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구축을 사서 인테리어를 한 다른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코로나가 시작될 때 쯤 수원에 60평짜리 아파트를 사서 무려 2억이나 들여 인테리어를 했는데,
(물가 오르기 전 2억이라 지금은 2.3억 이상으로 봐야 함...)
역시 인테리어 공사에만 2억이나 들인 집이라 (가구는 당근 별도)
고급 리조트 수준으로다가 당연히 엄청 좋았음.
가뜩이나 집도 넓은데 여기저기 붙박이 장을 짜 넣어서 잔짐이 하나도 안 보이게
매우 심플하고 깔끔했으며,
침대며 소파며 식탁이며 가구나 소파들도 모두 고급져 보였으며,
거실창으로 숲과 호수가 보이는 멋진 뷰도 있어서
주로 빌라를 전전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완전 신세계였음.
무엇보다 접시나 수저나 뭐 이런 것들도,
나는 생전 첨 들어보는 고급진 브랜드들이나 뭐 어느 거 하나 안 이쁜게 없었음.
식기류를 비롯한 웬만한 일상용품들은 주로 다이소나 인터넷에서 1~2천원을 신경쓰며 젤 싼걸 사고,
유일하게 아는 고급 식기 브랜드는 '포트메리온'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비싸서 한번도 못 사본 내 입장에서는,
좋은 집과 고급 아이템을 누리며 사는 그 칭구의 고급진 일상에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벌써 20년 넘게 알고 지낸 지방 중소도시 유지의 딸인 이 칭구는 원래가 씀씀이가 커서,
20대 떄도 월급은 한 푼도 저축을 안하고 죄다 자기 치장과 건강에 오롯이 투자했음.
그래서 뭔가 우아한 느낌이 있기는 하다 말이지.
그에 비해 첫 월급때부터 월급의 50% 이상을 항상 저축해온 나는,
그로부터 25년이 지나 허름한 쓰리룸 빌라에 살고 내 행색을 돌아 볼라치면 말할 가치조차 없다.
실용성과 가성비에 집착하다 보니 고상한 취향이라고는 도통 찾아 볼 수 없이
건조하고 메마른 나의 일상이 초라해보였다는 것이다.
고양이도 두 마리 키우는데 털이 긴 이쁜 부잣집 고양이였음.
비단 물질에서 나오는 취향의 품격이 아니더라도,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떡상하고 있는
운전하면서 뮤지컬 넘버나 팝송 부르는 부인과 남편을 봐도,
그들의 깊은 음악 취향이 넘 부러웠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긴 하지만
남은 생이라도 물질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뭔가 고상한 취향을 가지고 싶은데,
뭔가 투자를 해야 취향이 생길텐데
나는 결국 싸구려 술과 몸에 안좋은 배달음식 먹고 누워있기만 할 게 너무 뻔해서,
더욱 앞날이 암담하고 내 인생은 넘 볼품없게 느껴졌다랄까...
나도 좀 고상한 취향을 가진 품격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당.
친구네 거실 뷰와
귀티나는 부잣집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