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최근 일년간 당뇨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 이유는
1) 작년 건강검진에 혈당이 높다고 징후가 보인다고 했음
2) 혈압약 타러 내과 갔더니 혈당이 높다고 했음
3) 유리 조각에 찔려 피가 흘렀는데 점도가 높아 말끔히 안 닦임
4) 혈당 스파이크의 전형적 증상, 탄수화물 섭취 후 식곤증이 갈수록 심해짐
특히 4번 증상이 갈수록 심해져서 사실상 이거슨 당뇨병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렸지만,
현실도피 기제 발동으로 외면하다가,
어제는 간만에 술에 취하지 않는 맑은 정신으로 밤을 맞이하며(이미 낮술 때려서 낮술이 다 꺠버린 상황)
그래, 무서워도 현실은 인정해야 할 거 같아서 혈당 측정하는 기계까지 거의 구매를 할 지경이었음.
그런데 마침 오늘 혈압약 타러 내과 갈일이 있어 간김에 혈당 측정도 해봤는데,
어머~~~정상 수치라는 거야.
간만에 마음의 먹구름이 조금 개이고 기부니가 급 조아짐.
얼마남지 않은 장기 아껴써야 한다.
2.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진짜 돈 많이 받는 월급 루팡이 하고 싶은 것 같아.
옛날 회사 나오지 말고 짤릴때까지 일은 안 하고 돈 많이 받으면서 월급 루팡 할 걸.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니다! 라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허세이자 패착이었어.
세상에 안되는게 어딨어! 월급 루팡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했어야지!
누가 뭐 시키면 못 알아들은 척 하고(실제로 못 알아듣기도 하니까)
바보인 척 하고 계속 버텼으면 또 뭐가 어찌될지 모르는뎅.
왜 월급 루팡이 되기 위한 노~~~~오~~력을 하지 않았냐 말이다!
바보!바보!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