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려고 본게 아니라,
유효기간이 어제까지인 영화 쿠폰이 있는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서 그 쿠폰으로 볼 수 있는 영화들 중,
이유는 모르겠지만 웬지 꺼려지는 <7년의 밤>과 <곤지암>을 거르고나니,
그마나 평점 좋은 영화가 이거라서 퀴어 & 성장 영화라는 거 외에는,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보았는데, 이런 대봑~~~ 완전 잼나.
게다가 난 퀴어 영화도 별로고, 성장 영화도 별로인데다,
멜로물도 완존 싫어하는데도 두근두근거리며 봤어.
상영시간이 무려 132분이고 별다른 영화적 장치 없이 건조하게 흘러가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숨쉴틈없이 후딱 가.
특히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남부 이탈리아라는 시간적 지리적 시점과 장소가 매우 단순하면서도 인간적이었음.
아니 그것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는데,
그게 뭔지 자꾸 곱씹어보게 되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음.
이번 휴가는 남부 유럽으로 가게떠! 여기저기 떠돌지 말고 시골 하나 정해서 한가롭게 책이나 읽다 와야지.
(아니 시골에 있다 올거면 굳이 멀고먼 남부 유럽으로 갈게 아니라 제주도 같은데 있다 와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보급이 없던 시대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시도때도 없이 책을 보는게 좋아보이더라.
OST도 좋구, 배드씬도 좋구...주인공들간 성적 텐션들을 배경의 풍광이 중화를 시켜줘서 보기 부담스럽지 않았나바.
살구 마스터베이션 같은 건 언뜻 생각하면 좀 이상하기도 할법한데 말이지.
이렇게 보자니 웬지 브로큰백 마운틴이랑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이 작품이 훨씬 고퀄이고 호소력이 느껴지는 건 아마 영화적 장치가 훨씬 적고 무심하게 관찰하듯 찍어서 그런가바.
마지막 롱테이크 장면 좋았고 아들을 위로하는 아부지의 말씀도 별다른 미사여구 없는데도 넘나 마음에 와닿았지.
몸과 마음은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받고 깎여나가 누구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니
자신이 느낀 감정과 경험들을 소중히 하라는 요지였는데, 비단 연인 관계를 떠나 인생 전반에 적용할만한 관점이 아닌가 했음.
거사 이전까지는 소년의 시점으로 진행되다 거사 이후 잠시 청년의 시점으로 전환되는 부분이 튀었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했는지, 그렇다면 왜 그랬는지 좀 궁금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