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상담 선생님에게,
이렇게 힘든 일이 있었답니다, 징징징.
근데 이게 저의 파국적 상상이고 과도한 불안이고 망상이라는 걸 분명히 인지는 하는데도,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도저히 통제할 수가 엄서요, 슨상님,
이렇게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몇년을 상담을 하는데요,
도통 변화가 없는 걸 보면
저는 이렇게 설계가 되서 어쩔수 없이 평생 이릏게 살아야 하나봐요, 슨상님,
앞으로 계속 이렇게 불안에 시달리고 우울할 일 밖에 없는게 명약관화하고,
자식도 없고 엄마랑도 반 의절 상태고
그나마 믿고 의지하던 업무적 성취감도 없어지고
이제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고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건 뭘 먹고 마시냐는 것 뿐인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을 것 같아요, 슨상님이라는 레파토리를
무려 백만스무번째 늘어놓았다.
슨상님 왈, 아니 제가 계속 말씀드리잖아요,
본인이 그 생각하는 틀에서 나오지 않으면 본인 말대로 우울할 일 밖에 없다니까요,
본인은 평균적인 삶을 원할 뿐이라고는 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사회적/도덕적 기준이 너무 높고 그 기준으로만 본인을 평가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 똑같을 거에요.
본인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죠.
아니, 나 혼자 찾을 수 있으면 오십년째 이렇게 살겠어.
전문가 도움도 벌써 삼십년쨰 받고 있는데 결국엔 똑같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약 밖에 없다.
2.
여튼 그래서 뭔가 봉사활동이라도 해야되나 싶어서,
시설에서 나오는 자립청년 주거지원을 위해 방한칸을 내주고,
같이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함 해봤는데
같이 일하는 칭구가 그건 넘 리스크 하지 않냐고 했으.
가족이어도 같이 사는게 쉽지 않은데 어케 생판 남이랑 살겠냐구.
듣고 보니 그것도 그래.
아. 어뜨카냐. 증말.
3.
기운이 좀 날 때면,
그래 지금 하는 사업이 업계에 기여도가 크니까
박봉이지만 이걸 열씨미 하면서 의미를 찾자고 하다가도
1) 넘 박봉이야 2) 하기 싫은 네트워킹이나 발표 같은 업무가 너무 많아 3) 일도 너무 많아
4)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엄서 5) 회사가 넘 좆소야 6) 여기를 공격하려는 경쟁사도 넘 많아 등등이
턱턱 걸리지만 징징대지 말아야지.
왜냐하면 나는 나이가 오십이니까.
징징대봤자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 그냥 백수가 되도 아무일도 없다는 걸 아니까.
사실 지금 이 포지션도 일년 정도 있으면서 여기저기 다음 스텝 알아보기 쵝오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