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래도 최근 출산을 마친 '나' 말고 다른 암컷 '다'도 임신을 한 것 같다.
나와 다의 배 부분을 비교하면 확실히 다가 똥똥하기 짝이 없다.
수컷 '가'가 밥먹고 하는 일이라곤
허구헌날 나와 다의 꽁무니만 쫓아다닐때부터 알아봤다.
이미 일곱 구피를 건사해야 하는 가장으로써,
더이상의 출산은 정말 곤란하다.
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분리해서 사육해야겠다.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이제 가에게는 평생 암컷이란 없을 것이다.
다가 과연 몇 마리나 낳을지 정말 걱정되기 짝이 없다.
눈물을 머금고 다가 낳을 애기들은 분양을 보내야겠따.
늘어난 식구들에 대비해서 새로운 어항을 장만해야 될지 말지 가장으로써의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새로 좀 더 큰 어항 사면 여과기니 수포 발생기니 하는 것들도 달아야 하는데
그러면 나의 야매 미니멀 물생활에서 한창 멀어지는데.
2.
필라테스는 정말 좋은 것 같다.
내 몸이 얼마나 엉망진창이고 밸런스가 뒤틀리고 비뚤어져 있는지 알 수 있고
할 떄는 은근 힘든데 그래도 하고 나면 개운하고 ,
거북목과 굽은 등도 좀 펴지는 것 같고
미세하게나마 흔적만 남아 있는 내 안의 근육의 위치를 느낄 수도 있다.
강사쌤은 나랑 케미가 잘 맞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따박따박 잘 가르쳐 준다.
오늘은 목 뒤에 시신경과 연결된 근육 단련을 했는데
기분탓인지 눈이 밝아진 기분도 들었다.
강사썜은 의외로 내가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라고 했다.
아니 평생을 쓰레기같은 물먹은 솜같은 무거운 몸을 끌고 살았는데,
중년에 새로 알게된 운동신경이라니.
상담썜도 내가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평생을 내 자신에 대해 잘못 알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따.
생각해보면 나는 외모도, 술을 좋아하는 것도 걱정근심불안이 많고 성격이 급한것도 다 아빠에게 물려받았는데
일흔이 넘으신 나이에도 배드민턴 대회만 나갔다 하면 상을 타오는 아빠의 운동 신경은 쏙 빼고
나머지만 유전적으로 받았다는 것은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다.
그럼 이 기세를 몰아. 테니스같은거라도 해볼까.
3.
같이 일하는 옆팀 남직원 A는 나보다 15년은 어린데 섬세하고 매사 침착하며 상황 정리도 잘 하는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무엇보다 애가 매우 선량해서 사람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말도 정말 이쁘게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서 영어도 엄청 잘하고 언제든지 미국에 취직할 수 있다는 점도 부럽기 짝이 없다.
나이나 연차에 비해서 연봉도 높은 편이다.
뷰럽.
가장 뷰러운 것은 관대한 마음과 넉넉한 경제적 조건을 가지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젊은 나이와 체력이지.
늙는 건 정말 우울한 일이다.
앞으로 늙을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살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4.
어제는 몇 살 차이 안나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 동년배의 회사내 임원들과 점심 먹었는데,
다들 소위 일급지라는 서울 요지에 수십억씩 하는 알짜 아파트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상대적 박탈감이 몹시 느껴졌따.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나는 그간 도통 뭘 했단 말인가.
아 놔. 역시 내 돈 17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