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목요일 드디어 이사다.
탄성+냉장고/세탁기 언니네 이전+잔금+입주청소+새 가전 배송+이사+언니대출 상환이
월~목까지 착착착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주말에 일을 빠짝 해놨어야 되는데,
외주 한두개가 마감이 딜레이되면서 잠시 쉴 틈이 보여서
잠깐 누웠는데 한숨 돌리는 사이에 넋놓고 쉬는 바람에 진도를 도통 내질 못한 고로,
일도 엄청 밀려버려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함.
백수라서 이사는 적어도 여유롭게 하겠구나 싶었는데,
담주 회의 세 개, 원고 마감 세개...어쩔거냐...
주말에 진도 좀 뺴놨어야 하는데..
내가 회사를 관뒀다고 하면
상담선생님은 물론이요 가족과 친구들 대부분이 위로와 긍정적인 말들을 해줘왔다.
건강 해치느니 관두기 잘한거고 능력있으니까 잘 풀릴거다 라는 식..
회사를 관둔 건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주변에서도 다들 긍정적으로 반응을 해주니까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간혹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엄청 걱정을 해주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정말 나를 진심으로 아껴서 그러는거라
내 상황이 사실은 안 좋은 게 맞구나 하고 꺠닫을려고 하고 있음.
진실은 아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어딘가에 있겠지만.
여튼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겹쳐 멘탈이 상당히 안 좋아졌다.
회사 스트레스가 거대하고 깝깝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루틴화되어 있었는데(그래서 더 깝깝했지만)
후리랜서는 업무도 사람도 불안정성이 넘 큰데다
이사 마저 다가오니 오늘은 간만에 공황도 왔다.
회사 다닐때는 쉽게 했던 외주일들의 퀄리티들도,
막상 본업이 되니 여러모로 자신이 없어졌다.
이를테면, 올해 초 회사 다닐 때 작성했던 교재에 대해 어떤 수강생이 부정확한 내용이 많다고 컴플레인을 했다고 한다.
교재 작성 떄와 지금이 제도가 많이 달라져서 그럴 수 밖에 없는건데,
내가 정말 틀렸을까봐 불안감이 들었다.
회사 다닐때는 아..또 뭐 잘 모르고 헛소리 하네..그랬을 텐데..
이번 주 어떤 회의에서는 회의 마치고 회의 운영진에게 인사를 잘 못하고 온 게 집에 오는 내내 맘이 불편했다.
운영진이 회의 진행 고마웠다고 밤에 전화를 따로 해줘서 겨우 좀 맘이 풀렸다.
원래 나는 네트워킹이나 이런 데 아예 관심이 없어서 외부 회의 가면 먼저 인사하거나 명함 돌리기 아예 안하고,
할 말만 하고 회의 마치면 썡하니 돌아오는데,
후리가 되고 나서는 후리라면 모쪼록 그래야 하는 것 같아 먼저 인사하고 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후리라지만 성향에 안 맞는 행동까지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무리해서 하는 일들은 그떄는 괜찮더라도 알게모르게 데미지가 차곡차곡 쌓이다가 언젠가는 폭발하게 되는 것 같다.
내츄럴본 소인배로써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대인배인척 하지 말아야지.
여튼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런지 불안감도 극심해지고 있어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중이다.
오늘밤은 슈카 끝날때까지 꼭 마감 하나 쳐야지.
담주에는 정말이지 정신 빠짝 차려야지.
내일은 꼭 아침에 조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