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말했듯 남동생이 10살 연하의 여친을 사귀어 한창 결혼 애기가 진행 중이다.
동생은 고향에 있는데, 동생 절친 애기가 돐을 맞아 서울에 여친 데리고 올라왔다 말이지
돍잔치가 늦게 끝나서 서울에 자고 가야 했는데,
동생인 동생 여친이나 서로 집에 인사는 갔을 지언정,
아직 상견례도 안했고 결혼날도 잡히지 않은 관계로,
나름 품위있는 집안으로서 결혼 및 상견레 전인 동생과 동생 여친을 어떤 공간에 어떤 방식으로 재우느냐에 대해
자신의 가치관과 세대별 습속에 근거하여 가족내 대토론회가 벌어진 끝에,
내가 언니네 집에 가서 자고,
동생과 동생 여친을 우리 집에서 둘이서만 재우는게 가장 깔끔한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튼 그리하여, 동생 커플을 집에서 재우기 위해.
밀린 설겆이 및 음식물 처리, 화장실 청소, 청소기 돌리기를 비롯하여 ,
평소 좀처럼 하지 않던 스팀 물걸레까지 시전해서 완존 지쳐있던 와중에,
나 자신의 그릇을 시험할 수 밖에 없는 결단의 순간에 다다랐으니,
그것은 바로바로바로~~~
집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인 술병을 어떻게 숨길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걸 어디 숨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게 뭐 부끄러운 라이프스타일인가,
뭐 부끄럽지만 이런게 숨기면 더 병되거덩,
하지만 그랬다가 동생 여친이 이런 알콜 중독 집안을 봤나 하고 우리 집안 품격이 떨어지면 어쩌나
(물론 내 동생은 술은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서도)
아니 숨길데도 없는데 당최 어디다 숨길 것이냐 등등등 이걸 어쩌나 한창 고민하다가,
와인 더미는 놔두고 소주 더미만 옮기는 결단을 내리고 소주더미를 좁디좁은 보일러실에 욱여 넣으며,
알콜 중독이 부끄러우면 모든 술이 다 부끄럽지 와인은 안 부끄럽고 소주만 부끄럽냐.......ㅜ.ㅜ
머 이딴 되도 않는 허영심이 있나 싶은게 정말 내 스스로가 얄팍하기 짝이 없....ㅜ.ㅜ.;;;;;;
P.S 여튼 대청소를 마치고 났더니,
1차 설겆이에서 처리를 못한 냄비랑 그릇 몇개가 나왔더라구.
근데 대청소에서 넘 진이 빠져서 남은 건 그냥 뒀는데,
다음날 집에 갔더니
엄청나게 놀라운 깔끔함으로 남은 설겆이가 마무리 되어 있더라구.
설겆이 마치고 행주 걸어둔 거 하며,
설겆이 통까지 빡빡 닦아둔 거 하며 넘나 야물딱진 설겆이 솜씨가 느껴져서 말이지.
동생보다 10살이나 어리고 얼굴도 괜찮은데다
성격마저도 애교 있는 타입 절대 아니고 투박한 느낌까지
완전 맘에 들었던 와중에 이런 야무진 살림솜씨라니!!!!!
정말 완전 괜춘함.
딸만 다섯인 집에서 자라 그런지 생활력 있고 야무진 느낌...아주 괜춘함.
동생이랑 10살차이나니까 나랑은 띠동갑인 셈인데,
역시나 대하기는 넘나 어렵.
밥먹는데 눈도 잘 못마주침...
어쩄든 동생이 좋은 짝을 만난 듯 해서 넘나 다행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