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물욕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
도통 부족한 점 없이 자란 조카의 선물을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항상 뭘 갖고 싶냐고 물어보지만
대부분 갖고 싶은게 없다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나마 닌텐도 게임기가 거의 유일한 희망템이었음)
그래서 당연히 대부분 돈으로 떼우다가
작년에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는 좀 의미있는 걸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운동화와 가방을 사주겠다고 했으나 역시나 시큰둥했다.
게다가 가방은 쓰고 있는게 멀쩡하니 걍 운동화만 사주면 된다고 했따.
고심끝에 사들고 간 운동화에도 도통 좋아하는 기색이라곤 없었따.
흘끗 보고 괜찮네..라고할 뿐....
그래서 이번 생일 선물도 당연 수순 현금으로 복귀했다.
ATM에서 십만원을 뽑아 봉투에 담아 줬더니만,
(마침 현금 지급기에 오만원짜리가 없어서 만원짜리로 십만원을 줌)
조카 왈,
고마워...아니..오만원짜리로 주지....(1투덜).
야야..그렇게 투덜거릴거면 도로 내놔...
아냐아냐. 근데 담부터는 물건으로 줘...(2투덜)
야야...그럼 담부터는 물건으로 사올테니까 그거 맘에 들든 안들든 꼭 받아야 된당.
물건 사오는 정성을 봐서 내가 봤을 때 정성이 있다 싶으면 받아줄께...(3투덜)
아니 무려 10만원이나 주었건만 뭔가 대단한 감사를 받기는 커녕
졸지에 센스없이 돈으로 떼우는 이모가 된 듯 해서 뭔가 코너에 몰리는 기분이 들어 이거슨 잘못됐다 싶었다.
아니 네가 애초에 가지고 싶은게 없다고 해서 현금으로 준거잖아.
글고 물건을 받는 것은 당연히 맘에 들수도 있고 안 들 수도 있는 리스크가 있는 건데 그걸 왜 나에게 전가하는거야!
그래서 다음 선물 부터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할 참이다.
1. 뭐 갖고 싶은 거 엄서?(당연히 엄다 하겠지)
2. 현금으로 받을래, 물건으로 받을래.
3. 물건으로 받을 거면 네가 결정한 거니까 마음에 들든 안들든 무조건 받아야 된다.
다음번 선물은 명작만화 '슬램덩크 전집'을 사줄 예정이다.
근데 다음번 선물 주간은 크리스마스라 그때까지 안 잊어먹을런지 모르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