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일기를 쓰는 건 오래된 나의 목표였기 때문에, 

연말에 결국은 텅텅 빈 백지로 남을 걸 알지만,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새해에는 다이어리를 일단 사서

새해 목표도 적고 계획도 세워보곤 한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이나마도 안했는데,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구태의연할지라도 일상을 유지할 최소한의 틀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계획은 세울려고 한다.

나 아니면 아무도 내 일상에 신경써주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수가 없다. 

여튼 올해 산 다이어리에는 '사고싶은 것'을 적는 칸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사고 싶은게 아무것도 없는거야. 

내가 어느새 욕망에 초연한 진짜 어른다움을 가진걸까 싶어 잠깐 우쭐했다가 깨달았다. 

내가 욕망이 없는게 아니라 이제는 내가 '갖고'싶어하는 것은 도통 돈을 주고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이를테면 정서적 혈연적 물리적 관계같은 거는 살 수가 없으니까.

건강이나 신체적 완성도 같은 거도 돈 주고 살 수가 없잖아. 

노안없는 선명한 눈이나 흰머리 없는 숱많은 건강한 검은 모발 같은 거 말이지. 

40대가 꺾어져서 그런지 노화가 확 체감되는 느낌이 든다. 

P.S 쓰다보니 갖고 싶은게 있긴 하네. 

    좋은 차(茶)를 갖고 싶다. 밤에 술 안 마시고 차 마시는데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듯.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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