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카테고리 없음 2010. 9. 20. 00:10
1.

사실 이 나이 먹도록,
내 살림으로 방한칸을 벗어나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사는게 불만일떄가 종종 있었다. 
언니네 집에서 거실이나 다른 방은 엄밀하게 언니 살림인 거고,  
온전한 내 공간은 내 방 하나 뿐이라, 
대학교때 자취하던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이를테면 나는 생수나 간단한 반찬거리로 채워진,
깔끔한 냉장고를 갖고 싶은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이게 불가능...

그래서 독립해볼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는데,
이번 주말을 지내면서 그러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요일에는 언니와 형부와 엄마가 추석을 맞아 경주로 아침 일찍 내려가서,
주말내내 빈집에서 덩그러니 혼자서 지내게 되었는데,
마침 금요일에 사무실이 떠나가라,
동료직원이랑 대판 싸우고,
속상해서 다른 직원들이랑, 술을 죽어라 퍼마시고,
주말 내내  소파에서 갤갤대며 TV나 보면서 누워지냈다.

그런 전차로,
주말내내 타인과의 대화라는 것은,
허기를 뗴우기 위해 중국집 등에 배달 음식을 시킬 때 뿐이었던 것이다.
아마 총 열마디도 안되는 것일게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없으니,
더더욱 멍해지고 기력이 없어서 소파에서 등을 뗼 수가 없었다.

혼자 살게 되면 계속 이렇게 폐인처럼 살겠지.

뭐 어쩔 수 없이 독립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오기전에는,
악착같이 언니 집에 붙어 있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결국에는 혼자 살게 될 수 밖에 없을텐데,
특히 늙어서 남편도 자식도 없이
말걸어주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이 이렇게 고독하게 평생 살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30rock 시즌3을 보기 시작하며,
역시 입양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정자은행에 대한 생각은 리즈레몬과 내가 역시나 같더군.훗훗)
근데 독신여성에게는 입양 잘 안해줄 것 같은데...
설사되더라도 사회적 시선을 감내하며 살 수 있을까,
회사 사람들은 나를 얼마나 이상하게 볼까,
부모님이 얼마나 마음이 안 좋으실까,
당장 나만 하더라도 입양한 애를 조카보다 더 귀여워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니까 역시 자신이 없어졌다.

결국엔 고독을 감내하며 살아야하는 길 뿐일까.
이래서 미쿡에서는 바륨같은 향정신성 약품들의 처분이 만연화되어 있나바.

주말내내 숙취에 시달리며 대화도 없이 멍하게 지냈더니,
정말 폐인이 된 기분이군.

2.

영화 이끼를 봤는데,
초반에 20분정도 보다가 때려치웠다.
그 흥미진진한 원작을 가지고,
머 이딴 식으로 밖에 못 만들었데................
나는 원래 강우석 별로 안좋아해서,
실미도 같은 강우석표 흥행 대작들은 거의 본 게 없는데,
역시 안 보길 잘했다.
디렉팅을 어떻게 하면,
박해일을 가지고 강철중처럼 말하게 만드는 건지.
원작 특우의 긴장감이나 스릴은 하나도 못살리고,
평소 강우석 식의 마초들만 득실.
배우가 아깝고,
원작이 아깝다.
만화와 영화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게 맞는 것 같다.
봉준호가 찍었으면 훨씬 잘 찍었을텐데...

3.

금욜에 사무실이 떠나가라,
같은 팀 직원이랑 싸우고, 
팀장한테도  한소리 듣고 나도 좀 해주고 나서는,
워낙 팀장이나 그 직원한테 쌓인게 많아서,
좀 후련했다.
............고 생각했는데,
나는 역시 쿨한 인물이 못되는 것이다.

주말 내내 자꾸 그 상황이 머리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연되면서,
아주 괴로웠다.

상처받았다.

이 상황에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고나.흑.

4.

어쨌든 모두들 즐거운 한가위.

원래 명절때도 잘 안내려갔었는데,
언니 시집가고 나서는 전 부칠 사람 없다고 내려오라는 압박이 상당해져서,
이번에는 내려가게 되었다.

5.

일요일 저녁,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담배사러 주섬주섬 동네 슈퍼에 가는데,
수퍼 옆 골목에서 일군의 남자애들이 서 있었는데,
애들 여서일곱명이 한명에게 하이킥을 날리고 머리를 쥐어박고하는 등,
상당히 다이나믹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밤이라서 가로등 불빛에 윤곽만 보일 정도라서
 자기들끼리 노는 건지 집단 구타인지 잘 구분이 안가고,
집단 구타라면 어른으로써,
경찰에 신고를 해야되는 건가 말아야 하는건지 고민하는데,
전화기도 안가져 오고 해서 상황 파악도 좀 더 할겸
일단 슈퍼로 들어갔는데,
얼굴이 상기된 또다른 청년하나가
슈퍼 안에 있는 공중전화로 친구가 맞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한거 같아서 이를 어째...하고 있는데,
마침 골목에서 구타를 하던 일군의 무리가 자기들끼리 왁자지껄하면서 걸어나오고,
좀 있다가 코피로 얼굴이 붉어진 맞고 있던 청년이 나와서,
수퍼안 친구와 조우하며 그냥 가자고 했다.
불과 삼분도 안되는 순간동안 벌어진 일이었는데,
그 순간은 몹시도 급박했건만,
구타하던 무리들이 너무나 희희낙락하며 가고,
맞던 남자애 둘도 제 갈길 가고 하니,
순식간에 동네도 평소처럼 돌아왔는데,
역시 이 동네는 분위기가 안 좋아,
아파트 한동짜리라서 역시 좀 그래,
집값 비싼데는 다 이유가 있어.....등등의 상념도 들고,
(그렇다. 반갑지 않지만 나도 어느새 부동산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다)
가뜩이나 주말내내 멍떄리고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별로 안좋았다.
집단 구타 장면은 뉴스나 영화말고 실제로는 첨봤는데,
못지않게 살벌하드만.쩝.
그래, 역시 다음에는 신속하게 신고해야겠다.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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