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독신의 삶은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기 짝이 없다.
너무 흔하고 당연한 말이고 간혹 기혼자들도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기혼자들은 독신자 삶의 많은 공백들이 주는 무게감을 쉽게 간과할 수 밖에 없을 것이지만,
그들이 가정을 통해 피할 수 있었던 중년 독신의 쓸쓸함을 십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기혼자들의 삶의 만족도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이를테면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려가는 기혼자들은,
아침에 일어날 떄부터 잠들때까지 자녀와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해야 할테고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할지도 자녀와 가정이라는 꽤나 분명하고 확실한 선택의 기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고민하지 않더라도 대처해야하는 끊임없는 일상의 이벤트가 생겨나겠지.
이를테면 돍잔치나 이를테면 아이들을 위한 가족 여름 휴가같은 것들 말이다.
반면, 독신은 자연스러운 타인과의 소통이 선택의 여지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소통의 기회를 끊임없이 일부러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자원을 들여 찾아다녀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하며 시간을 채워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자기주도적 삶을 즐기는 어떤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인생의 자유도가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하는 것처럼 하고, 남들이 시키는 것을 할 때가 가장 맘편한, 도통 인생의 주도성내지는 도전의식이라고는 없는,
소극적이며 루저적 입장을 견지하는 나에게는 이러한 독신의 일상이라는 무척 어려운 숙제이고,
나의 이런 성격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소통의 장을 찾아다니기 보다는
낮술 먹고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 갤갤대며 보내는 나의 일상적 주말이, 어찌보면 무척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멀쩡한 사회인이자 부모의 역할을 함께 해내는 주변 친구들에 비해 스스로가 함량 미달의 어른처럼 느껴지는 열패감은 내가 원래 열등감이 많은 편이다 보니 워낙 익숙한 감정이라 큰 문제가 아니지만,
독신의 삶이 길어질수록 도통 뭘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길과 방향성을 잃는 경우가 빈번해져서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
아무리 1인 가구가 증가했더라도 독신 인구는 기혼자에 비해 소수이기 떄문에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건지 벤치마킹할 대상이 거의 없다 말이지.
그리고 술이나 일 내지는 학업으로 도피하기에는 체력이나 정신력 등등으로 한계점에 부딪칠 수 밖에 없어서 몇가기 고육 지책으로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상담이다.
내 자신과 일상에 대한 사적인 소통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갈수록 사회성도 떨어지고 성격도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정신 건강 차원에서 전문가와 억지로라도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동호회 같은 것을 해보는 게 더 일반적인 방법이겠지만 내가 원래 그리고 여전히 그런게 잘 안되서.....
여튼 어떻게 남은 삶을 살아가야할지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기혼자들은 이런 고민 덜해도 되고 애들 떄문에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고 짱 좋겠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