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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에 뭐라도 해야 할 듯 하던 중
누가 부산 간다길래 나도 불현듯 떠나 본 부산.
부산 가본지 웬지 이십년도 더 된 기분이라,
부산 함 가바야지라는 생각은 오륙년전부터 쭉 해오긴 했찌.
1. 돼지국밥 - 본전돼지국밥
부산역 근처 돼지국밥 집 중 젤 평이 좋길래
역 근처 숙소에 짐 맡기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뚫고 갔는데,
오전 10시부터 웨이팅 실화냐.
내 사전에 웨이팅이란 없건만 비가 내리고 추워서
뜨끈한 국밥 넘 먹고싶고 딴데 검색해서 가기도 구찮아서 일단 웨이팅.
다행히 줄이 길지는 않아서 10분만에 입장함.
그렇게 먹게 된 돼지국밥은 당연히 맛있긴맛있었지.
무겁지 않고 약간 라이트한 느낌으로다가 맛있고
반찬으로 나온 경상도식 김치도 국밥이랑 잘 어울렸음.
근데 아무래도 울 동네 순대국밥집이 훨씬 더 맛있거덩.
돼지국밥이랑 순대국밥은 아예 장르가 다른 걸까 하다가,
어차피 돼지 부속 넣어서 끓이는 국밥인건데 비슷한 거 아님 싶기도 했음.
글구 여기는 매장 자체가 워낙 협소해서 웨이팅이 있는 것 같기도.
여튼 먹을 만은 했는데 웨이팅까지 해서 먹을 정도인가는 잘 모르겠다.
울 동네 순대국밥집은 웨이팅 할만함. ㅋ
돼지국밥집은 수변돼지국밥집이 맛있다던데 담에는 꼭 거기가서 먹어바야지.
2. 베이글 - 올선데이
순대국밥 먹고 버스타고 광인리 해수욕장 산책하다
춥고 바람도 넘 세게 불고해서 잠시 몸을 피할려구 카페를 찾던 중
사람들이 많길래 일단 들어가 본 베이글 집.
난 탄수화물은 면파이기 때문에 빵과 과자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일단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넘 지쳐서 다른 카페를 찾아다닐 기력이 없어 일단 자리를 잡음.
근데 베이글이 죄다 팔라고 세 개인가 남아 있어서 어뜨카지 하다,
다음 베이글 언제 나오냐고 물어봤떠니 점원이 알 수가 없다는 거야...
아니 왜 알 수가 없지...이상하다 싶었지만
이렇게 꾸물거리는사이에 그나마 세개 있던 베이글도 팔려나가서 마지막 단 하나 남은 베이글을 집어들고 아아를 계산하고, 5분쯤 뒤에 주문한 음료 픽업하러 갔는데, 아..놔 그 새 매대에- 베이글이 그득그득 쌓여 있더라능...뭔가 여튼 빈정이 상함.
베이글은 그냥저냥 먹을만했지만 런던 베이글이 훨 마시따!
3. 고래사 어묵
광안리에서 한시간 반 정도 산책 + 지하철을 갈아타고 해운대로 이동하니 넘 지쳐서
잠시 고래사 어묵집에 들러 베스트셀러 제품이라는 새우 어묵을 먹으며 기력 보충.
고래사 어묵은 말해 모해. 넘 마시쩡.
서울에서도 택배 주문이 되지만 그래도 현지에 와서 함 먹어봄.
하지만 넘 비싸다. 크흑.
4. 낙곱새 - 개미집
저녁을 엄청 맛난 걸 먹고 싶었지만,
고기나 회나 SNS에 핫한 해산물 등등은
1인분 3만원 정도에 2인분부터 주문이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엄서따.
