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내가 맡은 분야에 대한 연간 평가와 계획을,
지사장과 CFO를 비롯한 여러 임원들에게 발표를 해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임원 일부가 외국인이라 영어로 준비했다.
누차 말했다시피 영어는 못해도 결코 스크립트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므로,
당연히 이번에도 스크립트는 쓰지 않아았지만,
중요한 표현이나 키워드들을 간단히 정리해두기는 했지.
회사는 일단 전면 재택이라 몇몇 임원들은 Team로 붙었고,
나를 비롯해서 일부는 회사에 나와서 오프라인으로 참석했는데,
아니 글쎼 팀즈로 파일 공유해서 진행하니까 PPT의 스크립트가 화면에 디스플레이가 안되더라구. 아하하하하하.
그래서 가뜩이나 영어도 못하는데 망했어. 뭐.
게다가 회의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돌발질문도 막 나오고....
입사 이래 두번째로 개판같은 회의였지.
난 진짜 이렇게 찐따같이 말하는 내가 멀쩡히 회사 다녀도 되나 싶다.
업무하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원래가 기본인데, 게다가 내 일의 대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인데,
영어를 이렇게 못하면서 공식 언어가 영어인 회사에 다녀도 되는건지 모르겠네. 증말.
이런 판국에 영어로 매니징까지 해야되는 회사에 이직하려는 이 시도가 뭔짓인지 모르겠네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