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마지막 일요일에 여기저기 쏘다녔다.
1.
그 전날 있었던 그림터 송년회가 무려 밤 10시라는 이른 시간에 종료되는 수치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딱히 해장이라고 할 것 까진 없었지만,
아점을 먹으러 혀길이가 추천해 준 중앙 해장에 다녀왔다.
선지해장국은 우리 집안 최애템 중 하나라 여기저기서 많이 먹어봤는데,
여태 먹어본 곳 중 건더기는 압도적 수준이었고 국물맛도 꽤 깔끔한 편이었다.
다만, 건더기가 많아서인지 한그릇 먹고 나니 얼굴이 기름이 좔좔 흐르는 통에 아침 메뉴로는 좀 헤비한 느낌이 들었다.
오전 11시 정도에 갔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고 식당을 나올 때 쯤에는 대기줄까지 생겼더군.
인적이 끊기는 주말 오피스 타운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이렇게 유명한 데를 왜 이제야 알았나 모르겠네.
나중에 엄마아빠 데리고 함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2.
PMC 더 벙커인가 하는 영화를 봤다.
하정우+이선균 조합에 예고편 보면서 실로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였던 영화인데,
총격을 받으면서 작전 지시도 하고 응급 처치도 하고 뭐 이렇게 다층적으로 구성된 위기 상황들에서,
하정우는 위기를 극복할 듯 하면서도 결국 더 큰 위기로 인해 죄다 파토가 나버리는 상황의 연속이라,
뭐가 깝깝한 느낌도 들고 해서 이런저런 극적 장치들이 디게 많아서 보면서 피로가 더 쌓이는 느낌이었다.
이 감독의 전작 더 테러라이브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더 테러 라이브에 비해 모든 것들이 다 과잉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선균에 대해 말하자면 이선균 이렇게 쓸꺼면 나줘...라고 밖엔 할 말이 없을 지경.
얼마전에 본 아쿠아맨도 시각적 쾌감이 큰 영화긴 했지만,
이래저래 뭐가 디게 많아서 보면서 디게 피곤해졌고 실제 숙면도 했음.
대중 문화 컨텐츠의 감각적 자극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늙었나 싶어 좀 그랬어.
둘 다 그냥 그랬다는 애기인데 확실히 영화보는 것도 시큰둥 해졌음.
3.
어차피 아이유도 아닌 이적 콘서트에 갔다
오랜만에 본 이적은 웬지 모르게 옆 부서의 모 상무님과 꽤 닮아보여서,
무대위에서 멋진 척 하는 모습을 보기가 좀 곤난했다.
이적이 원래가 대단히 훌륭한 보컬리스트인가는 좀 확신이 들진 않았지만.
이적의 다소 특이한 보이스 컬러를 꽤나 좋아했던 기억이 분명한데
내 취향이 변한건지 이적의 목소리가 변했는지 목소리가 지나치게 쨍한 것이 아닌가 싶어 의아했다.
비록 이 공연이 레어템 공연이라며 평소 잘 부르지 않는 곡들 위주로 레파토리를 짰다라고는 했지만,
모르는 곡들이 생각보다 꽤 있어서 내가 당최 이 콘서를 왜 왔는지에 대해 회의도 들었지만
앵콜무대를 포함하여 콘서트 마지막 부분에서 하늘을 달리다와 왼손 잡이와 UFO 세 곡을 연달아 불러주어서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평생 들을 이적의 라이브는 모두 다 들어서 이제 이적 공연은 안 가도 될 것 같다.
내년엔 꼭 아이유 콘서트를 가야지. 김동률 콘서트도 가야지.
4.
아침 10시쯤 집을 나섰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집에 오니 7시가 넘어 있었다.
와인 한병 비우고 간만에 적당한 수준의 취기가 올라 대청소에 목욕 재개까지 마치고 스르륵 잠이 들었다.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도 이렇게 혼자 쏘다니며 쓸쓸히 끝났다.
내년의 대부분의 일요일도 이렇게 쓸쓸히 끝나겠지.
P.S
그림터 송년회 성원을 채우느라 여기저기 연락하다 알게 된 근황을 몇 가지 정리하자면
임지가 내년 여름에 1년 정도 미국 서부로 연수를 간다고 합니다.
거누가 내년 여름쯤에 한국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 모임은 임지 환송 & 거누 환영 모임으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