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지난주부터 사측과의 교섭 회의 참가였는데,
화산폭발로 인해 국외 관광 출장이 늘어지는바람에,
오늘에서야 첫 데뷰를 하게 되었다.

교섭 내용도 충분히 이해가 안되고,
그래서인이  노조위원장이 코치해준 이런저런 협상 전략과 대응논리도 잘 귀에 안들어오고 해서,
어리버리 불안한 마음에 엄청 쫄면서 교섭장에 들어갔는데,
아니 이런, 사측의 대응 논리가 너무 어리버리해서 깜딱 놀라고 말았따.

이를테면, 잔여 경력 산정이 원래는 세분화되어 있는데,
직원에게 불리하게 단순하게 산정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3~6개월은 6개월 경력으로 인정해줬는데,
6개월 미만은 아예 경력 인정을 안해주는 방식이지.
그러면서 공손하게 노조의 의사가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기존의 방식이 있는데도 굳이 갈등이 더 예상되는 방법으로 변경한 이유나 논리를 물어봤더니,
(당연한 의문이 아니냐 말이지)
총무팀장이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경력이 아니니까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거다.

속기록을 발췌하자면  뭐 이런식이랄까...

(노) 기존 규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방안으로 가려고 하는 것인가?

(사) 하지만 입장은 안된건 안되는 거다. 안된거기 때문에 안되는거다.

(노) 원래 해왔던 것을 ..

(사) 1년이 안된거기 때문에 안된다는 거다.

(노) 하지만 원래 해왔던 것을 포기한 관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

(사) 원칙은 없고 1년이 안된거니까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여튼, 의외로 논리가 허술해서 깜딱 놀랐뜸.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  다소 루즈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재밌는 편이고 경험치도 쏠쏠하게 쌓이는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뭐냐 하면,
사측 교섭 대표로 나온 팀장이나 부장, 본부장 급들이 조합의 대표로써 교섭하러 나온,
나의 애기를 경청해준 다는 것이다.
대접받아 좋다는게 아니고 회사의 일방적인 도구가 소모되거나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비록 조직원이지만 회사와 대등하게 타협할 수 있다는 부분,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조직원 개인으로써의 나의 이익을 위해,
회사와 대등하게 협상을 한다는 느낌이 참 좋은 것 같다.

역시 교섭 위원 해보기를 잘해뜸.

연일 밤샘 작업에 휘둘리는 프로그래머 칭구들도,
산별 노조 같은 것을 조직해서 근로 여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조직적 노력을 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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