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카테고리 없음 2011. 3. 26. 21:42
<노사문제>

노사 관계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하니까,
사장이 인사라인을 다 갈아치웠다.
근데 새 인사 팀장은 전에 썼다 시피,
내가 회사에서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다.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 또한 같이 여행도 종종 가는, 회사에서 가장 친한 형들이다.
물론 원래는 위원장, 사무국장, 인사팀장 등등 다들 같은 부서에서 아주 친하고 즐겁게 일했었는뎅,
여튼 이렇게 인사 발령이 나고 사측-노측이 대립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이 뭔가 하도 답답하니까 사측도 나한테 머라머라 하소연 해오는데, 
그 입장도 이해가 되고 노측이야 뭐 나도 일단 노조 간부니까 당연히 조직 논리를 공유하고 있고..
그 와중에 새로운 팀장이 원래 전에 인사팀장이었던 관계로,
나한테 새 인사팀장 좀 도와줘라고 옆구리 콕콕 찌르고,
노조에 가서 새 인사라인이랑 굳이 대립할 필요 없지 않냐 좀 봐주자라고 하면 다른 노조 간부들이 나 쫌 이상하게 보고.
아.증말.다 나한테 머라 그래.

<업무문제>

새로운 팀장은 여튼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직원들도 잘 챙겨서 인간적으로 정이 가고 잘 도와주고 싶다., 
새로운 팀의 업무는 불만도 있지만 욕심나는 부분도 분명 있고,
특히 원래 친하게 지냈던 새로운 팀원들도 사실 참 좋다.
서로 대치 상태의 우리 부장과 그 위의 본부장은 
제각각 우리팀을 자기 뜻대로 부리려고 하고,
 
옛날 팀장 밑에서 고통받는 옛날 팀원들. 특히 내가 예뻐하는 후배는 나만 보면 자기 좀 데려가거나 돌아오라 하고,
개가 넘 안쓰러워서 부장한테 애길해볼까, 본부장한테 애길해볼까 하는데,
둘이 사이 안좋은거 아니까 처신도 애매하고....

서로 밥그릇 싸움하고 있는 정부 부처,
전에 있던 팀에서 같이 일한 A부처 서기관은 나보고 다시 같이 일하자고 하고
새 팀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B부처 사무관은 정말 성격안좋기로 소문이 파다한데 겨우겨우 맞춰는 나가고 있고,
그 와중에 이쪽 분야 숙원 문제가 해결되서 할일은 태반이고....등등등..

내외부 정치 구도나 파워게임 같은 거는 아무것도 모르고 주어진 일만 투덜거리면서 할때가 좋았지,
나는 정작 아무런 힘도 없는데,
업무와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정치적 정보들이, 정말 다양한 경로에서 다양하게 들리니까,
아...정말 머리 아파 죽겠다.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예전같으면 대수롭지 않았을 상황들이,
정보를 가지고 보니까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거지.

대학원 입시 날짜는 다가 오는데,
이런 문제들을 안고 입시 과정을 다시 거칠 자신도,
학교를 병행할 자신도 없고...

정말 머리 뽀개져요.

내 또래 여직원들은 대부분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반복하며
적당히 주어진 일 하면서 육아에 열심인데
난 당최 왜 이런 쓸데없는 걸로 머리 뽀개져야하는지,
노처로써의 일상이 한층 더 비루한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여튼 오늘 간만에 집에서 딩굴대며 내린 결론은,
정보는 가지되,
모른척 하고 최대한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주는 뭐 하나 들으면 여기서 징징대고 저기서 징징대고 했는데,
처신에 정말 조심해야겠다.
최대한 모른척 해야지.
나처럼 말 쉽게 옮기고 징징대기 좋아하는 사람에에 이런저런 정보가 집적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거 같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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