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데는 분명 떠나온 이유가 있었어.
내가 인생을 살다보니, 확실한 거 하나는,
먼갈 하나 얻으려면 먼갈 잃긴해야 된다는거야.
지금 고통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이건 뭔가의 변화를 위한거야
그 변화가 좋은건지 나쁠건지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경험은 일단 좋은거야.

다만,
나는 내치즈를 누가 옮겼네..어쩌네..따위의 레토릭을 정말 경멸해서.
내 지금 상황이 혹시 그런 거 따위를 방어기제로 삼아야되나 싶어서, 그랬던 것만은 아닌데,
여튼 잘 지낼 수 있을꺼야.


P.S 옛날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였는데,
청소하시는 용역회사 아주머니 분들에게 반갑게 인사해주자..뭐 그런 캠페인도 하고
포스터도 붙이고그랬거덩.
그게 나는 참 좋았거덩.
어제는 새 회사에서 야근하느라 늦게까지 사무실 있었는데,
밤 열시에 아주머님이 청소하고 다니드라고.
밤 열시에 담배 피러 나갔다가,
엘리베이터 타려고 기다리는데,
아저씨 세 분이 그 시간에 엘리베이터 닦으러 다니시더라구.
혹시 타도 되여...라고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엘리베이터 청소하시다가 죄송합니다...하고 내리시더라고.
아니. 왜 낮에 청소하면 되지, 왜 이 야밤에 사람들을 고생시키냐고.
그니까, 각박한 테헤란로가 넘 싫더라구.
밤값도 더럽게 비싸면서 맛도 없고..
가락동은 얼마나 아늑한데.
나는 여기에 속하는 사람이 아닌데.
새회사가 넘 그립다보니,
회사가 입주한 건물도, 위치도 너무 싫고,
그러다보니 내 인생 자체를 새 회사가 거부하는 느낌같은 걸루다 치닫고 했다.
그리운 가락동 정서여.

여튼 지금은,
13년간의 직장생활에 따른 피로를 기반으로,
이직 스트레스와 함께,  
할머님 돌아가셔서, 상 치르고,
엄마 수술 받고,
엄마 수술에 따른 집안 생활 기반의 붕괴에다가 
새 학기의 시작,
유럽 여행이 피로 등등이 겹쳐서 그런거야.
할머니 상 안치르고,
엄마도 수술 안하고,
유럽 여행도 안다녀오고,
대학원 새학기만 시작 안했어도,
이렇게까지 멘붕이 오진 않았을꺼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안고,
마침내 잘 지낼꺼야.

최소한 대학원 휴학의 유혹이 몹시도 강하게 들지만,
어느것도 포기안하겠따!

이직은 입사 초기의 시행 착오를 용인 될 것으로 생각하고, 
엄마 수술 징후는 좋으니까 시간만 지나면 회복될 것이므로, 
그나마 자식들이 수술비 댈 수 있는게 어디냐라고 생각하고, 
엄마의 부재로 붕괴된 가사는 가사 도우미를 쓰면되.
수업 준비 미리 못해가서 쪽팔리든 말든 대학원 수업은 일단 출석이라도 하면 되고,
인제 술 적게 먹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서 체력관리만 하면,
어떻게든 이 시기를 견딜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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