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카테고리 없음 2023. 9. 17. 13:51

1. 가우라

첨 들어보는 꽃인데 잔잔하고 수수하니 괜춘했음.  

 

2. 

오늘도 산책을 하고 벤치에 누워있었따. 

오늘은 어제보담은 날씨도 맑아서 더욱 누워있기 좋았다. 

한동안은 돗자리며 릴랙스 체어며 테이블 등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적도 있었는데, 

애들 데리고 오는 것도 아니고 걍 혼자오는 거라 그냥 빈손으로 와서 벤치에 누워있는게 짱이다. 

단점이라면 벌레들이 수시로 몸을 타고 올라오거나 위에서 떨어진다는 건데, 

바퀴벌레니 지네 같은 거 아니고 개미나 무당벌레 내지는 애기거미 수준이니까 이정도는 뭐....

 

3. 수용

아니 생각해보면 내가 뭐 언제부터 회사 생활 잘했다고

경력이 도태된다고, 회사에 짤리게 됐다고 이렇게까지 우울해하다니. 

어떻게 생각하면 올게 왔다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원래가 사회부적응자의 조짐이 항시 있어왔다 말이지. 

돌이켜보면 23년의 직장 생활동안,

그나마 좀 편안한 맘으로 회사 다녔떤 건 한 1년 정도였던 것 같고, 

나머지는 매일매일이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람도 아니구...

23년했으면 할만큼 했지 뭐......

다만, 내 인생에서 특정 소속없이 지내게 된 건 첨이다보니,

마냥 불안한 것 같은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대학 졸업하고 몇개월 정도 백수로 지낼 떄도

이정도로 불안하진 않았는데. 

그떄는 넘 물정 몰라서 그런지 어떻게든 될 줄 알았나 보다. 

부인-분노-우울-수용의 단계에서, 

나의 경우에 제일 긴 건 역시 우울의 단계인 거 같음. 

이제는 거진 수용의 경계선이라 볼 수 이따. 

4. 

어제 밤에는 술먹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난데없이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 화면을 보니 낭닝구만 입은 어떤 할아부지였는데, 

빌라 거주민인 것 같았는데 

우리 집 씨끄럽다고 누군가 단톡방에 항의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항의 방문인 가 싶어 불안한 마음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문을 열었다. 

알고보니 옆집에 사는 분이었는데, 

나보고 김길순씨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아니라고 했더니

자기 우편함에 무슨 세금 미납에 대한 최고독촉장이 들어가 있어서, 

불안한 마음에 일단 납부를 하고보니

독촉장에 쓰여진 이름이 자기가 아니라 김길순씨라는 거야.

자세히 독촉장을 보니 주소랑 호수는 맞는데, 

동이 이상하게 표기되어 있어서, 

옆동일 수도 있고 일단 착오로 인한 납부니까, 

월욜에 구청에 전화해보시라고 했는데, 

어떻게 잘 해결하시려나 걱정이 되었음. 

내가 알기로는 옆집 할아부지야말로 독거노인이시거덩. 

나도 나중에 찐 독거노인이 되면, 

저런 상황에서 비슷하게 처신하고 어디 하소연할지도 모르고 막막하게 있겠지.

남의 일이 아니다. 남의 일이....

 아니지아니지. 

내가 저 분 나이 될 때쯤엔 완연한 고령화 사회일테니, 

실버타운 등등 노인 정책이 훨씬 더 체계화 되어 있을꺼야. 

청년들 수는 지금보다 반토막 날테니까

지금 역세권에 있는 청년 주택들도 노인 주택 같은 걸루 바뀔테고

노인들 커뮤니티도 더 잘 되어 있지 않으까..ㅜ^ㅜ

울 엄마 아빠는 자식들이 용돈도 주고 안부도 챙기고 넘 좋겠땅. 

부럽~ 

5. 

어제 시상에서 만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우리과 A 교수는, 

연구실 애들을 거느리고 엄청난 포스로 행사장에 등장했다는데, 

왔다는 소리를 듣고 VIP 실에 잠깐 인사 드러리 가서 애기를 나누는데, 

도일이 애기를 하더라. 

안 그래도 얼마전에 유본부장 만났는데 나랑 칭구라고 애기 들었다믄서. ㅋㅋ

이렇게 연결고리가 있다니 좀 신기했따. 

본부장이라니, 학교에서 중요한 직책도 맡았나바. 멋쪙~

6. 

오늘도 사실상 쓰레기인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를 발견했따. 

이사할 때 이사짐셋터 아자씨들이 지시로 사놨다가 남은 거 같아서, 

평소 묵혀놨던 잔짐들(쇼핑백 10년치 같은거... -_-;;) 내지.

최소 3년은 한번도 안 신은 굽높은 구두 등등 이거저거 버리는데 100리터 채우기가 쉽지는 않다. 

안 쓰는 케이블이랑 전선 같은 거도 죄다 버려야지. 

7. 

장강명 이번 소설집은 SF인데 

딱 하나뺴고는 정말 잼나게 읽고 있다. 

어렸을 떄는 압도적으로 김영하를 조아했는데, 

요즘에 내가 젤 조아하는 작가는 장강명인 것 같다. 

김영하와 장강명의 작풍에는  결코 건널 수 없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데,

변한건 내 취향일까? 내 성격일까?

요즘 한국 작가들 사이에서 SF가 유행처럼 번저나간지도 몇쳔 됐지. 

첨에 김중혁이 시도할 때만 해도 신선했는데, 

요즘엔 약간 한물간 느낌임에도

장강명 소설은 진짜 잼났음. 

장강명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작품들도 땅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어서 조아합니다. 

8. 

상을 받으면 상장을 펼쳐서

장관이랑 같이 기념사진을 찍는데

남들에 비해 나는 상장을 기울어지게 들었더라. 

분명 신경써서 들었는뎅. 

위에 꽃 사진도 기울어져 있고, 

나의 평형감각 자체가 문제가 있긴 한 듯.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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