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드리드 출장가서 한 30여명 정도 되는 나랑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었는데

4박 5일 동안 여러 번 식사도 하고 회의도 하고 하면서 방갑게 대화를 하다

아시아팀만 남게 되자 보스의 주도하에 맹렬하게 인물 품평회를 했는데

그런데 놀랍게도 국적과 문화 차이를 막론하고 인물평은 대게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인도네이사에 있는 우리팀 막내(영국 유학파에다 실리콘밸리에서도 근무한)가

입사 순서도 마지막인데 나이도 29살이라서 실제로도 디게 어린데 애가 엄청 똑똑해서인지 사람 보는데 에리한 구석이 있었다. 


1. 보스의보스의보스인 마이클에 대해서는 아~~~주 전형적인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로이어같다고 했다. 친근하지만  유대감을 느낄 수 없는 공허한 태도, 현란하지만 실속없는 말발 , 심지어 블레이저 입고 다니는 거 까지 아주 전형적이라고 했다. 

2. 보스의 보스인 엠마에 대해서는 아주 전형적인 겉은 상냥하지만 속은 다소 거리감을 두는 전형적인 영국 중년여자라고 했다. 

3. 보스인 베씨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Mother Figure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그녀에 대해 느끼는 복잡 다단한 감정, 팀장으로 지원과 케어를 해주는 것 같다가도 가끔은 너무 시시콜콜 간섭해서 짜증나기도 하는 것들이 한방에 정리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떄는 내가 취할 때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 생각에는 애는 별다른 전문성은 없이 정치력으로 자리 보전만 하려는 생활력 & 전투력 강한 중국인일 뿐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팀원이 아니라 보스와 주변 이해관계자들에게 나쁜 평가를 듣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아프다고 병가낸 사람에게 별 시답지도 않은 일로 말레이지아 IT팀장과 당장 회의 해야 하는데 들어오라고 닥달하지. 아. 진짜 겁나 짱나. 

워낙에 조직과 보스에 충성을 다하는 내 성격상 내가 진짜 웬만하면 믿고 가려고 했는데 애는 믿을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는 참지 말고 하고싶은 말 다해야지. 참아봤자 알아주지도 안흔데. 모. 연봉은 동결에. ㅜ.ㅜ

4. 아시아 클러스터 2 팀장으로 승진해서 터키에서 두바이로 가는 G씨에 대해서는 아직 팀장 될 준비가 안된 것 같은데 지진 때문에 터키 탈출하기 위해 아주 좋은 기회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은 못했는데 우리 회사는 근무지역 릴로케이션 하면 집에 생활비에 애들 교육비까지 엄청 대우를 잘 해주긴 하거덩. 사실상 회사가 간부들 릴로케이션 지원해주려고 존재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애기지. 

그 외에도 내가 호감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다 호감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쓸데없이 말많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더라.

월 1회 세미나를 진행하는 영국 변호사는 말은 많은데 도통 핵심이 뭔지 모르겠다라는 것에 모두 동의하는 것도 좋았따.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는 글로벌 호감형이라는게 분명 존재한다는 게 체감이 되서 신기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별로 마음을 숨기거나 가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애기한다는 것 같은데, 결국 사람들의 진실이란 언제나 통하기 마련인 것일까.  

울팀 막내도 엄청 호감형이다. 애가 똑똑한데 태도도 아주 좋아서 나한테도 Sue 누나하고 부름. 

애가 아주 센스가 넘쳐서 베씨도 엄청 좋아함. 

근데 아시아팀이 클러스터 1이랑 2랑 나누어져서 팀이 나뉘어져서 아쉬울 뿐이다. 

아시아팀 동료들이라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번에 만난 사람 중 미국에 있는 변호사가 있는데

분명 만나마자마 말투나 애티튜드가 웬지 게이같은걸....이라고 생각을 했거덩. 

근데 팀 회식에 모르는 사람이 있길래 사람들이 저 사람은 누구지 하는데

알고보니 자기 파트너를 데리고 온 거였어. 

파트너는 항공사 스튜어드라서 뱅기표가 꽁짜라 이번에 출장 따라왔데. 

근데 이 파트너라는 사람의 말투나 애티튜드가 진짜 미드에서 봤던

진~~짜 전형적인 게이 스테레오타입이라서 티비보는 것 처럼 멍때리며서 봤잖애. 

근데 사람이 어찌나 재밌고 똑똑하고 사랑스럽던지 말이야 넘 호감형이었어.

아기 입양 생각 없냐고 했더니 그러고 싶은데 입양시스템이 넘 까다롭다며, 

사람을 그렇게 입양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여튼 온간 인종과 문화의 사람들과 4박5일간 호텔에만 갖혀서 정신교육 받다 왔더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넘 힘들었따. 

아니 한국인들이랑 한국말로 해도 힘든건데 이걸 외국인들이랑 영어로 한다고 생각을 해봐바. 

이런 출장 다시는 오고 싶지 않는데 일년에 한번은 열리는 거라 앞으로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내년 출장 오기 전에 꼭 이직해서 여기 탈출해야 하는데. ㅜ.ㅜ

 이 와중에 영어는 또 왜 이렇게 안 들리던지. 

아. 정말 돌아버리겠다. 

이를테면 마이클이 농담을 뭔가 했는데  "이번에 한국이 벌금을 받았는데 그게 ..............했어, 압박주는 건 아니란다, Sue야" ..요렇게 들리는 거야.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안들리는 거지. 

난중에 마나토상에게 물어봤더니 "이번에 한국이 벌금을 받았는데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 비즈니스 못타고 이코노미 타고 온 거야, 압박주는 건 아니란다, Sue"라고 했다는거지. 항상 안 들리는 20% 떄문에 자신감을 잃고 대화에 참여를 못하겠어.  

아. 진짜 마이클은 미국식 영어라서 그나마 나은 건데도 이 모냥이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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