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카테고리 없음 2022. 9. 5. 13:54

1. 혼자 비상

오늘은 아주 간만에 회사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지난주말부터 초강력태풍이 온다는 뉴스에 완전 쫄아서는

일욜부터 혼자 완전 재난 경보 상황에 돌입해서

태풍이 지나갈 떄까지 재택을 하기로 하고 점약도 취소했다.

그런데 막상 월요일 아침이 되니 아직 태풍이 도착을 안 해서인지

비바람이 심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은 거의 다 출근하기로 한 것 같더라.

혼자 살고 혼자 일하다보니 상황인식에 대한 감을 자꾸 잃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회사에서는 내일 재택근무하라고 오늘 공지를 했다. 

2. 떠나는 자

디지털 마케팅팀 A씨가 사내 메신지로 언제  사무실 출근하냐고 물어왔다. 

뭐 또 회의할 건이 있나 했는데 그녀가 "소식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히 "안돼에에에에에~~~~~~!!"하고 물결과 느낌표를 엄청 쳐대며 강력한 좌절을 표시했다. 

요즘에 정말 퇴사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간 꾸준히 있어오긴 했는데 올해 부쩍 심해진 느낌. 

오래 다닌 사람부터 나와 비슷한 시기 입사한 사람까지. 

입사시기 및 연차를 막론하고 탈출 러쉬이다. 

특히 오래다닌 사람들이 나가면서 하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다. 

예전에는 정말 좋은 시절 있었는데 회사가 digital transformation하면서 너무 이상해졌다고. 

그래. 속편한 제조업 하다가 팔자에도 없는 IT하려니 조직이 엉망진창됐겠지. 

그래도 노사가 합의한 임금 인상율이 3%도 안되는 건 너무하지 않나. 

나도 정말 나가고 싶은데 요즘엔 정말 Offer가 없다. 

몸이 무거워져서 갈만한 데를 찾기도 마땅치가 않다. 

사실 직급이나 처우를 낮춰서도 갈 생각이 있는데

그나마도 찾기가 쉽지 않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이 회사에서 나는 불행하다라는 생각만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소속감이나 연대감은 물론이요 업무적 성취감도 느끼기가 어렵다. 

오로지 돈 떄문에 다닌다고 말함에 있어서 한치의 주저함도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직할 상황이 없으니

마음의 평정심을 찾기위해서는 뭔가 방향을 찾아야 할텐데 정말 걱정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언제는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하며 다닌 적이 있던가. 

투덜투덜대면서 갈데 없어서 결국엔 여기서 나이만 들까봐 정말 너무 걱정이다. 

3. 재택근무의 마법

재택 근무의 걸림돌은 시혐공부할 때의 걸림돌과 비슷하다. 

주말내내 아무렇지도 않던 집구석이

왜 도통 청소며 설겆이를 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게 되는 건지 도통 알수가 없다. 

청소랑 설겆이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만들어 버리는 재택 근무의 마법이

근무 시간이 끝나자마라 사라진다는 것도 참으로 신비스러운 일이다. 

4. 소비 가속도

나름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

연초부터 로봇청소기에

갤탭을 사들이고

PT를 연장하고

도우미를 계속 쓰고

독일 여행을 다녀오고

멀쩡한 노트9을 버리고 플립4까지 사들이며

굵직굵직한 소비를 올해에만 여러건 하다보니

확실히 소비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느낀 건은

지난주말 30만원짜리 루이스폴센의 스탠드를

비교적 짧은 2주정도의 고민끝에 결재한 것이다. 

어느 새 도래한 PT 만기도 이렇다할 고민없이 30회 연장을 할 예정이며, 

조금 부류가 다르긴 하지만 전세금 5% 인상도 별다른 협상없이 그냥 함. 

소비 심리에도 가속도가 붙는다니. 

이와 같은 과소비의 근간에는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보니 그나마 사지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보여진다. 

5. 

과소비만큼이나

벌써 쓰지도 않는 잡동사니들을 하루빨리 정리해야겠다는 압박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이가 들다보니 웬마한 잡동사니들이 최소 5년 길게는 20년가까지 되는 것들도 부지기수다. 

도대체 15년이 지난 옷같은거,

이쁘지도 않고 맞지도 않으며 애초에 싸구려였던 옷가지들을 왜 이고 지고 있나 몰라. 

그래서 옷들도 계속 재활용 함에 넣고

가장 큰 무게를 차지하는 책들도 지속적으로 처분하고 있다. 

책은 우선 알라딘 중고 서점에 파는데 오래된 책들이나 상태 안좋은 책들이 50% 정도는 남는다. 

이렇게 매입 불가 판정을 받은 책들을 권당 300원에 당근마켓에서 팔아보았는데

그 와중에 팔리는 책들은 팔고 남은 책들은  분리수거함에 넣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내가 당최 뭔 생각으로 이딴 걸 샀지 싶은 책이라도

심지어 증정으로 받아 취향에 맞지 않아 책 표지 조차 열어보지 않은 책이라도

책을 분리수거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할만큼 했지. 이제 분리수거장으로 가자.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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