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샹.

카테고리 없음 2011. 4. 16. 22:55

어제 점심을 누구랑 뭘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원체 기억력이 없기도 하지만, 
(난...항상...현재만을 사니까..음훗훗홧홧..)
어렸을때 기억은 더더욱이 없다. 

그 와중에 기억나는, 
정말 드물디 드문 장면으로는, 
아마도 유치원도 다니기 전인 때인 듯 한데,
엄마 요청으로 엄마 흰 머리를 뽑아주던 때이다.
울 엄마가 지금 육십대 중반.
내가 지금 삼십대 중반.
그니까 그떄 울엄마 나이가 아마도...
30대 초반으로써,
최소한 지금의 나랑 비슷하거나,
나마 나보다 어렸을꺼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나 엄마는 그냥 염색을 하기 시작했는뎅,

몇년 전부터 흰머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해서, 
이거는 당연 새치인 것으로 머리뿌리부터 나는 흰머리는 아니기 때문에, 
노화가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거라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그때 엄마는 흰머리 뽑으라는 말주변 알아듣는 딸래미 있어서 좋았겠다고 투덜대며,
그냥 혼자서 흰머리 뽑는데,
아..젠장..
요샌 흰머리 뽑을라면 머리를 완전 삭발 해야 할 정도로 흰머리가 나와.
물론 머리뿌리부터 흰머리는 아니자만,
검은 개체 대비 흰 개체가 여튼 장난 아냐.
이러다 엄마처럼 염색해야할 지경이야.

아.썅.

늙었어.
이제 마흔을 바라보니 무리도 아니지만,
아썅..기분 안좋아.

너무 많아. 다 뽑아 버릴 수도 없고. 흑흑.

게다가 이게 심리학적으로,
나는 노화하지만,
내 유전자를 가진 다음 개체가 있으므로
나의 존재가 완전히 소멸하는 거도 아닐 뿐더라 
나는 다음 개체를 양육하며 종족 번식에 기여한다는
기본적인 심리적 만족감조차 충족 안되니까,
더 짜증나는 거 같아...

아.썅.

흰 머리 넘 많아..

완전 늙었어.
근데 이렇게 노회한 육신을 부여잡고 앞으로 사십년은 더 살지도 몰라.
완전 짱나.

자식이란,
자신의 노회함에 대한 심리적 보상감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건지도 몰라.

그런 측면에서,
나같이 의지와는 무관하게 혼자서 살아가는 싱글들한테는 세금 감면해줘야 함.
기본적으로 안고 살아가는 스트레스가 얼마냐!!!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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