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첸치를 같이 봤던 친구는 사실 전전직장에서 아주 친했던 사이는 아니지만 

(이 친구는 그냥 조용히 주어진 일만 하고 술은 아예 안마시는 편이라 나랑 회사 생활 스타일이 아예 정반대)

그냥저냥 말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이긴 했다. 

운연찮게 기회가 되서 공연을 같이 보긴 했지만, 

6시에 시작해서 9시가까이 공연이 끝나고

나는 집에 가서 언능 술 퍼마실 생각 뿐이었는데

이 칭구가 간단히 맥주라도 한잔 하자고 하더라. 

이 칭구는 술 안마시는 칭구인 걸 아니까 그냥 집에 가서 혼자 술먹고 싶었지만

뭐 딱히 거절하기도 못해서 올림픽 공원 근처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상가 치킨집을 세군데나 돌았는데 이미 공연객들로 만원이었다. 

알다시피 올팍 근처에는 여기말고 딱히 상가는 업고 해서

이 쯤에서 헤어지고 집에 가서 술마셔야지 하는 중이었는데

자기가 근처에 아는데 있다고 해서 무려 15분이나 떨어진 다른 상가로 가서

그 칭구가 사주는 무려 화요를 마심(물론 그 칭구는 거의 안 마시고 내가 한병 다 마심. ㅋㅋㅋㅋ)

좀처럼 그렇지 않던 친구가 술 마시자 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 칭구도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칭구의 상황은 이러하다. 

그 칭구는 정식 팀장은 아니고 일종의 팀장 대행 역할을 맡고 있는 중인데, 

팀원 중 하나가 법카로 몇천만원을 해쳐먹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더랬다. 

뭐 금융기관에서 몇백억원씩 해먹는 거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지만, 

조직 문화를 생각할 때 이거는 아예 말도 안되는 거라 국감에서도 다뤄지고 당연히 언론보도도 한 꽤나 큰 사건이었다. 

당연히 이 팀원은 공공기관에서는 보기 드문 인사징계인 직위해제를 당했는데

문제는 경영지원팀에서 이 팀원이 몇천만원 해먹는 동안 너는 뭐했냐며 이 칭구에게 문책을 했따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언뜻 들으면 그럴듯 하지만 실제를 보면 아예 말도 안되는거더덩. 

이 팀원이 몇천만원 해먹은게 불과 2~3일 사이인데다

(유흥에 빠져서 사채빚을 졌는데 사채업자들 강압에 못 이겨 카드깡 했다는게 가장 그럴듯한 소문) 

카드는 개인에게 발급되는게 아니라 공용카드라서 그떄그때 쓸일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으며 돌려쓰는건데

그 팀원이 마지막으로 쓰고 나서 갑자기 어머니 위독하시다고 며칠간 휴가를 냈는데

그때 공용카드 회사에 갖다놓고 가라고 애기를 안한게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 팀원이 원래도 근태도 불량하고 문제가 있었는데 알아서 더 관리했었어야 하는게 아니가 했다는거. 

근데 실제로 공용카드 관리를 이렇게 하는 경우는 아예 없고 사회 상도로 봤을 떄도 이렇게 해야 하는게 아니거덩. 

게다가 이 친구는 팀장 대행이라 팀원의 과거 인사 기록에 대한 접근 권한도 없으며, 

공용카드 사용할 떄 결제 문자가 발송되는 시스템도 없어서 아예 말도 안되는 사황.

굳이 문제를 찾자면 회사 공용카드 관리 체계 자체가 구멍이 있는 건데도

경영지원팀에서는 기어이 이 칭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까지 했다는거야. 

이 사안의 본질적 실체는 뭐냐 하면 경영지원팀에서 자기들 공용카드 관리 부실 면피할려고

이 칭구에게 뒤집이 씌우는 거거덩. 

사실 무슨 문제 발생하면 경영지원팀에서 아무런 책임도 안지고

무조건 직원들 탓만 하며 떠넘기는게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었음.

나도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대한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려고 했는데, 

여튼 그 칭구도 엄청 억울한 입장이었음. 

그나마 그 칭구는 집이 엄청 부자고(연봉 얼만지 별로 관심가진 적이 없다고...어차피..생활비아니고 용돈 수준이라....)

큰 아들은 의대가고 둘째 아들은 과학 영재.....라는 점에서

목구멍이 포도청인 나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서도...-_-;;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억울한 건 못 참지....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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