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중

카테고리 없음 2013. 5. 8. 08:30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요 몇년간 제대로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었다.

회사의 업무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대학원까지 겹치면서,

시간이 없고 정신적 체력적 여유 또한 없어졌기 때문이다.

 

팀장이 된 이후로는 그나마 유일한 소일거리였던 영화마저 보기가 힘들어졌다.

지난주에는 대학원 중간 고사 준비하다가,

이 끊임없는 압박의 연속이 넌덜머리가 나고,

이동하며 잠깐씩 짬이 날때나 잠들기 전에, 잠에서 깨자마자,

허구헌날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5만원어치의 도서를 아주 오래간만에 충동 구매하였다.

 

도서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이 중 유시민의 책을 사면 유시민의 사인 소주잔을 주었는데,

마침 소주잔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이 사은품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여튼 어제 배송되어 온 다섯권의 책들 중 오늘 아침 출근길은 유시민과 함께 했는데,

고단한 정치길을 뒤로 하고 자유인이 된 후 처음 발간한 책에서 유시민은 뭐랄까 상당히 피곤하고 지친 느낌이 역력했다.

 

책에서 유시민은 크라잉넛이 부럽다고 했다.

그들의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무엇인지 알고,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오며 인생을 즐겁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갈 그들의 삶이 너무나 부럽다고 했고,

그렇게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닥치는대로 살아온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며,

자기도 이제부터 그렇게 살 것이라고 여러번 다짐하고 독자들에게도 그렇게 살기를 권하고 있다.

 

크라잉넛이 홍대앞 수많은 인디밴드에서 살아남은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임을, ,

다수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는 커녕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가기도 녹록치 않음을 유시민이 결코 모르지는 않을텐데,

너무나 당연하고 흔해서 결코 와닿지 않는 이런 말을 하다니,

이 아저씨가 십년 정치판에 있더니 정말 너무너무 지쳤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부분 하나,

유시민이 대학 진학할때

유시민의 아버지는 영문과에 가라고 했다고 한다.

(다음부터는 인용)

"영문과에서 영어를 익히고 유럽이나 미국에 유학을 가서 서양철학을 공부한 다음 돌아와 동양 철학을 더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서양사람들은 오만해서 동양철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의 철학을 배우고 동양철학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동서양철학을 통합하는 학자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본 부모의 대학 입시 지도 중에 단연코 Best 사례가 아닌가싶다.

(두번째는 시골의사 박경철 아버지,군사 정군때 경찰이셨는데 법대가겠다는 박경철에게,

당신이 오늘 출근해서 아무 죄없는 대학생들 잡으러 다녔다고,

요즘같은 시대에 법대 가서 판검사 되봤자, 선량한 시민들 괴롭히고 잡아들이기만 한다고,

의사는 누구에게든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의대 가라 하셨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아버지가 있어서 지금의 유시민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가풍이란게 정말 있긴 있나바.

 

물론 울 아빠도 이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주관있고 옳은 말씀하셨다.

이제부터는 계급 사회라서 계급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그마나 유일하게 아직 남은 길이 공부 잘하는 거라 하셨지...

세월이 변해서 지금은 공부도 돈이 있어야 잘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어버이 날이네. 아빠에게 전화드려야겠당.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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