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에 회사 근처 호텔에서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그 컨퍼런스를 주관하는 옛날회사 칭구  A 가  공짜 호텔밥 먹으러 오라고 해서 저녁 시간에 맞추어 행사장에 갔다.

지방 남부의 공업도시 출신인 칭구는 나름 지방 유지의 장녀여서 그런지 원래가 취향이랄까 라이프스타일이랄까 하는게  꽤나 고상했던 편이었던지라 세상에는 몇만원짜리 핸드크림(록시땅)도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친구임. 

고상한 취미에 걸맞게 이 분야 컨퍼런스에서는 보기 드물게 돈을 쏟아 부었다 싶었는데,  나도 비슷한 행사 주관했던 짬바로다가 대충 떄려보니 보니 이건 행사 예산이 얼추 3억 넘는 것 같더라. (나중에 들은 바로는 3.2억인가 들었다더라. 역시 나의 짬바.....행사 참여 답례품 으로 무려 이숍 핸드크림 뿌려 댈 때 확신했다. )

여튼 행사장에서 또다른 옛날 회사 칭구 B를 오랜만에 만나 나란히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짜 호텔 스테이크를 썰으며 그 테이블에 깔린 와인을 혼자서 초토화하고 있는데, 이 분야 컨퍼런스에서는 아주 보기 드물게  팝칼럼니스트 임진모님이 디너타임에 간단히 강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임진모님이 K팝이 글로벌하게 얼마나 잘나가는지를 설명하면서,
자기는 BTS의 엄청난 팬이라며 공연 직관을 몇차례 했는데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며,
K팝 수준이 엄청 높다며 여러분들도 훌륭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녀야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더랬따.
마침 연말 시즌이 시작되기도 해서 칭구 B랑 연말 공연 같이 보러가자고 의기투합해서 대략 성시경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 
하지만 성시경 공연 티켓 예매 오픈일.....우리처럼 나이브한 아줌마들은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티켓은 광속으로 매진되버려서...뭐...이건 안되는 거구나라고 깨달음.
성시경이 이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니. 최근 유튜브가 잘나가서 그런가.  몇년전에 코엑스 공연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녔던 것 같은데..
여튼 성시경은 놓치고 이런저런거 알아보다가 십센치 공연이 올팍에서 하길래 요걸 보러가기로 한게 작년말이고 공연은 1월말이었음.


십센치가 사실 마이너에서 시작해서 계속 언더 가수 느낌이 있지 않아..
그래서 공연도 쫌 소박한 느낌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막상 가보니 공연 규모가 완전 슈퍼스타급이라서 진짜 깜딱 놀람.
체조경기장에 했는데 무대 규모도 엄청 크고 일만석에 달하는 좌석도 꽉꽉 채웠더라.

요렇게 중간에 무대를 두고 360도로다 배치했는데 위에 보이는 동그란 팬라이트를 좌석마다 나눠줘서 공연장 전체가 이쁘게 반짝반짝 했음. 

 

내가 올팍 산책 많이 가기 때문에 공연장 주변에 깔린 천막들 보면 대충 공연 규모도 짐작 가는데
굿즈파는 거며 이런저런 이벤트 등등이 진짜 아이돌급으로다가 행사 천막 쫙 깔리고
하루 종일 뭐 이런저런 프로그램 있고 그러더라.

애초에 티켓값이 엄청 비쌀때 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음.
(나는 2층 좌석에서 봤는데 무려 15만원 정도였음.)
게다가 진짜 애기 환골탈태해서 정말 이뻐지고 스타일링도 잘해서인지 뭔가 슈퍼스타 내지 아이돌 포스가 나기도 하는거야. 사실 나랑 나이 차이 얼마 안나지 않나 싶은데.....(찾아보니 83년생이군..그래..10년 안쪽 이면 거의 동년배지 뭐..쿨럭)

중고등학교때  같이 찐따로 지냈던 칭구를 간간히 건너건너 소식 듣가가 40대가 되서야 동창회에서 만났는데
그 칭구가 엄청 성공해서 슈퍼카 끌고 으리으리하게 재벌포스를 풍길 떄 느낄것만 같은 위화감이 공연내내 느껴졌음.

권정렬 본인도 올팍 체조경기장 공연이 꽤나 꿈이었던지
오프닝때는 울컥해서 첫곡은 재대로 부르지도 못했음.

공연은 물론 나쁘지 않았지. 개도 벌써 경력 몇십년차인데다 버스킹부터 시작했던 공연짬바가 어디 가겠냐 말이야. 

절반정도는 모르는 노래였는데도 공연을 짜임새 있게 꼼꼼하게 잘 준비해서 정말 잼나게 보긴했음. 원래 2시간 공연이었을테네데 거의 3시간 정도 했더랬다. 

공연 중에 이런저런 멘트도 많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다른 멤버가 불미스런 일로 그룹을 떠나고
이어서 낸 앨범의 성적 마저 좋지 않아서 심각하게 음악을 관둘까 했었는데
꾸역꾸역 버텨서 이만한 커리어를 쌓아온 거에 대해 스스로도 대견해 하는 자부심이 느껴졌음.

(메가히트는 못해도 꾸역꾸역 히트곡을 내니까 후배들이 좀비라고 그런다데..ㅋㅋ) 

커리어가 긴 만큼 레파토리도 다양하고 해서 공연은 꽤나 성공했는데
내 커리어가 썩고 있기 떄문인지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슈퍼스터 포스로다가  멋있게 공연을 하는 권정렬을 보고 있자니 정말 엄청 배가 아프고 자괴감이 들었으. 아이고 배야. 
간간히 레알로다가 엄청 잘생겨 보이는 것마저 정말 짜증남. 재는 어떻게 저렇게 갈수록 회춘할 수가. 


아니, 애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다구!! 찌질한 애였다구!!!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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