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매년 소위 emerging leader라는 사람 서너명 정도를 선정해서 본사에 교육을 보내준다.

뭐 난 어차피 이 회사에서 굴러온 돌이니까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올 리가 없다라는 내 인생에 보기 드문 매우 강한 확신이 있었고,

남의 일이려니 하고 회사 다녔는데,

어제 문득 느닷없이 H/R에서 이번에 내가 올해의 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어멋. 그럴리가!

게다가 더욱 좋은 것은 본사 교육 가서 쪽팔리지 않도록 집중 어학 Tutoring 지원을 해주는 것이었는데,

내가 워낙 강한 압박을 받아야 움직이고 뭘하는 타입인지라,

지난번 공무원 전환 기회를 내 발로 걷어차고는 세월을 손가락 사이 흐르는 물처럼 탕진하던 나날이,

예상과는 다르게 어느덧 일년반이 경과하고 있던 참이라,  

이 참에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하겠구나라는 단기 목표에 나답지 않게 의욕에 차 있던 것도 잠시,

오늘 VP가 내 자리 와서는 너 본사 교육 가지? 가지 마, 가지마, 가봤자 요새 속시끄러워, 그냥 가만히 있는게 나아, 우리 본부에는 아무도 안보낸다고 내가 그래써..허허허...라고 하는거야..

엥? 말하는 톤이 가벼워서 진담인가 농담인가 싶었는데,

아무리 VP가 굳이 내 자리까지 와서 없는 말 할  것도 아니라서 긍가보다싶기도 하던 중에,

 

과연, H/R에서 말할 수 없는 사정으로 그들 스스로도 매우 당황스럽게도 나의 교육 참가가 보류되었다고 메일이 왔다.

 

머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도통 연고라고는 없는 회사로 이직해서,

작년에 또 회사 나간다고 그 난리를 쳐놓고, H/R 상무한테 퇴직 절차 무시했다고 대판 깨지까지 한 그간의 상황을 고려할 때,

VP/실장 등등 직속 Report 라인의 추천이 아닌,

H/R 내부 선정 기준을 통과하고 H/R 상무, 사장 승인까지 거쳐서 선정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름 한시름 덜은 면이 있기 때문에, 뭐 괜찮긴 한데,

사건의 전말이 대단히 궁금하네.

 

H/R은 우리 VP가 우리 애들 안보낸다! 라고 해서 안보낸 것인가?

울 VP는 왜 그런 것일까?

사건까지는 아니지만 이 해프닝의 실체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고나. ㅎㅎ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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