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독거노인의 삶 2018. 11. 4. 22:41

영화 완벽한 타인 보고 왔는데, 

밤 시간대인데도 보헤미안 랩소디 저리가라 관객도 그득그득 찬 건 둘째치고 

올해 본 영화 중에서 최고로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빵빵 터질 정도로 완전 잼났는데, 

주변에 영화 감상을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쓸쓸한 마음이 자꾸 들어 

새삼스레 왜 그런가 싶었더니 즐겨 듣던 영화 팟캐 하나가 얼마전에 종료되었기 때문이었다. 

요새 자꾸 팟캐도 들을게 엄서서 헤매고 그랬던 게 그 영화 팟캐의 빈자리였던 것이다. 

회사 사람들도 그렇고 가족들도 그렇고 다 애키우느라 바빠서 도통 영화들을 보지 않는 관계로, 

영화를 봐도 감상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아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이 자기들끼리 애기하걸 무척 공들여서 훔쳐듣는 것이다. 

오늘은 다들 몹시 재밌다는 감상평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공감이 가는 멘트는, 

남친과 함께 온 어떤 여자애가, "한국 현대 소설이랑 비슷한 거 같아. 전개 같은게..." 라고 한  거랑, 

여자사람친구와 함께 온 거 같은 어떤 남자애가 "조진웅은 연기 스펙트럼이 한계가 있네. 유해진은 정말 웃기다"라ㅗ한 거.

조진웅은 심지어 아가씨에서 나온 캐릭터랑 성별이나 성격이 완전 판이하게 다른데도 딕션이나 말하는 톤이 뭔가 비슷한 부분이 느껴지더라구.

그래도 슈퍼히어로물이나 스릴러로 점철된, 극단적 설정들이 넘처나는 이 영화판에서, 

일상 밀착형이면서도 공감가는 이야기이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아 보는 재미도 충분한 이 영화가 얼마나 보석같은지 모르겠다.

소위 평론가들이 명작으로 꼽는 영화들처럼 심심하거나 지루하지도 않고 말이지. 

부부든, 가족이든 결국 본질적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인지라 쉬운 법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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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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