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를 서비스 센터에 맡겼다. 

범퍼 가는데 150만원쯤 든다고 했다. 

역쉬 외제차 이 도둑놈들.

하지만 과실 100% 가해 차량 보험으로 처리하는 거니까 그냥 맡기고나서

보험사에서 대여해준 렌트카 받는 와중에

가해 차량(모범 택시에 할아버지 기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차 수리비가 얼마쯤 드냐고 하시길래 150정도 든다 했더니. 

어짜피 보험처리 할거지만 수리비가 넘나 많이 나오면 보험수가가 올라가니, 

좀 봐달라고 하시면서 그냥 사설 수리 업체에서 도장만 새로 하면 안되겠냐고 하시더라구.

범퍼는 안 갈고 원래 쓰던게 쓰는게 좋다며.(정말이야?)

어제밤 어둠속에서 슬쩍 본 그 분의 결코 멀끔하지 않은 행색과 초췌함이 떠올랐다. 

게다가 그 분도 틀림없이 나같은 독거노인이 분명했다. 

10년째 독거노인으로 살아오다 보면 동족을 알아보는 동물적 감각이 생긴다. 

다들 독거노인으로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훗훗훗.

여튼간에 그 순간 몹시 갈등이 되었다. 

나이드신 분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보험료가 부담이 되시길래 이렇게 부탁을 하실까. 

범퍼야 원래 부딪히라고 있는거니까 걍 아무거나 달고 다니면 되는거 아닐까. 

이미 성하지 않는 합판이 없는데 말이지. 

그래서 맘이 한없이 약해져서 서비스센터에 일단 수리 중단 시키고, 

정말 고민 많이하고 보험료 얼마나 올라가는지도 알아보고 하다가.....

(보험사가 아니라 택시 공제 조합인데 정말 대응이 쉣이더라. 보험담당자가 연락도 잘 안주고. )


2. 


100% 뒷차 과실인데도 사고 처리는 정말 여러가지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생기는 일이었다. 

보험사에서는 택시비같은 교통비 지원은 안되고 렌터카 지원만 가능하다고 했다. 

아니 어제 교통사고 당해서 내 차 몰기도 후덜덜한데 렌트카를 어떻게 몰라고..ㅜ.ㅜ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렌트카를 몰고 다녔는데 

사고 떄문에 트라우마 생긴 상황에서 익숙치 않은 렌트카 몰고 다니려니,. 

정말 공황 증세가 극에 달했다. 운전하면서 숨도 못쉴 정도.

서비스센터 직원이며 병원사람들이며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과의 낯선 환경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넘나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사고낸 아저씨가 넘나 원망스러워졌다. 

아니 왜 멀쩡한 남의 차를 받아서 엄한데다 시간과 노력과 정력을 쏟게 하는지. 

그래서 대범하게 사설 공업사 알아보고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그냥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 받겠다고 했다. 

원래 보험 인상 한도액은 대물 200만원이고 내 수리비는 150만원이지만, 

그 기사분은 아마 다른 사고 이력이 있어서 한도가 많이 찬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건 그 분 사정이고 그분 사정 봐주다 또 알지도 못하는 사설 공업사 찾아다니는 거며, 

뒤통수 맞는 거 아닌가 걱정할 거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3. 

어제 간 병원에서는 뇌진탕 증세 외에 엑스레이 결과에 이상이 없다며 집에 보냈지만,

교통사고의 성지 한방 병원에 갔더니 과연 전문 분야답게 의사가 엄청 겁을 주었다. 

원래 (나는 미처 몰랐지만 예상은 했던) 척추 측만증이 심해서 사고 때문에 디스크 생겼을거라고, 

(근데 정말 목이고 척추고 골반이고 뼈대가 매끈한게 하나도 없더라.)

후유증이 심할 것으로 생각되느데 정확히 알려면 정밀 검진을 해야 하고 

정밀 검진을 하려면 최소 일주일은 입원을 해야 한데. 

아니. 내가 담주에 회의가 몇개고 모임이 몇갠데 일주일을 입원하라는 건지. 

근데 정밀 검진(CT 찍기)을 하려면 반드시 일주일 입원을 해야 한다는거야. 

그런데 그 입원은 반드시 이번주에 해야 된데.

담주까지 기다렸다가 심해져서 다시 오면 그땐 정밀 검사가 보험 처리가 안된다는거야.

아니 뭐 이런게 어딨어. 

이러니까 나이롱 환자들이 그렇게 양산되는거 아니냐구.

의사가 자기들 병원은 교통 사고 분야 전문가들이라 아는 거라고, 

앞으로 후유증 더  심해질거라고 자꾸 겁주니까 괜히 장사속 밝히는 것 같아 더 짜증났어. 

게다가 그 병원은 한방 병원이거덩. 그래서 주로 하는게 부항, 침, 뭐 이런거야. 

아니 일이주 입원해서 부항, 침 치료 받는다고 디스크에 차도가 있겠어?

디스크는 안고 살아야 하는거이고 차라리 물리 치료 같은게 더 낫지 않나?

여튼 이 세계도 뭔가 엄청 구린 거 같은 것이 몰라도 되는 세계를 안 것 같아 정말 짜증나더라.

그리고 일이랑 학교는 어쩌라구!!!

바늘들어갈 틈 하나 없이 꽉꽉 짜여져 있는데. 

혹시나 하고 입원하면 외출 가능하냐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외출은 매우 엄격히 자제 시키고 있데. 

보험 회사 사람들이 수시로 와서 볼 수가 잇다는거야. 

아. 겁나 짱나. 뭔가 불합리해! 불합리하다구!

하지만 어쩌겠어. 

의사가 하도 심각하다 그러니 불안하고, 

갈수록 몸 상태도 안 좋아져, 머리도 아프고 온 몸이 쑤시고 무거워. 아. 겁나 짱나. 

왜 그 냥반은 멀쩡한 내 차를 받아가지고. 아.이게 머야. ㅜ.ㅜ


4.


회사+학교(수업 2개)+알바(연구반 2개)+업계 모임(3개)+영어 과외(2개)를 돌리는 와중에, 

교통사고가 나고 진행이 더뎌지니 연락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사람도 엄청 많고,  포기해야 할 것도 엄청 많고, 

화가 극에 달한다. 뭔가 스피디한 전개의 영화를 보다가 딱 정지되서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느낌.

아.짱나. 아. 짱나.

하지만 어쩌겠어. 몸부터 챙겨야지. 

마흔 평생 첨 겪어보는 병동 생활이 시작되려는 구만.


5.


그래도 이 와중에 유일한 수확이라면 좀처럼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 안 하는 내가

간만에 여러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변의 유일한 교통사고 다경험자 럴이라덩가 진규라덩가 지연이라덩가....ㅎㅎ

특히 진규는 전번도 없을 정도로 엄청 오랜만에 연락한거라

매우 민망해하며 연락했는데 예전처럼 살갑게 맞아 주어서 넘 기뻤다.

15년 경력의 베테랑 보험 조사원 진규님은 이 사건에 대해 말씀하시길...........

통화하면 다시 쓸꼐..지금 회의중이래.ㅎㅎㅎ

역시 방어운전이 제일이다. 

사고 때문에 쓰는 인적 물적 자원 말고도 몸이 얼마나 성하지 않은지 알 수가 없으니....


6. 


결국 논문은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고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따. 

또 게재 못되면 이건 어디까지나 이 교통사고 탓이라는 작은 핑계거리가....ㅜ.ㅜ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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