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

카테고리 없음 2023. 9. 19. 19:54

1. 

따듯한 심성의 일본 동료 마사토상은 외국인 동료들 중 유일하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칭구이다.  

지난번 마드리드 출장 때 나의 처지에 대해 이런저런 애기를 했더니

자기에게 들어온 이런저런 구인 정보들을 전달해주기도 하고

(일본 회사 포지션이라 큰 도움은  안되지마서도)

따로 시간을 내어 근황토크도 한다. 

어제도 이런저런 주로 회사욕을 하다가, 

(여기는 각자 도생해야 한다. 아무도 우리 안 챙겨준다 등등)

나 일 넘 힘들어서 공황장애도 왔지 뭐야...라고 그랬더니, 

자기도 그래서 약 먹는다고,

다들 애기는 안해서 그렇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인 사람들 많다고  

 약 먹으면 많이 나아지니까 약 꼭 먹으라고 했음. 

마사토상은 작년말인가 입사 전즈음부터 개인적인 일로 공황장애가 있었다고 했는데

여린 성품이 나랑 비슷한 결인 듯 하다. 

한국과 일본은 또 환경이 달라서 내 처지를 100%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공감해지고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만 해도 참 좋다. 

마사토상, 내 이 신세는 죽을 떄까지 잊지 않게쏘. 

여튼 일본에도 공황장애나 우울증인 사람이 종종 있다니. 

중국인인 팀장은 아주 씩씩해보이던데.

2. 

이번주에는 재무팀 부장님 A와 점심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차분한 이미지라, 

내심 호감으로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최근에 내가 허드렛일 하는데 잘 도와주셔서 고맙기도 하는 중에

먼저 밥 먹자고 하셔서 입사 4년차만에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으며 길게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분 말씀으로는 내가 워낙 유능하고 책임감 강한데, 

혼자 너무 고생 하는 것 같아 업무 잘 도와주고 싶었다며 

내가 있는 포지션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많은 공감을 해주심. 

본인도 영어로 아직 힘든다는 거나, 재무부서에 작년에 조기 퇴사 프로그램 돌아갈 때 퇴사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애기도 해주고, 

외국인 보스들이나 주변 부서들에서 힘들게 하는 게 내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구조적 문제인 것도 잘 알고 계셔서

참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따. 

그리고 내가 혼자 일하다보니 직급에 비해 자잘한 일도 일일이 챙기는 거 보고

저 사람이 마음이 매우 약해져 있구나..라는 부분까지 적확하게 짚어내서 좀 놀라기도 했다. 

그럼서 이런저런 좋은 ㅁ라씀,

이를테면 본인도 정신과 약 먹으면서 하루하루 버티다가,

요 3년 정도 평일 하루에 3시간씩 운동하면서 에너지가 많이 생겨서

요샌 은퇴 후 먹고 살거 구상하면서 만족해하며 지내고 있다고, 

너무 빡세게 일하지 말고 최대한 회사 제도 이용하면서 몸 챙기고 빨리 이직하라고 하셨음. 

3. 

나는 내심 항상 불안했떤게

내가 지금 너무너무 힘든게 혹시 내가 무능해서거나 잘못 처세를 했다거나 등등 

내 탓이 클까바 걱정이 많았는데(상담썜이 항시 지적하는 자책 프로토콜이 계속 돌아감)

역시 회사가 이상한게 확실 한 것 같다. 

내가 나름 이십여년이 넘어가는 직장 생활동안

이런저런 경험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회사처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알아주지 않고

직원을 아무도 보호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정말 각자 도생하는 회사는 처음이다. 

진짜 별로다. 

마사토상 말마따마 회사가 넘 Toxic해.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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