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카테고리 없음 2010. 4. 14. 11:53

넉넉치 않은 출장비이지만,
그래도 그간은 출장을 가면,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택시를 탔고,
저렴하지만 깨끗한 호텔에서,
짐을 풀고 시간되면 쉬엄쉬엄 관광도 다니고 해따.

그런데 이번에 같이 스페인 출장을 가게 된 팀장 K!!!
(팀장 K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
약 10년간 내가 팀장으로 모셨지만,
도통 속을 모르겠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어찌나 여우인지, 보통은 조직이 직원 등골을 빼먹지만,
이 사람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 등골 뺴먹는데는 선수다.
업무적으로는 퍼포먼스가 나쁘지 않고,
술자리에서는 재미도 있고 한데,
암튼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말로만 듣던 국외 출장에 대한 이 사람의 소신은 다음과 같았다.
원래의 출장 따윈 중요치 않고 최대한 많이 놀러다녀야 함
(어차피 보통 하루이틀짜리 회의 핑계대고 없는 일정 만들어서 오는편임).
단, 비용은 전적으로 주어진 출장비에서 해결해야 하며,
사적인 비용은 한푼도 쓸 수 없음.

결국 이 사람은 놀러다니고 선물 살돈 확보 등을 위해서는,
교통비와 숙박비를 절감하곤 하는데,.

그래서 공항에서는 공항버스와 지하철, 버스로 이동하고,
숙소는 이십오유로짜리 삼사인용 도미터리 민박을 전전하고 있어!!!!

내가 학생도 아닌데!!!!!

게다가 놀러다녀야 된다며 매일매일이 여행에 비행이야.

그제는 바르셀로나에 밤 10시30분에 도착해서,
랩탑에, 드라이기까지 들어서 정말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거리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는
민박집 와서 자다가 아침부터 바르셀로나 관광을 하고
다시 저녁때 캐리어를 질질 끌고 공항으로 가서,
세비야에 밤 11시가 다 되어서 도착했는데,
또다시 캐리어를 질질 끌고 버스를 타고 허름한 민박집에
자정이 넘은 시간에 도착해서는,
시차때문에 새벽 네시에 다시 깨어버린 것임!
아니, 웬 여자애들이 이렇게 코를 골아대는거야!
내일은 또 세비야 관광을 하고,
버스 세네시간 타고 그라나다 가야함.

뭐 좋게 생각하면,
짧은 시간내에 스페인 여행 알차게 하고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뭐 불편하게 여행다니는 것도 싫고,
뭐 일정도 없는 곳을 이렇게 무리하게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싫고,
 다 싫다 말이지.
수건조차 없는 숙소라니! 이게 삼십대 중반에 전전할 곳이냐!!

으윽.
빨리 한국 가고 싶다.

그래도 바르셀로나는 참 볼만 했음.
특히 그 백년이 넘게 공사중인 그 라파말리아 성당인가 하는 것은,
내가 눈으로 본 건축물 중에 단연코 으뜸이어뜨.

그라나다에 가면 나는 호텔에 묵겠다고 한 번 해봐야 게뜸.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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