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회사 핵심 조직의 VP가 미국 본사에서 새로 왔다.

미국 본사에서 왔지만 외국인, 그러니까 코케이젼은 아니고 한국계 이민자이다.

나보다 두살 많은 여성인데,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나와서 본사를 포함하여 굵직한 IT기업 임원 자리를 역임하다,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과감하게 한국 VP로 자원해서 왔다고 한다.

다른 조직의 워낙 높으신 분이다보니 나야 일적으로 엮일 일이 거의 없고 일면식도 없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천재소녀에다가 열정적이고 똑똑하고 그렇게 일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다보니, 웬지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들어서,

우리 본부의 여자 팀장들을 규합해서, 여성 Leader 조직을 만든다음에,

자연스레 멘토로 초빙해서 어케 좀 만남의 기회를 가져보려고 했는데,

여성 팀장들 규합이 잘 안됐다. 원래 사회 생활이란게 자기 마음대로 잘 안된다.

자기 마음대로 쑥쑥 뭔가가 진행된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프로젝트다.

그래서 여차저차 기회만 엿보다,

어제 팀장급 미팅에서 근처에 앉았길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점심이라도 한번 가지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이런 점이 외국계 회사의 좋은 점 같다.

일면식도 없는 일개 팀장 나부랭이가 다른 조직 부사장에게 밥먹자고 하는게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혼자가면 뻘쭘할 것이 당연하므로 평소 친분 있는 여직원들 넷을 모았는데, 그들의 반응이 4명 모두 상이했다.

완전 좋아라는 사람도 있고 아 뭐 부담스럽게라는 사람도 있고,

그런 자리를 만드는 나를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고,

여튼 사람은 정말 다양하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나 사회나 세상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은 내 깜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구분되고 정리된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Posted by 물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