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수요일에 3년간의 노력아닌 노력이 박살이 나겠지만,
그래도 어제와 오늘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놀 요량으로,
어제는 영화를 보고 오늘은 아주 간만에 책을 읽었다.
논문에 대한 압박없이 집에서 네이버 클로버가 '조용한 음악'으로 추천해주는 음악을 들으며,
차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노라니 정말 간만에 평화롭기 짝이 없었다.
간간히 다음주 수요일에 벌어질 참극에 공포와 불안이 밀물듯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멍때리고 아무생각없이 읽기에 히가시노 게이고만한게 있으랴.
나는 원래 일본 장르 소설 좋아해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을때부터 작품은 거의 다 읽었다.
첨에는 열심히 사서 읽었지만 결코 다시 읽을 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빌려보거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빌려 읽고 다시 되팔곤 했다.
논문 마무리즈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충동 구매도 정점을 찍을 때 사들였다.
'전세계 동시 출간'에다가 '래핑'까지 되어 있고 정가가 무려 '18,000'원 이었으며 '작가 싸인본'에 '머그컵 증정' 이벤트까지 벌이는 요즘같은 코로나 시대에 보기드문 무지막지한 마케팅 공세에 뭔가 출판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느낌이었는데, 그렇다고 출판사 기세에 눌린 건 아니고 검빨 표지가 넘 이뻐. 역시 검빨이야도 아니고 워낙에 신작이라 코로나로 벌써 한달가까이 운영을 중단한 도서관에는 당연히 올라와 있지도 않고 웬일인지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봤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답게 간결한 문장과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비상한 머리와 뛰어난 추리력 하지만 항상 뭔가 결함이 있지)의 추리쇼가 흥미진진하고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이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다니 매우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번생에 읽어야할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 읽었다는 것을. 자기복제가 지나친게 아닌가 싶음.
앞으로 다시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는데에 시간을 쓰지 않을 예정.
그래서 이 책을 포함한 집에 있는 게이고는 몽땅 팔아치울 예정.
한번 엄청 팔아치웠던 것 같은데 남은게 있으려나.
18,000원짜리 따끈따끈 신작을 알라딘에서 얼만에 받아줄지 흥미진진.
이참에 미미여사 것도 다 팔아치워야지.
여튼 조용한 음악 들으면서 보고싶은 영화를 보고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일상이 이렇게 소중하다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