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고 있는 독서 클럽은 꽤나 즐겁다.
일단 독서라는 취향을 공유하고 있고
입회비도 몇 십만원 하다보니 회원들이 좀 걸러져서인지,
대부분 애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들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명석하고 재미있으며 묘하게 다들 술도 좋아하고 잘 먹어.
책을 좋아하고 술도 잘먹는 젊은이들이 아직 세상에 이렇게나 남아 있다는 점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언제나 유일한 문제라면 내가 너무 늙었다는 점이다.
최장년층이 30대 중반이고,
회원 대부분이 20대~30대 초반들인데,
뒷풀이를 가서 이런저런 애기들 들어보면,
나도 예전에 비슷하게 고민하고 겪었던 문제들이라 공감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여튼 동년배로써의 동질감 내지 중대함을 전혀 느낄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얼마전에는 새해 계획을 공유하는데
여자 회원들 중 가장 공통적인 목표가 무려 집에서 독립하는거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지금 당장 아파트 사는 게 최대 관심사인 내가 집에서 독립하는게 목표라는 어린 여자애들에게 무슨 소리를 해주겠어.
집나와바야 고생이다, 엄마가 밥먹여줄떄 악착같이 붙어 있다가 돈 최대한 아껴서 청약 통장이나 언능 들어..라는 말을 하겠어 뭔 말을 하겠어.
내가 뭔 말을 한들 그게 다 꼰대짓이지 싶어 할말하않이 될 수 밖에 없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싱그럽고 빛나는 젊음을 보고 있자니 뭐 저런 걸로 고민을 하나 싶은 거지.
여튼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으로 좀처럼 말을 잘 안하는 40대 꼰대가 뒷풀이 테이블 한자리를 우두커니 차지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애들이 불편할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정말 수치스럽다.
물론 수치스러운건 수치스러운 것이고 놀 떄는 나름 잼나게 잘 놀았어. ㅋㅋㅋ
하지만 스스로 꼰대라는 걸 의식하면서 말을 자제하는게 마이 불편하다 말이지.
수치심을 꾹꾹 눌러가며 이제까지 뒷풀이를 참여했던 것은,
이제까지 여러 책을 본 결과 앞으로 남은 독신의 삶은,
이렇게라도 인간 관계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더더욱 쓸쓸하고 외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본성을 억누르고 꾸역꾸역 나간건데,
2030대 애들 사이에 낀 40대 포지션이라는 것이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을 듯 하여,
앞으로 독서 토론 모임만 참석하고 뒷풀이나 번개는 안 가기로 했다.
이번 회기에 예정된 남자 회원네집 파자마 파티라든지, 남한 산성 산책이라든지, 춘천 여행이라든지 등등의 다채로운 벙개 행사들이 정말 하나도 안 아쉽다. 머뭐!!
P.S 아니 그러면 40대들이 많은 동호회를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40대들은 머하나 싶어 생각해보면, 40대들은 다들 애 키우느라 바쁘지 뭐!!! 당장 그림터 사람들만 봐도 얼마나 바뻐들!! 50대가 되면 빈둥지에 남은 칭구들이 좀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비록 그 때 나랑 놀아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