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이사를 완료했다.
전에 이사할 때는 집도 단촐하고 집세도 비싸지 않고,
가스며 수도며 인터넷이며 죄다 건물주와 계약된 상태에서,
가구나 냉장고나 에어컨 등등도 이미 옵션으로 있는 방에 몸만 들어가는 거였던지라
정말 간단하게 한 두세시간 만에 이사를 완료하였지.
심지어 방계약도 부동산 통해서 안하고 집주인 할머니가 한자한자 꼭꼭 손글씨로 눌러쓴 수기 계약서를 썼더랬지.
여튼 5년여 쯤의 마지막 이사가 이렇게도 단촐했기에,
이번에 비록 대형 TV, 대형 냉장고, 대형 팀대 사재기에,
그간 수납장이며 행거며 은근 늘어난 짐들이 좀 많긴 했지만,
그래도 한 서너시간이면 될 줄 알았건만
아니, 이런 젠장 태어난 이래 이렇게 바빴던 하루는 처음인 것 같다.
하루 종일 잠시의 쉴틈도 없이 심지어 늦은 점심으로 자장면을 욱겨 넣으면서도,
뭔가 생각하고 움직이고 여튼 뭔갈 했는데도, 아직도 이사가 덜 됐어.
정말 이사는 넘나 피곤한 것이었다.
이게 부부가 2인1조로 한명은 짐정리 및 가구 배치 중심으로 하고,
한명은 인터넷 설치, 가스 설치, 계약서 잔금 치르기, 전입 신고 등등의 행정 처리 중심으로 역할을 나눠야 하는데.
혼자서 하려니,.
잔금이나 배송비 송금하면서 짐 정리 하는 아저씨들이랑 애기하면서 전화로는 가구나 가전 배달 오는 사람들이랑 통화를 하는,
그야말로 멀티 태스킹을 거의 하루 종일 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정말 머리에 과부하거 걸려서
이사비를 오만원짜리 몇장으로 줘야하는가 라는 단순한 계산도 안되더라구.
그나마 엄마가 짐정리하는 것 좀 도와주셨는데,
어무이도 인제 예전같이 않으셔서 총기가 좀 떨어지심. ㅜ.ㅜ. 아흑.
여튼 이사는 무사히 완료하였다.
집보러 다닐때는 25평은 웬지 좁은 느낌이었는데,
전에 살던 집이 좁았긴 했지만(10평 남짓) 거기서 집을 가득 채웠던 짐들을 모두 풀고
소파까지 샀는데도 헐빈해서 소리가 울림.
아. 자꾸 집에 가고 싶다.
비록 보일라가 고장인지 거실이 냉골이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3년전 첫차를 살 때 차를 산 기쁨과 보람이 아마 3개월 정도 갔던가.
비록 전세긴 해도 그래도 차보다 열배 정도 비싸니까, 그래도 한 6개월은 가야할텐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