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많은 성수기에 어디 움직이는게 참 싫은데다,
휴가 일정을 맞춰야 하는 식구나 절친 등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대부분 휴가 일정을 8월말로 잡는다.

올해에도
하던 일 마무리 시점 등을 고려하여,
8월 넷째주로 잡았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셋째주에 가게 되었다.

휴가 내봤자 달리 할일도 없고 해서,
연차 수당이라되 최대한 타먹을 심산으로,
매번 2~3일씩만 휴가를 썼는데,
연차 수당 지급 비율도 대폭 낮아졌고, 
포상 휴가 등등 써야할 휴가가 열흘이 넘어서,
입사 이래 최초로 5일 휴가를 내었다. (앞뒤 주말  합쳐 총 9일)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이렇게 열흘가까기 쉴 수 있는 기간을 가지기는
결코 쉽지가 않으므로 당연히 알차게 보내야 할 텐데,
인생계획도 없는 내가 휴가 계획 같은 걸 가지고 있을리가 엄서서,
자꾸 휴가 날짜는 다가오는데, 도통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단 해외로 나가자...라는 생각을 급박하게 해보았지.

종호형이 있는 뉴칼레도니아... : 종호형이 연락이 안됨, 글구 알아보니 엄청 멀고 내가 간다해도 종호형이 나를 반겨줄리가 없지..
괌이나 이런 동남아 : 가족과 연인들로 득실댈 것이 틀림없는 리조트에서 혼자 청승맞게 뭐하는 짓이냐..

그래서 휴양지보담은 대도시가 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뉴욕이나 동경은 여름엔 더우니까 패스,
서유럽도 덥잖아..패스,
그래서 생각한게 동유럽이었던고로, (위도는 서유럽이랑 비슷한거 같은데, 여튼 덜 덥다고 해서)
여행상품을 좀 찾아봤더니, 
프라하 + 빈 + 부다페스트로 해서 동유럽 3개국을 8일에 도는 상품이 있어따 말이지.
자유여행 상품이었는데, 여행상품 가격 이백만원이랑 체제비  포함하면 한 삼백만원은 있어야 될 듯 하더만..
그러다보니, 문득, 아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8일에 삼백을 쓰는 것인가!!!! 라는 뼈에 박힌 가난 근성이 고개를 드는 것이야.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8일에 삼백을 쓰는 것에, 꽤 큰 죄책감이 들더라구.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신혼여행같은 것도 안 갔다 왔고,
앞으로도 갈지 안갈지 모르는데
보통 신혼여행가면 이정도 들지 않나..라는 생각도 안 든 건 아니지만,
역시 신혼여행은 가면 (아마도) 재밌을거지만,
나는 혼자가니까 엄청 외롭고 심심할꺼란 말이지...
동남아처럼 백만원 내외라면 부담없이 갔을 것도 같은데 말이지.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국내나 좀 다녀올까 했어.
사실 나는 최근에 이런 책을 샀는데,

우리나라 어디까지 가봤니? 56
이종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으로 유명하고 화려한 여행지 대신에 곱씹을 만하고 곰삭은 우리 땅 56군데 여행지를 책에 담았다. 야생화가 예쁜 산책길, 등짐장수들이 넘나들었던 옛길, 천 년의 사랑이 묻어 있는 산성, 문학기행, 사찰기행 등 대한민국의 의미 있는 곳 중에 알짜배기만 뽑았다. 10년 동안 저자가 길에서 울고 웃었던 에피소드를 양념처럼 버무려 놓아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또한, 전국사진공모전 수상자답게 화보 같은 사진도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될 것이다.
다소 유치하게 다가오는 제목과는 다르게, 
대단히 유명하지는 않지만 운치있는 관광지를 구석구석 소개해두었는데 내용은 괜찮은 것 같드라구.
이 책이 강원도 편에 나온 곳들,
이르테면 태백 분주령에서 야생화 트랙킹을 한다든지,
인제 곰배령이나, 양양 구룡령 옛길을 다니는 등등,
3박4일 정도로 강원도 일주나 할까 생각하고,
펜션을 예약하는데,
문득, 펜션에서 혼자 지내면,
한창 성수기에 펜션이나 관광지에 득실대는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이상하게 볼까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혼자서 차몰고 강원도 여기저기 다는 것 또한 청승맞고 구차하기 그지 없는 듯 하고.

그래서 포기...

역시 나는 안되는거였어.

그냥 집에서 딩굴딩굴 대면서,
미드나 다운받아 보겟지.

그런데 그렇게 9일이나 보내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
Posted by 물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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