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카테고리 없음 2024. 10. 16. 21:02

오늘은 언니 생일이다.

언니가 오늘 마침 휴가를 내서 같이 영화보고 점심 먹기로 했는데, 

일정 관리 실패로 다른 약속과 좀 꼬여버렸다.

원래는 당연히 일 약속을 우선시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언니 생일을 함께 해야 할 것 같아서 다른 약속을 조정했다. 

회사를 관두는 동안 힘든 시기를 지지해준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들어서, 

일보다는 가까운 사람들을 더 챙기자 내지는,

아니 백수된 것도 억울한데 평일에 이정도 시간은 써도 되는 거 아님...뭐 대략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전에는 언니의 요청사항으로 용산 아맥에서 임영웅.........영화를 보았다. 

상암축구장에서 했던 공연 실황을 편집한 영화인데

전부터 언니가 몇번이나 같이 가자고 했지만 당연히 죄다 거절했지만,  생일인만큼 큰 맘먹고 같이 길을 나섰다. 

물론 언니는 이번이 10번째 관람이다. -_-;;;

나로 말하자면 임영웅에 대해 조금의 관심은 커녕, 

언니의 덕질로 인해 가족내 밸런스를 맞추기위해 어떻게든 흠을 찾아내려고 보는 편인데, 

놀랍게도 영화는 꽤나 볼만했다. 

축구장 잔디보호를 위해 뭘까네 어쩌내, 아이유는 그걸 안해서 욕을 먼네 마네 모 이런 기사들을 대충 보기는 했지만, 

무대구성과 연출이 증말이지 신박하고 대단하기는 하더라. 

사실 이런 큰 경기장에서 공연하면 관중석 말고 경기장안에 비싼 좌석 쫙 깔아서 수지타산을 맞추는게 상식인데, 

거기를 포기한다는 결정은 증말 대단한 것 같다. 

그렇다고 경기장 안쪽을 그냥 놀릴 수는 없으니 그 공간을 채우려고

댄서를 200명씩 들이붓고 무대를 경기장 정 가운데 하나, 

정면에 하나 그리고 나머지 삼면에도 무대를 설치해서 트랙을 따라서 쭉 무대들을 연결시켜 놨더라구. 

내가 콘서트를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열몇번은 가본 것 같은데,

이런 과감하고 신박하며 돈 많이 드는 무대 구성은 첨 봤다. 

영상에서 스텝들이 인터뷰하는데 자기들끼리 이정도면 콘서트 아니라 올림픽 아니냐구 그러는데, 

물량과 스케일이 최소 전국체전보다는 훨씬 나아보였음. 

스케일 뿐 아니라 의상과 사운드 세팅 등등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다 공들인 티가 나서,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느껴지는, 

재능있는 사람들이 공과 '돈'을 들인 티가 나는 고퀄의 산출물에서 느껴지는 감탄을, 

콘서트에서 느끼게 될줄이야.  물론 편집된 영상으로 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더불어, 우리 업계 탑티어도 그렇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느 분야든 탑티어는 전문성 + 좋은 태도 +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의지를 고루 갖추는구나 싶었음.

여튼 영화를 보고 언니랑 밥을 먹고 가구 좀 돌아보고 아파트 가서 실측을 하고, 

케이크 사들고 다시 언니집에 가서 형부+조카까지 해서 저녁까지 먹었더니 하루가 후딱 갔다. 

알고보니 언니가 올해 오십이더라. 이제 나도 곧......

원래는 점심먹고 와서 일 좀 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주에는 일거리가 두개나 더 들어와서 마음이 훈훈했다. 

하나는 금융기관에 감사나가는 건데, 내가 금융업에 대해서는 일을 안해서 현황을 잘 모르거덩. 

그래서 이번 기회에 금융기관 좀 들어볼 생각을 하니 신이 났고, 

나머지 하나도 내가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데이터 전처리 가이드 개발에 대한 거라 

이것도 업무 과정에서 이런저런거 배울 생각을 하니 신나기 짝이 없다. 

새로운 분야에 경험과 지식도 쌓고 돈도 받다니...

이래서 내가 원래 월급쟁이를 조아했지......

여튼 오늘은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서 기부니가 좋았다. 

언니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보궐선거도 하고 왔다. 

나는 이제까지 모든 선거를 항상 사전투표해 선거인으로 등록된 본구역(?) 투표는 첨 해보는 거라, 

투표소 찾는데 한참 걸렸다. 

투표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늦은 저녁이었음에도

투표하러 온 사람이 나말고도 서너명정도는 있었다. 

교육감 투표에는 소속당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보니 

기표소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검색하다 나왔다. 

투표소 밖을 나오는 길에 보니, 

투표하러 온 듯 한 30대 부부가 투표소 밖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남편이 와이프 등쌀에 못 이겨 투표하러 온 것이 역력한 기색으로다가, 

누구 찍어야 되? 라고 볼멘소리로 와이프에게 묻고 있었고, 

와이프가 목소리를 낮추어 '정근식'이라고 남편에게 알려주었다.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귀여운 부부였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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