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카테고리 없음 2012. 11. 11. 00:28

사실 알고보면, 나는 나를 참 좋아했었던 것 같다.

 

사적 인간관계에서나(그래봤자 그림터뿐이지만) 처럼 사회생활에서도,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분명해서

사람 엄청 가리고,

마음에 없는 말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좋은 티 못 숨기고,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는 싫은 티는 숨기지만 혼자서는 괜히 마음 안 열고 정신승리하는,

그런 나를 투덜투덜댔지만 사실은 참 좋아햇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라는건 참으로 이상해서,

구태여 티를 안내도 묘하게 관계에서의 마음가짐이란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지라,

옛날 회사에서 어떤 사람들은 나의 그런 태도를 용케도 눈치채고 섭섭함을 느끼며 앙알대지만,

그런거에 굴하지 않고,

인간관계에서는 나의 지조랄까 하는 것을 지켜나가는,

뭐 그런, 나름 요령없이 순수한 나의 모습이,

여러모로 투덜투덜댔지만 사실은 참 좋았거든.

물론, 그 이면에는,

사회 생활의 필수요소 차도녀랄까,

이런건 내가 해도 잘 안될껄 스스로도 잘 아니까,

아싸리 그런 면에 대해 가치폄하를 하고자하는,

자기합리화의 측면도 있는게 사실이고,

물리적 시간과 함께 조직내에서 나의 지위라는 것도 생성되는거니까,

꾸역꾸역 그렇게 살면서,

그럭저럭 살만했고,

어찌됐든 그렇게 살아내는 내가 참 괜찮았거덩.

 

근데 여기 새 회사는 그게 잘 안 먹히더라구.

사실 물리적으로 먹힐 수가 없지.

그게 여기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관계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의 양과 경험의 밀도가 다르니까, 뭐...

 

그래서 어찌어찌,

내가 그토록 폄하했던, 삶의 방식에 들어갈 수 밖에 없구나 하는데,

자꾸 턱턱 걸려서. 잉잉.

근데 내가 바보도 아니고,

사회생활을 10년 넘게 했으니까,

인간관계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걸 알겠는데,

난 원래의 내가 좋았는데,

그걸 괜한 이직 때문에 바꿔야되니까 자꾸 서럽고.

게다가 잘 바꾸지도 못하겠으니까 힘들고,

이런 내 마음을 터놓고 애기할 데 없으니까 더 서럽고.

그런 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특별히 순수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험한 경험 못해봐서 그랬던 거구나..라는,

자기 부정도 몰려오고.

여튼, 여기 너무 무서워.ㅜㅜ. 잉잉.

 

사실은 옛날회사 사람이나 지금 회사 사람이나,

내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30년 넘게 몸에 배인 인간관계의 기준치를 내 스스로가 못 낮춰서,

혼자 내적 갈등 중일 뿐만 아니라,

그 내적 갈등을 혼자 극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여기저기 징징대는데,

옛날 회사 사람들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겠어,

지금 회사 사람들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겠어,

옛날 회사 사람들은 재가 왜 저리 자존감이 떨어졌나 하고,

지금 회사 사람들은 재가 왜 저리 버벅버벅 대나 하고,

그냥 양쪽 모두 내가 이상해보이는 거지.

아니, 사실은 그들 모두 나에게 별 관심이 없고,

내가 내 스스로가 너무 이상해보인다는게 맞겠지만.

 

그 와중에,

대학원이라도 다녀서 얼마나 다행이냐.

애가 없으니 뭐라도 할 게 있어야 한다는 나의 판단은,

참으로 보기 드물게도 적확했지.

하지만 나의 전공 관련 학과는,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자꾸만 폐강되고 있다는 게 함정.

순수학문도 아니고 돈 되는 학문도 아니고, 이건 뭐.-.-

학교 다닐때도 느꼈는데 여전하고만.

근데 왜 굳이 여기로 다시 돌아온거야.

 

쨌든 차도녀로 다시 태어나야되는데, 이것 참 막막할 뿐이고나.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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