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카테고리 없음 2013. 2. 2. 20:48

1. 로망 실현

 

커다랗고 튼튼한 책상은 오랜 세월 나의 로망이었다.

언니랑 한방을 쓰던 꼬꼬마 시절,

규격화된 책상으로 버텼던 대학 기숙사 시절,

방이 좁고 돈이 없어 큰 책상을 들이지 못했던 언니와의 동거 시절을 거쳐,

비교적 저렴한 편의 조립 가구 브랜드에서 출시된 가구들 중

가장 큰 사이즈의 책상을 구매했고 마침내 오늘 배송 완료되었다.

게다가 19만원인데 13만원에 사뜸. 아핫핫.(조립비 9천원 별도)

실현된 로망의 결과를 굳이 애기하자면,

확실히 로망은 로망으로 남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거랄까.

좋긴 좋지만 로망일때만큼 좋지는 않음.

책상만 바꾸면 원고가 후루룩후루룩 써질 줄 알았는데,

문제는 책상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꺠달을 뿐.....현실은 바뀌지 않았다.....OTL..원고는 여전히 안써져..ㅜㅜ

그래도 에헷헷. 커다란 책상. 커다란 책상, 커다랗고 커다란 책상~~~아이 됴아..

크기는 가로 180cm, 세로 80cm..에헷헷..에헷헷

(참고로 원래 쓰던 책상은 가로 120cm, 세로 60cm)

 

 

2. 주말

 

아아...원고 써야되..라고 무거운 마음으로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지.(100페이지 써야되는데 2페이지 썼음.-.-, 마감 2주 남음.ㅠㅠ)

아아...원고 써야되지만 밥은 먹어야지...라고 무섭게 요리 돌입, (심지어 삼시세끼 다 챙겨먹음)

아아...원고 써야 되지만 사람은 (평소 좀처럼 생각치 않던)청결하게 살아야지라며, 설겆이 및 각종 집안일하다보면 어느새 저녁,

아아...원고 써야 되지만 그래도 주말이니까, 좀 쉬어주어야지라며,

토요일에는 무한도전-서영이-내사랑 나비부인-청담동 앨리스-백년의 유산

일요일에는 런닝맨-서영이-내사랑 나비부인-청담동 앨리스-백년의 유산을 풀로 땅기면,

아아..원고 써야되는데...라며 무거운 마음으로 일요일 자정을 맞는다.

정말..한달내내 이러고 살았음.

이게 뭐야..ㅜㅜ

게다가 이번 주말은 실장님이 내준 팀장 Role 50가지 숙제에 대한 마음의 짐까지 더해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음.

 

3. 아버지는 짬뽕이 싫다고 하셨어.

 

우리 집안은 고기와 맵고 자극적인 국물을 좋아한다.

짬뽕은 당연 우리의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지.

마조앤새디가 강추하는 성남에서 매우 유명했던 짬뽕 전문점이 최근 우리 동네 인근에도 분점을 내서,

(연봉은 전혀 오르지 않고 일만 두배로 많아질 뿐인) 팀장 승진턱을 간략히 낼 겸,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따.

그런데 엄마가 아빠는 짬뽕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 집안의 음식 취향상 싫어할 수가 없는데 왜 그러실까...좀 의아하기도 했지만,

아빠는 나처럼 워낙 괜한 것에 까탈을 부리거나 신경질적으로 구는 사람이라 탕슉이랑 짜장면 드시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사실 차를 타고 가야 되서 좀 귀찮긴 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그 짬뽕 전문점에 갔따.

식당에 들어가서 매장을 훌훌 둘러보던 아빠는, 의외로 짬뽕을 메뉴로 고르셨고,

그 뒤 아버지가 짬뽕을 싫어하시는 이유를 들을 수가 있었다.

집에서도 가끔 중국음식을 시켜먹곤 했는데,

아버지는 배달시켜먹는 짬뽕은 생오징어를 쓰지 않고, 마른 오징어를 물에 불려서 쓰는 것으로 강력히 추정되는 바,

당신의 치아 상태로는 도저히 짬뽕에 들어있는 오징어를 씹을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짬뽕집은 주방도 오픈되어 있고 좋은 재료를 쓰는 것 같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시는 거였다.

다행히도 이 짬뽕집은 싱싱한 해물을 쓰고 있었으며 오징어도 별로 질기지 않았고, 꽤나 맛이 있었으며,

아버지는 짬뽕을 바닥까지 깨끗하게 비우셨다.

불안정한 정서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가족들 중 유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아빠와 나는 결코 서로 친한 사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어느 가족보다 아빠의 신경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래서 아빠의 그런 점을 어느 가족보다 가장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아버지가 짬뽕을 마음껏 드시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견적이 얼마나 나올런지....어느 누구도 선뜻 손을 못대고 있는 것도 사실...

일단 언니랑 애기는 한번 해봐야 겠다.

 

4.

 

팀장 승인 사장 결제 났다는 애기를 들은 날,

옛날 회사 사람 중 하나를 만나 전작을 하고,

집에 와서 라디오스타를 봤는데, 마침 라디오 스타가 김광석 특집이었다.

나는 많은  Grimterian들이 그러하듯이 김광석의 노래를 대부분 좋아하지만,

특히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눈시울이 시큰거린다.

울고 싶을 떄는 항상 그 노래를 들었고 매번 효과는 매우 좋았다.

나는 원래 그런 애기에 매우 취약했다.

여기에도 썼었지만,

몇년 전 응급실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는데,

어느 할머니가 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할아버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며 할머니 발만 애처롭게 쓰다듬으며 탄식할 뿐이었는데,

그걸 보고서도 한참을 울었고 그 장면이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오랫동안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매우 강한 집착이 아닐까라고 일단 분석해보지만,,

여튼 그게 Trigger가 됐는지 라디오스타를 본날도 한시간 동안 엉엉 울었다.

새 조직에서 적응하는 것 자체가 녹록치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적응의 결과가 그닥 좋지 않았던 아직은 편치않은 조직에서 관리자를 한다는 것이 마냥 무섭고 두렵고 막막할 뿐이어서,

그 스트레스가 폭발했떤 것 같다.

원래 이직할때 팀장 아니고 차장으로 가는거니까 좋은 거라고 옛날 회사 사람들이 막 그랬는데.

잘 할려고 하는게 항상 문제야.

빨리 돌아가자. 어딘가로.

 

P.S

 

그래도 실장님이 우리 실장님이라 다행이야.

그리고 팀원들이 우리 팀원들이라 다행이야.

애들 잘 키워놓고 그 중에 하나 팀장 시키고 돌아가자. 어딘가로.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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