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전에 무려 사만오천원이나 주고 구매한 인케이스 아이폰 보호 케이스를 빼고 생폰으로 쓰고 있다.
물건 험하게 쓰는 나의 성격상 당연히 수번을 바닥에 떨어뜨렸고, 

놀랍게도 한 2개월이나 버티고 나서야 고장이 나서 수리센터에 갔다.
가기 전에 백업을 하고 데이터를 모두 지웠다.

1년6개월동안 거의 잠자는 시간 빼고 붙어있던 물건인데,
(나는 화장실 갈때도 가져간다)
모든 데이터가 지워지자 영혼없는 빈껍데기 같은 것이 영 낯설었다.
그래도 나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애착이 심한 편이라서
수리센터에서 회수해갈때는 꽤나 아쉽고 보내기 싫었다.

여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새 리퍼폰을 받았다.

빤딱빤딱한 새 폰이었지만,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그 놈한테 도통 정이 가지 않았다.

이것은 그간에 쓰던 피처폰을 교체했을 떄랑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조심스레 새 폰을 아이튠즈에 접속해서 백업으로부터 복원시켰다.

연락처 정보가 살아나고 문자메시지가 살아나고,
어플이 살아나고 심지어 어플안에 저장된 데이터, 즐겨찾기 등등이 살아나며,
수리센터에서 가져갔던 바로 그 상태의 아이폰 데이터가 복구되었다.

그제서야 이전에 쓰던 폰 따위 기억속에 멀어지며,
새로 받은 아이폰에 무한 애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뭐랄까.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언젠가는 영혼을 백업하고 새로운 육체에 심는다면 그게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나같은 대학원생인 고급 지식인이니까 아는 사실이지만, ㅋㅋ
Singularity theory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정보통신기술이 계속 발전하다보면, 
언젠가는 컴퓨터가 단순히 기계적인 연산작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전, 집필 활동, 윤리적 결단, 예술 감상, 농담 등의 고차원적이고 창조적 활동까지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떄가 되면, 컴퓨터가 인간을 무력화시키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전망도 있지만, 
인간의 의식을 소프트웨어처럼 컴퓨터에 저장하여 영원히 살아남는 초지능 생명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떄는 바로 2045년으로 전망하는데,
실제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NASA 중심의 Singularity  University라는 것도 설립되어
구글이나 뭐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서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원 수업 시간에 배운것으로 추정되는데 도통 들은 기억은 없는데 셤공부하려고 보니 나눠준 프린트물에 있었따능)

결국 인간의 정신활동도 화학물질과 뉴런의 전기 반응으로 이루어질 뿐이고,
업무때문에 조사한 바로는 인간의 일거수 일투족을 저장함에 따라 발생하는 빅데이터와
이 빅데이터내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상황인지기술이 올해의 키워드였던 걸 보면,
더불어 새 아이폰에 옛 아이폰의 데이터가 복구되는 과정을 겪어보자니,
Singularity theory라는 것도 허황되지만도 않겠다지만,
여튼 세상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

디지털 스트레스, 디지털 쇼크로 인한 반발에 대한 세계적 여론이 크게 한번 일어서,
대규모 히피 운동 같은것이 생겨나리라 생각해. 한 2020년 쯤. -.-;;;

횡설수설했지만, 뭔 말인지 알겠지..-.-

정말 단순한 옛날 사회가 그리워. 요즘은 뭔가 좀 다 과한 느낌이야.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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