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처저차해서 기말 고사를 강남역 토즈에서 아침 아홉시에 보게 되었다.
미리 가서 못다한 공부도 할 겸
아침 여섯시 반에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일곱시쯤 강남역에 도착하였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한 강남역에는 인적이 드물었는데 개 중 어제 밤새 몇 차일지도 모를 술자리를 파하고도 쌩쌩한 얼굴로 아침해를 가르며 거리를 배회하는 일군의 몇몇 젊은이들이 있었다.

구래.
내게도 그런 꽃다운 시절이 있었지.
모든 것이 황금처럼 빛나던 시절.
그땐 내 손에 쥔게 무언지 몰랐지.
옆구리의 책는 그저 멋이었을 뿐.
지금 내가 너에게 왜 이런 얘길 하는지
그 까닭은 모르지만 곧 알게 될 터이고
나는 지금 고뇌와 불 속을 헤매는 자들과 함께
그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얘길 너에게 하는지
그 까닭은 모르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로 하고
속단은 금물이지만 내 너에게 말하거니와 *
따분한 날이 많았네. 시간 나는 대로 쏘다니다
마무린 언제나 술집
어떤 날엔 기억하기 위해 어떤 날엔 잊기 위해
그래 우린 늦가을 미친 바람처럼 그저 시간 나는 대로 거릴 쏘다니다
따분해지면 파티를 열고
소금에 레몬을 찍어 핥으며 데낄라를 들이켰지
어떤 날엔 기억하기 위해 또 어떤 날엔 잊기 위해
그렇게 술과 꽃등심의 나날은
들판을 가로질러 쉽게도 달아나 버리더군
어느새 내 육질은 늘어지고 파리한 얼굴에
귀밑엔 희끗한 터럭이 가득해
이제 양지나 사태 축에 속하는 나이가 됐지 그러나 아
나의 꽃은 시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아직도 나에게는 가야 할 길이 있음을
얼마나 좋을까
그때 헛되이 보낸 시간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우리가 술을 샀던 그 많은 돈을 지금 갖고 있다면
물론 부질없는 후회일 뿐이지
이제 알겠니?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저지른 일보다 저지르지 않은 일을 후회할 것이니
그러니 너 어서 떠나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파도 출렁이는 먼 바다로
고기 향수라도 뿌려줄까?
지금 내가 너에게 왜 이런 얘길 하는지
그 까닭은 모르지만 곧 알게 될 터이고
나는 지금 고뇌와 불 속을 헤매는 자들과 함께
그 고통을 겪고 있는데
속단은 금물이지만 내 너에게 다시 말하거니와
내 허리에 새겨진 핏빛 문신이 말해 주듯
내게도 꽃등심 같은 나날이 있었다는 것
자, 온몸에 고기 향수를 뿌리고 길을 나서라.
.......sal의 술과 꽃등심의 나날 가사는 정말 나이들수록 더 와 닿음.

쨌더나 밤새 술을 퍼먹고도 별반 쓰리지않은 위장으로 푸르스름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던 시절.


부럽다.

하지만 개네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란 걸 모를테니 다행이군.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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