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바빠. 왜 바쁘지? 백수되고도 바쁘면 내가 문젠가.
아니 후리랜서는 백수와 달리 원래 좀 바쁜건가.
주말에도 일하고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간신히 원고 하나 마감 침.
넘나 바빠서 헥헥대는 중에도 갑자기 이번주 수요일 일정으로다가 훅 치고들어온 자문회의 요청을 거절을 못함. -_-;;
우선순위가 높은 논문쓰기/책 쓰기를 위한 시간은 아예 확보할 생각도 못하고 있음.
더 문제는 이 와중에 도통 끊지를 못하는 술.
2.
하자투성이 아파트를 이고지고 그럭저럭 이사준비를 해가고 있는데 이거슨 전적으로 언니 덕분이다.
원래 점심 메뉴 결정도 엄청난 심사숙고를 거치는 나로써는,
사전점검 업체부터 시작해서 탄성이나 줄눈 같은 생판 모르는 분야를 포함해서 가전, 커튼/블라인드, 조명까지,
도합 이천여만원이 소요되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야기하는 입주 과정을 통과하는 것이,
멘탈리 & 피지컬리로다가 상당히 견디기 어려웠다.
(아니 생각해보니 가전 천만원+자잘한 시공/청소 천만원+취득세 3천만원 해서 분양가 말고도 무려 5천만원이나 더 들어가는 거였다니!!!!!! 아파트 분양 이게 맞는 겁니까??)
원래는 탄성이니 줄눈이니 안하려고 했는데 아파트 상태가 워낙 엉망진창이라...ㅜ.ㅜ
일단 초반에 어느 업체를 컨택할지 리스트업하는 과정에서 일차로 진이 빠져서,
업추 두 군데쯤 컨택하다 보면 아니 이게 세상 사는데 뭔 소용이란 말인가,
어떻게든 되겠지 대충 포기하자 모드로 주화입마에 빠지기 일쑤였지.
그런 나를 주말마다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업체를 알아보고 결정을 하게 만드는 자매애라니.
물론 괜히 언니 눈치 보다 엉뚱한 결정을 한 것도 없지않지만,
입주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조명 & 필름 시공만 뺴고 거의 다 결정을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스터후드 미라클 내지는 자매애의 승리라 아니할 수 없다.
3.
입주 준비 과정에서 수개월만에 수많은 결정을 함에 몇가지 요령을 터득했다.
1) 최소 5군데 상담/견적 받아보기
에너지가 약해서 의외로 이게 젤 힘듬.
어찌어찌 세군데까지는 알아보는데 다섯군데까지는 도저히 못 알아봐.
언니가 이고지고해서 겨우 알아봤음.
2) 중간값보다 약간 비싼 곳에 최저가로 딜치기, 딜칠 때는 상담해주는 사람 올려치기
흥정을 할 때면 상인이 부른 가격에서 일단 35프로쯤 자체 할인한 가격을 일방적으로 상인에게 통보 한 후
물건을 일단 들고 튀기 신공을 구사하는 엄마와는 달리.
(이를테면 시장에서 상인이 5만원이라고 하면 4만원에 줘..하고 매대에 4만원 놓고 걍 물건 들고 튀심..-_-;;)
나는 에누리에는 도통 재능이라고는 없는데 이번에는 알아보다알아보다 너무 지쳐서
반쯤은 혼이 나가 아무말이나 하던 중에 얻어 걸린 흥정 성공 사례가 넘 뿌듯해서 올려본다.
"아니 내가 48만원짜리도 있었는데 상담해주는 아가씨가 워낙 싹싹해서 걍 여기로 할라구 하는건데요, 3만원만 더 깎아주세요" 라는 멘트로 65만원에서 2만원 할인 들어간 커튼/블라인드 63만원을 60만원에 협상 성공.
3) 어차피 손해본다고 생각하기
상대방은 꾼이고 나는 초보자이므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대결에서 이길 수가 없음.
어차피 결과는 호구는 잡히는 거인데,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라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알아보는 것임.
이를테면 졌잘싸 느낌으로다가....
이를테면 내가 회사를 관두는 과정에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어떻게든 이거저거 조언을 구하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란 사람 그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