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성

카테고리 없음 2020. 2. 28. 14:15

인간으로써 최소한의 사회성을 유지해주는 회사라는 구속이 풀린 요 몇칠간, 

내 생활은 그야말로 인간 쓰레기 그 자체였으며 당연히 집안은 난지도가 따로 없었다. 

폐인같은 생활을 몇 번 해본 과거의 경험으로 봤을 때, 

폐인의 징조는 무릇 섭생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삼시세끼를 배달음식 내지는 인스턴트로 때우며, 

매끼 반주는 또 빼놓지 않는 몽롱한 정신 상태에서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허구헌날 돌려대며 깜박깜박 잠이 들다말다들다말다 하는 나날이

화, 수, 목 3일째까지 이어지자 역시 나라는 인간의 본성은 게으르기 그지 없다라는, 

정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을 굳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위급할떄도 사람의 본성이 나오지만, 

이렇게 아무런 구속이 없을 떄야 말로 진정한 사람의 본성이 나오는 법이 아니겠는가. 

쓰레기가 같은 라이프 스타일에 뇌도 완전히 정지되서, 

급기야 사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시작하더라구.

이를테면, 그저께는 대학원 연구실 후배 졸업 축하 꽃다발 비용 각출 공지를 단톡방에서 보고,

공지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10만원을 이체했꺼덩.

근데 알고 보니 공지 내용은 3천원을 송금하라는 것이었어. 

공지를 안 본 것도 아니고 분명히 봤는데, 

만원도 아니도 아니고 10만원을 보내면서도,

꽃다발 비용으로 일인단 10만원 각출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혀 못한거야. 

그래서 도저히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코로나를 무릎쓰고 오늘은 논문쓰러 꾸역꾸역 스벅으로 나왔따.

그나마 노트북이라도 열고 파일이라도 띄우니 누워있는 것보다는 백배 낫지 않냐 했는데....

글쎼, 논문파일의 마지막 수정일이 1월28일이라는 것에 1차 쇼크를 받아서..

아니, 어띃게 그간 한 자도 안쓰고 눈만 깜빡 했는데 한달이 지날 수가!!!!!

나는 바보 멍청이 말미잘 꼴뚜기 세상 등신 천치!!!! 

그래도 얼터드 카본 시즌 2가 나와서 기뻤더랬지. 

역시 한번 보기 시작하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이 마성의 시리즈...순식간에 시즌 2 중 5편을 끝냈음.

어벤저스의 팔콘이 시즌2 주인공이던데, 

시즌1 주인공의 그 세기말적 고독한 분위기가 주는 중량감에서 한참 모자라서, 다소 경박하게 느껴지더라구.

팔콘도 몸이 엄청 좋아서 피지컬 자체로는 절대 뒤지지 않는데도

똑같은 역할인데도 배우에 따라 이렇게 천차만별이라니.....

피지컬 말고도 사람 자체가 가진 포스가 있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같은 기약한 사람은 쭈구리를 벗어나질 못하지. 

올해도 계속되는 기승전자기비하비하하하하하하하하...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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