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02

카테고리 없음 2023. 8. 16. 21:41

1. 
그러니까 오늘부터 컨디션이 이렇게 급 저하 된 것은, 
찬찬히 생각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과로로 작년에 공황 장애 다시 오고 나서부터는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애써 회사 메일을 확인 안 하려고 한다. 
근데 이번 휴가 떄는 웬일인지 틈틈이 회사 메일을 확인했고, 
상사의 상사가 보낸 메일에 득달같이 답장도 했단 말이야. 
근데 상사의 상사가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더라구.....-_-;;;; 
상중인 상사의 상사에게 뭐 메일을 보낸게 인터내셔널하게 용인되는 관습인지 잘 모르겠어서, 
어제밤에는 꿈도 꿨어. 
휴가 끝내고 사무실에 복귀했더니 내 책상을 화장실 앞으로 옮겨놨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본격 정리해고 수순이구나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어서 상사의 상사의 상사에게 저 관둘래요...하고 애기하다가 꺴음. ㅜ.ㅜ
봐봐. 이 몇 줄 안되는 단락에 말이 안되는 부분이 얼마나 많아. 
이건 진짜 제 정신이 아니야. 
회사가 내 정신 건강을 망치고 있어. 
어서 관둬야 겠어. 
 
2. 
영어가 여기서도 진짜 안들림. 
아니 호텔이나 식당에서 하는 여행지 영어라는게 뻔한거 아니야. 
아니, 영어 못하는 사람도 얼추 그냥 알아채는 건데, 
이야...어찌나 영어가 안들리는지... 
이것도 정상이 아니야. 
회사 땜에  영어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보니 
영어 듣기를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음.
아, 놔. 진짜 회사 관둬야 함. 미친 것 같음. 
 
3. 
돌아가면 또 엄청난 업무에 시달릴 걸 생각하니,
벌써 며칠째 놀고 있는게 되게 시간 낭비 같음.
이 또한 제 정신이 아니라는 증거임. 
 
4. 
아침에 브런치 먹고 돌아오는데, 
호텔 옆에 엄청 허름한 가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거야. 
그래서 5시쯤 저녁먹으러 갔는데, 
우와. 진짜 맛있어. 
국수집인데 어묵 국수의 어묵이 탱글탱글하니 존맛탱. 



구글 맵에서 찾아보니 전체적으로 리뷰는 많은데 
한국인 리뷰는 딱 하나고 그나마도 별로 안 좋은 거였음. 
근데 그 리뷰 하나 빼고는 대부분 비교적 좋았음. 
그런데 어묵이라는게 맛있어 봤자지, 
여기 호텔에 묵으면 오며가며 들릴정도니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닌 듯. 
여튼 나는 맛나게 먹었음. 
https://goo.gl/maps/Z9w6z2E4B8LYSxTi7

Rot Nueng Restaurant · 46/5-6 เจริญประเทศ Charoen Prathet Rd, Chang Khlan Sub-district, Mueang Chiang Mai

★★★★☆ · 국수 전문점

www.google.co.kr

 
4. 
근데 태국 음식들이 양이 작은지 어묵 국수 한그릇만 먹으니 좀 배가 고프더라. 
그래서 어제 갔던 시장 가서 뭐 좀 사올까 했는데
아니 어제 갔던 시장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 시장도 있었고 비슷한 음식 가판대가 있더라고. 
메뉴도 비슷하고 좀 싼 느낌. 
심지어 마트도 끼고 있음.
난 내가 어제 우연찮게 좋은 곳 발견했다 싶었는데, 
그냥 뭘 모르는 거였음. 
하지마 와서 겪으면 금방 알게 될 것을 폭풍 검색질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어. 
시장에서 로스트 치킨 반마리 + 파파야 샐러드 + 맥주 3캔 사다 호텔에서 악귀 마지막 편 보면서 먹음. 

5. 
김은희 + 오정세 + 김태리 조합이 어찌 재미가 없겠어. 
백퍼 재밌을 것 같아서 완결하면 몰아서 볼라구 일부러 안 봤다 
이번 휴가때 봤음. 
재능있고 성실한 사람들이 공을 많이 들인 결과물을 보는 것은, 
그 매체나 수단이 무엇이건 항상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악귀도 정말 재미있게 보았따.
공들인만큼 산출물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커지는지
좋은 작품들은 보고나서도 자꾸 생각이 나더라.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랬고
악귀도 그랬다.
6. 
내일부터는 내가 진짜 하루 한끼만 먹는다.  
 

Posted by 물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