고위급들의 비공식 저녁자리인데,
멤바들을 나름 엄선했지만 이 중 대부분은 개별적으로 밥 한 번 먹은 친분도 없는 사람이라
분위기가 어찌 흘러갈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
누가 딱히 시키진 않았지만
웬지 내가 중간에서 이런 일종의 거간꾼 해야 할 것 같아,
일단은 자리는 마련해놨는데 영 아니다 싶으면 담부터는 하지 말아야지.
아. 피곤데쓰요.
나는 너무 피곤해.
그래도 오늘은 도우미 여사님 오시는 날이니까
집이 깨끗할테니 다행이다.
7.
오늘은 2025년 10월의 마지막날이다.
40대의 마지막 10월의 마지막날을
내가 이런 식으로 맞이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어.
미래는 역시 알 수가 없는 건데,
요즘은 간혹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코끼리 등을 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호랑이가 아니라 코끼리인 이유는 엄청 느려서,
내가 내려오려면 언제든 내려 올 수는 있기 때문인데,
한번 올라타면 어디로 흘러갈지 제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따.
40대의 마지막 10월,
나는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며,
더할나위 없이 피곤하다.
아. 피곤해. 증말.
이렇게 피곤한데 일 땜에 집에 갈 수 조차 없다니. ㅜ.ㅜ
유일한 낙인 사람들이랑 술먹기도 일이 되다니. 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