그나마 낙곱새가 1인분이 1.5만원이라서 2인분을 시켜서 먹었는데,
그냥저냥 먹을만 했지만 이번 생애 낙곱새는 다시 안 먹기로 함.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내가 기본적으로 단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2인분을 시켜서 절반 정도를 남기고 돌아서야만 하는 것의 뒷맛이 영~
고기면 차라리 2인분 시키면 다 먹을텐데 이런 종류는 밥이랑 같이 먹는거라...
나는 밥도 별로 많이 안 먹어서..
5. 초량 통닭
어찌된 셈인지 부산이 통닭이 유명한 거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고
저녁도 좀 부실해서 숙소 근처 전통시장안에 노포 통닭집 있길래 먹으러 가봄.
원래는 가게에서 치맥하고 올라고 했는데 혼자 갔다고 이상한 자리를 내줘서
어쩔수없이 포장해서 호텔에서 먹었는데
진쫘 울트라 쫭 맛있었어!!!!!
전형적인 옛날 시장 통닭인데
염지자체는 약간 슴슴한 편인데 소금 찍어 먹으면 간이 딱 막고
튀김옷인가에 묘하게 감칠맛이 있어서 진짜 넘 마싰더라.
게다가 시장안에 있는 노포라 그런지 가격도 엄청 저렴해서,
이게 소짜고 12,000원이기덩. 근데
내 800그램 짜리로 추정되는 닭 한마리를 다 튀겨주었음.
부산와서 먹은 것 중 유일한 맛집.
6. 짬뽕 - 락화원
첫째날 무려 20km, 2.5만보나 걸었지만,
넘 많이 먹은 것 같기도 해서
둘째날은 늦잠 좀 자고
느지막히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짐을 맡긴 다음에
산책겸 송도 케이블카 타고 와서 먹은 첫끼니였다.
숙소 근처에 차이나타운이 있길래,
짬뽕 매니아로서 부산 차이나타운에서 짬뽕을 아니 먹을 수 없어
검색해봤는데 이렇다할 짬뽕 맛집이 엄어서,
그나마 평점이 좀 높은 곳으로 간 노포 중국집.
물론 차이나타운안에 건물이 통째로 중국집인 곳도 있지만,
원래 삐까뻔쩍 한데 가면 주눅들고
웬지 노포가 맛있을 것 같아 조그만 곳으로 찾아감.
일단 조그만 가게에 일군의 무리들이 낮술 판을 벌이고 있었고
싸장님의 웍질도 참으로 능수능란해보여서
분위기는 진짜 그럴싸 했는데,
결론적으로 내 인생 최악의 짬뽕 집 중 하나였음.
왜냐하면 오징어 등 해산물에서
오래된 해산물 특유의 비릿한 맛과 텁텁한 질감이 느껴졌기 때문.
아니! 왜! 부산이면 바닷간데 왜 이렇게 오래된 해산물을 쓰는거지.
장사가 잘 안되서 회전율이 안 좋나..
여튼 다시 안가. 역시 삐까뻔쩍하게 건물 올린 집으로 가야해.
7. 삼진 어묵
짬뽕이 넘 아쉬워서,
부산역 근처에 있는 삼진어묵집에 들러 비싼 어묵 하나 먹어 줌.
고래사 어묵이 더 맛있는 거 같음.
8. 갈매기 샌드
짬뽕 먹고 후식겸, 기념품으로 사갈까 싶어서 들른 갈매기 샌드집.
일단 테스트 겸 하나 먹어봤는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선물세트가 비싼 감이 있어서 여기서 안 사고 비앤씨에서 만쥬 샀는데 거기 맛있었음.
9.
부산은 SRT로 서울에서 가기도 쉽고
부산 대중 교통도 워낙 잘 되어 있고
먹을거리며 산책할 곳이며 관광할 곳이 넘쳐나서
혼자 여행가기 참 좋은 것 같아 앞으로도 종종 가야지 했음.
일단 앞으로 먹어야 할 곳은 다음과 같다.
미포집, 수변최고돼지국밥집, 초량밀면집.
봄에 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