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아...가스 검침 오셨구나) 잠시만요(일단 옷을 입고 널브러진 속옷이라도 좀 치워야) 죄송해요. 좀 집이 지저분하죠(선생님, 제가 원래 항상 이렇게 집이 지저분한 건 아니고요, 내일이 도우미 아주머니 오시는 날이거든요.) 네. 거기로 가시면 되요. (내일 도우미 아주머니 오시는데 제가 굳이 오늘 청소를 열심히 하면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른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껴?) 불켜드릴께요(이게 다 합리적이며 이성적 판단의 결과인거지 결단코 제가 평소에 집구석을 이지경으로 하고 사는 건 아니에요. 진짜. 일부러 신경써서 최대한 어지럽힌 거라구요. 설겆이도 싱크대에 쌓인지 3일 정도 됐는데 설겆이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안한거에요. 평소에는 아무리 늦어도 24시간이내에 합니다. 글구 거실 테이블에 배달 음식이 한가득 있어서 냄새가 좀 나시죠. 근데 선생님 저 운동하는 여자거든요. 매일매일 운동가고 삼시세끼 나름 탄단지 신경쓰고 특히 저녁은 다디어트식으로 먹거등요. 원래 매일매일 배달음식에 쏘주 한병씩 먹다가 벌써 몇달째 섭식 신경쓰고 매일 운동하면서 지내고 있거든요. 안타깝게도 제가 다니는 PT샵 트레이너가 확진판정 받아서 저도 자가격리다 여름휴가다 해서 요즘 몇주째 좀 헤이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름 관리하는 여자거덩요. 근데 제가 내일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코로나 백신을 맞는다 이말입니다! 아. 아기다리고기다리던이라니..틀딱 아니냐구요. 아니 선생님이나 저나 비슷하나 나이같은데요 뭘. 여튼 선생님, 이 코로나 시대에 백신을 맞는다는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런데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고대하던 백신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작용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나름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선생님도 아시죠. 워낙 정보가 넘쳐나다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려운거. 이래저래 설왕설래 말이 많긴 한데 백신을 맞은 날은 확실히 술을 안마셔야 할 것 같고 전날은 마셔도 될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백신 맞고 주말에 부작용을 겪을 것이 확실하니 어쩔 수 없이 오늘 술을 마신거에요. 아. 감자탕에 떡볶기에 순대에 주먹밥까지 안주가 너무 과한 거 아니냐구요. 아니 선생님. 제가 원래 평소에 나름 섭식을 관리하는데 말이죠, 하필이면 제가 조만간 생리기간이 또 다가오지 않겠습니까. 선생님도 여자니까 잘 아시겠지만 원래 생리일 다가오면 식욕이 터지고 그러는거죠. 글구 예전에 비하면 이 정도는 많이 먹는 것도 아니에요. 글구 이거 절반정도는 남겼다가 내일 먹을 겁니다. 글구 저 떡볶이가 무슨 떡볶이냐 하면 무려 침착맨 유튜브에서 본 가래 떡볶인데 원래 만원 이상 주문 가능하고 배달료도 이천원 붙는데 저는 포장 주문으로 해서 만원 미만으로 주문하고 배달료없이 리뷰 써비스까지 완전 가성비 좋게 시킨거라 뿌듯하기 짝이 없다구요. 아. 검침 다 끝나셨꾼요. 특별히 이상 없다구요.) 네. 맞습니다. 맞아요. 아니...여기 B동인데요. (아. 네 확인할게 많으시구나. 집도 지저분한데 이런 확인은 밖에 나가셔서 하면 좋긴한데 여튼 선생님. 제가 진짜 원래 이렇게 항상 지저분하게 살고 돼지처럼 배터지게 먹으며 사는 건 아니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올해 1분기까지는 그렇게 살긴 했쭁. 근데 그게 또 제가 박사논문 쓰고 이직한데 적응하고 하느라 그런거죠. 아. 물론 그 전에도 그렇게 살았죠. 아. 네네. 맞습니다. 거의 일생을 그렇게 살긴 했는데요. 진짜!! 제가 요새 몇달은 진짜 완전 건강하고 살고 있다니까요. 실제로 살도 10kg 정도 뺐어요. 물론 오늘 돼지 처럼 먹어서 2kg 정도 다시 붙겠지만...선생님!. 이런 혼잣말 당연히 듣고 계실리가 없겠지만 여튼 담부터는 오시기 전에 연락 좀 하고 오시면 좋겠고 늦은 밤은 좀 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선생님 진짜 궁금한게 있는데요 가스 검침 다니시다보면 다른 집도 저희 집처럼 이렇게 지저분한가요. 특히 저처럼 중년에 혼자 사는 사람들 집 상태가 어떤가요. 그 사림들 보면 혼자살만 해 보이나요. 여러 집 다니다보면 온갖 꼴을 다 보시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띠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