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카테고리 없음 2023. 11. 21. 08:50

1. 수요일

진규는 괜춘해보였다. 

진규 아버님은 짧지 않은 기간 여러 투병 끝에 임종을 맞으셨는데

본인도 주변 정리를 다 하셨고 유족들도 미리 준비가 된 상태여서 나름 호상이라고 그랬다.

진규 동생은 진규랑 똑같이 생겨서 첨에는 진규인 줄 착각했다.  

진규는 첫째가 초등 고학년 아들이고 둘째가 다섯살 딸인데, 

딸래미가 음~~~~청 애교 많고 진~~~~쫘 귀여운데 진규랑 똑 닮아서 신기했다. ㅋㅋ

빈소에는 5시40분쯤 도착해서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래도 애기를 나눌 시간이 좀 있었는데

6시가 넘자 퇴근 후에 온 문상객들도 넘쳐나서 진규도 곧 바빠졌다. 

자기 칭구들은 자기처럼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챙겨줘야 된다고 하는 진규가 웬지 멋져보였다. 

외톨이들의 왕이랄까. 

전날 빈소에 가장 먼저 온 사람은 건우였다는데 건우도 외톨이력이 어디가서 빠지진 않지. ㅋㅋㅋ

기차시간이 남아서 환진이와 주변을 산책하다보니 어느새 말로만 듣던 동성로에 와있더라. 

서울도 아니고 경주도 아닌 독특한 분위기가 신기했고 

같이 탕후루도 사먹고 여행 온 것처럼 즐거운 산책을 하다 기차 타고 올라왔다. 

환진이랑 오며가며 애기 나누고 진규도 만나고 동성로도 산책한 나름 즐거운 대구 여행이었다. 

 

2. 금요일

지난주 상담에서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기계와 같고 영적인 부분은 전혀 믿지 않는다고 했더니

상담선생님이 그런 걸 생물학적 결정론자라고 하는데 미성숙한 인격이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나는 불안인자를 타고난데다 주양육자의 방치로 인해 심리적 안전지대가 결여되서 강박증에 시달려서 많은 걸 회피하며 사는 미성숙한 생물학적 결정론자인 셈인데,

전문가가 그렇게 진단을 내려주니 여러모로 명쾌해져서 좋았다. 

실제로 강박증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나의 이상 심리나 행동들을 강박증의 발현으로 보자니 대부분 설명이 되었다. 

여튼 이번에도 내가 역시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소견을 들으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상담선생님이 TCI라는 심리검사를 개발한 유명한 심리학자가 원래 생물학자였다는 애기도 해주시고

쇼펜하우어 애기도 해주시고 했는데 뭐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영적으로 충만한 삶에 대해 생각을 정녕 해봐야 하는건가 싶기도 했는데 역시나 잘 모르겠다. 

 

3. 토요일

독서클럽에서 템플스테이를 갔다. 

템플스테이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어딜 가야 할지 도통 알 수도 없고 혼자 갈 암두도 안났는데

독서클럽에서 마침 간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 나섰는데 엄청 좋았다. 

서울 도심에 묘각사라는 절에서 1일짜리 템플 스테이가 있는데 가족단위로도 꼭 한번 경험해볼만한 곳으로 초강추하고 싶다. 

https://www.templestay.com/temple_info.asp?t_id=myogaksa2008

 

템플스테이 | 나를 위한 행복 여행

 

www.templestay.com

꼭 가고 싶었던 템플스테이를 외롭게 혼자 가지 않아도 된다니

이번에 가입한 독서클럽은 정말 좋은 곳인 것 같다. 

다도와 명상 시간도 좋았고 

스님이 이런저런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는데, 

사찰에서 인사를 할 때 합장을 하는 것의 의미를 설명해준 게 특히 기억에 남았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내면에는 누구나 부처가 있다고 보는지라

합장을 하는 건 상대방의 내면에 부처를 존경하는 의므로 서로 합장을 하는거래. 

사람의 내면에 누구나 부처가 있다는 발상이 아주 맘에 들었다.

당연히 영적인 훈련의 중요성도 말씀을 해주시는데, 

심리상담에도 듣고 템플스테이에 와서도 듣다보니

내가 너무 유물론적 삶을 살았나 싶은 것이 영적인 삶에도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훈련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도 싶었다. 

 

4. 일요일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분양받은 아파트의 현장 방문을 가 보았다. 

주상복합이고 2군 건설사고 분양가가 비싸서 분양 이후 항상 투덜댔던데다

전쟁 때문에 자재 부족이다 인력 부족이다 순살아파트나 뭐다 

공기내내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막상 가서 보고 설명도 듣고 하다보니 여러모로 안심이 되었다.

우선, 생각보다 건물이 엄청 크고 웅장하였음. 

공사현장도 관리가 잘 되고 있었고

(입주예정자 중에 건설사 임원도 있는데 그 냥반도 건설현장 이렇게 관리 잘되는데 거의 없다 하였음)

철근도 구청+서울시+건설사 별도 감사팀에서 세번이나 와서 검사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원래는 층수 올리는 걸 5개층마다 녹화하는 건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나서 매층마다 녹화를 뜨는 걸루 바꾸었데. 

글구 최근에 근처에서 분양시작하는 동일 평수들은 3억정도 더 비싼지라 분양가도 막차 잘 탄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장소장님이 최선을 다해 안전하게 짓겠다고 말씀하시는데, 

34년동안 이 건설회사에서 근무하셨고 이 현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신다는데, 

뭐랄까 한 분야에 오랫기간 종사한 사람의 자부심의 진성성과 성의가 느껴져서 말씀을 듣는데 찔끔 눈물이 났다.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종류의 진심이라 그런 것 같은데

역시 내가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절여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5.  동족 혐오와 불안 최적화

생각해보니 내가 혐오해 마지 않는 않는 MZ적 특성, 

무언가를 막상 경험하거나 판단하기 전에 정보를 잔뜩 찾아보고 그 분야를 다 아는 척 오만하게 굴고

정작 제대로된 경험이나 자신만의 사유는 하지 않는 정보 과부하 내지 이성 맹신주의적 접근에 기반한 허무주의적/냉소주의적 태도가 

내가 가진 생물학적 결정론자적 내지 유물론적 태도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영적인 영역에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게 아닌가도 했지만 역시 아직은 잘 모르겠다. 

상담 선생님이랑 앞으로 더 애기를 나눠봐야겠다. 

물적이든 영적이든 중요한 건 내적 평안인데

내가 불안한 영혼인 건 사실이지만 나는 원래가 적당한 내적 불편이 편안한 상태인데 왜. 뭐가 문제야. 

 

6. 월요일

프랑스는 춥다고 해서 취소하고 시칠리아+몰타 패키지를 갈까 생각중이다. 

유럽 중에서도 남쪽에 있고 지중해성 기후라 그래도 좀 덜 춥다고 하더라. 

비즈니스 패키지를 가려니 패키지 700 + 싱글차지 70 일케 해서 800넘게 들 것 같은데, 

넘 비싸서 망설여진다. 

근데 일반 패키지도 찾아보니 대게 500만원 정도 하는구만. 

유럽 패지지 중에서도 시칠리아가 좀 비싸구나...

그래도 비싼 건 사실이라 여전히 망설여져서

소득대비 적정 여행 경비라고 네이버에 검색해봤는데 안 나와......-_-;;;

어뜨카지. 400정도만 되도 그냥 가겠는데 800 넘 비싼데...완전 두밴데....

일단 휴가 일정 맞춰서 대기 예약 걸어놨음.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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