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카테고리 없음 2023. 1. 27. 17:13

드뎌 식세기 구매.
나는 부지런하지도 않은 주제에
괜히 예민하기만 한 편이라
설겆이 거리를 쌓아 두았다 한번에 하면서도
설겆이 거리가 쌓인 며칠이 은근 찜찜하고 그랬다.
아니 설겆이 거리가 쌓이든 말든 무신경하더거나
이렇게 신경쓰일거면 그때그때 설겆이를 하면 될텐데
앞서 말했듯 게으르기 짝이 엄서서 그건 또 팔자적으로 다가 안되.
그래서 로봇 청소기 및 건조기와 함께 가전 중 3대 이모님 으로 불리는 식세기를 오래전부터 구매하고 싶었지만
전세집인지라 빌트인 설치를 할 수는 엄서서
2주에 한번은 도우미 여사님에게 의지하며
2주중 한두번은 술김에 직접 설겆이도 했는데
모든 집안일이 그러하듯 설겆이는 끝이 엄서 젠장...
아니 인간적으로 너무 끝이 엄서.
사실 혼자사는 나로써는 내가 먹은 거만 설겆이하면 되는데도
막상 설겆이를 하노라면 음식 조리 중에 최대한 설겆이 거리 안 만들려고 노력하고 도마니 칼이나 하는 것들은 조리 중에 계속 설겆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소복하게 쌓여있는 설겆이 거리는 매번 빡이 쳤으며
그래봤자 원망할 곳은 나 자신 뿐인지라 산더미처럼 쌓인 설겆이거리를 해치울 때마다 번민에 시달렸음.
설겆이 할 때 틀어두는 침착맨도 맵불쇼도 막상 이 번민를 제거하지는 못했더랬지.

여튼 그러던 중 살림살이 리뷰 유튜버인 귀곰이
설치식이 아닌 거치식 6인용 식세기 리뷰한 거 보고서 몹시 뽐뿌가 왔지만
거치식이라도 급수를 위한 타공이 필요한 거 같은데 전세집이다보니 집주인의 양해가 필요한데
그 와중에 아쉬운 소리는 겁나 하기 싫어서 몇개월이나 고민하다가
(더 얼척이 엄는 건 칭구한테 선물 받은 조명 설치한다고 주인 허락도 엄시 천장 콩크리트 뚫고 전기 배선도 바꿨다는거. 전세 만료 때 돈 들더라도 원복 시킬 셈이긴 했지만 뭔가 판단력이 두서가 엄는 거 같음)
여러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용기 에너지를 몇개월간 원기옥으로 모은 끝에
간신히 집주인에게도 급수관을 위한 싱크대 타공의 허락을 구하는 까똑 메시지를 보내고(겁나서 전화는 차마 못함)
집주인이 의외로 선선히 허락을 해줘서 드디어 식세기 이모님을 영접하기에 이르렀다.
보통 많이들 쓰는 12인용 설치식 식세기에 비해
6인용은 사이즈가 컴팩트하다보니 소음이 크다고 해서 걱정을 좀 했지만
졸졸졸 식세기 안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뭔지 모르게 힐링도 되고 조음.
역시 내가 해야 되는 일 남이 공짜로 해줄 때가 젤 좋아.
짜릿해. 늘 새로워.

건조기도 마저 구매하고 싶지만
지금 집 세탁기는 통돌이인데다가
새 집에서 워시타워로 맞추려고 참는 중.



글 쓰는 사이에 설겆이 완료 됐는데
진짜 내가 한 거 보다 훨씬 더 깨끗하게 잘되었으며 뜨끈뜨끈허기까지 한 그릇이 만족스럽기 짝이 엄슴.
식세기가 설겆이 할 동안 나는 당연히 소파에 누워서 여느 때처럼 인터넷 질만 처했지만
적어도 설겆이 해야되는데...하는 번민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피로도가 안 쌓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양은 냄비는 식세기 돌렸더니 칠이 벗겨짐.
양은은 식세기 돌리면 안되나. 인터넷 찾아봐도 딱히 명쾌한 해설은 엄규만.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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