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독거 노인으로써의 가장 큰 위안은 다름 아닌 매주 업데이트되는 팟캐스트 청취이다.
출퇴근할 때 차안에서 집안에서 회사에서 거의 하루 종일 듣고 있다고 하면 분명히 과언이지만,
내 일상에서의 아주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튼 지난 주에 팟캐스트 중에서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듣는데,
원래 그 팟캐스트 특성상 진행자들끼리 욕이나 막말을 잘 하는데, (이를테면 자기들끼리 이 존만한 새끼가 뭐..이런거)
그날따라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자기들끼리 여느 때처럼 욕하는 데 뭔가 거슬리는 거야.
그래서 라디오에도 사연 한 번 보내본적이 없는 내가 뭐에 씌였는지
쌍욕이 섞인 불만의 메일을 그 팟캐스트 메일주소로 보냈거덩.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제목부터 쌍욕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저런 악플러로 치부하고 안 읽을 줄 알고 걍 ㅂ ㅗ냈지.
근데 이번주 회차가 업데이트 되어 있는데,
진행자들이 아, 그 여자분 욕 정말 찰지게 하시더라고 하드라구.
설마 내 애긴 아니겠지라고 하면서도 스물스물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던 와중에
내가 이름을 지명해가며 메일로 쌍욕을 했던 모 진행자가,
급기야 불현듯 내 이름을 대며, 메일 보낸 OOO씨, OO구 사시고 요즘 금연에 성공하셨더라구요...라구 그러는거야!!!!!!!!!!!!!
내가 정말 깜딱을 놀래서.ㅜㅜ. 물론, 메일에 실명을 쓰지 않았어.
일부러 만들어만 놓고 쓰지도 않는 메일 주소로 보냈고 이름도 가명쓰고 했는데,
내 메일을 읽고 빡쳤는지 이메일 주소로 구글링이라도 했나바.
귀신같이 나에 대한 정보를 찾았드라구.
내 생각에는 이 블로그 찾아낸 것 같은데 그 메일 주소랑 이 블로그랑 엮여 있는게 아무것도 없거덩.
내가 또 직업상 그런거는 또 겁나 조심하는데 어떻게 찾아냈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야.
혹시나 하고 나도 구글링 이것저것 해봤는데 그 메일 주소로 검색되는 거 자체가 아무것도 없더만.
당연하지, 그 메일 계정으로 유일하게 보낸 메일이 그 욕 메일이거덩.
정말 이제 인터넷에는 익명이란 없나바.
그래서 식겁해서 매우 신속하고 정중하게 메일로 반성문 써서 보냈어.
정말 잘못했으니 한번만 용서해달라구. 그리고 제발 이 블로그 주소는 잊어달라구.
여튼 그 팟캐스트 진행자 정말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인줄이야 알았지만, 이렇게 귀신같이 찾아내다니. 정말 놀랍다.
제발 이만 잊어주시면 좋겠지만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원래 맨날 썅욕하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에요. ㅜㅜ
팟캐스트 건승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